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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은 왜, 언제부터 '무소속'이 되었나?

레몬컴퍼니 2024. 5. 2. 17:08

국회의장 후보들의 선명성 경쟁이 치열하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는 우원식, 정성호, 조정식, 추미애 의원이다. 출마를 공식화하지는 않았지만, 박지원 전 의원도 후보자로 거론된다. 공식·비공식 후보자들은 국회의장의 '탈중립'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마치 의장의 중립이 국회를 망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국회의장이) 중립은 아니다"(추미애)
"긴급 현안에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조정식)
"기계적 중립으로 아무것도 못 한다"(정성호) 
"국회법이 규정한 중립의 협소함을 넘어서겠다"(우원식) 
"김진표는 개XX"(박지원)

 

현행 국회법은 국회의장의 당적 보유를 금지하고 있다. 이 말은, 의장이 중립을 지키던 말던 당적만 이탈하라는 것이 아니라, 국회의장은 중립 의무가 있다는 뜻이다. 중립 의무를 확실하게 지키기 위해 탈당을 하라는 의미다. 이건 '법'이다.

[국회법] 제20조의2(의장의 당적 보유 금지) ① 의원이 의장으로 당선된 때에는 당선된 다음 날부터 의장으로 재직하는 동안은 당적(黨籍)을 가질 수 없다.

▶왜, 언제부터 국회의장은 '탈당'해야 했나?

왜, 언제부터 국회의장은 탈당 및 중립의무가 강제되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2002년 2월 28일 본회의에서 국회의장의 당적 보유를 금지하는 「국회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3월 7일부터 시행되었다. 당시 의장 당적보유 금지 「국회법 개정안」을 처음 대표발의(2000년 11.15일)한 의원은 김원웅이다.

김원웅 발의 국회법 개정안(2000-11-15)

김원웅 의원의 제안이유를 보면, 당시에 의장의 당파성(당적보유)으로 인해 국회가 파행되는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2001년 11.27일, 여야 국회의원 79명의 동의로 오세훈 의원도 유사법안을 발의했고, 또 2001년 12.17일에는 권기술 의원 외 19인이 의장 당적보유 금지 법안을 발의했다. 이상의 법안을 심의하여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대안(국회법 제20조의2 신설)을 만들어 가결됐다.

2002년 개정 국회법_국회의장 당적보유 금지

당시 기록을 살펴보면, 국회의장의 당적 이탈 문제는 14대 국회(1992~1996) 때부터 논의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16대 국회에서 이만섭 국회의장(새천년민주당 소속)의 확고한 의지에 따라 여·야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결국 2002년 2월 국회법이 개정된 것이다. 논의가 시작된 후 최대 10년 가까이 걸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20년 넘게 '국회의장 당적 보유 금지조항'은 예외 없이 준수되고 있다.

여야의 국회의장 규탄

▶국회의장은 이래도, 저래도 욕먹는 자리다

중립지대에 있는 국회의장은 그래서 때로는 여당한데, 때로는 야당한테 규탄을 당한다. 중립의무를 지키지 않는다고, 반대로 의장의로서 할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항의를 받는다. 이래도 욕먹고 저래도 욕먹는다.

정세균 국회의장실 점거(2016년 9월)

심지어 야밤에 의장실을 점거당하기도 한다. 중립을 지켜야 하기에 어쩌면 모든 사람으로부터 욕을 들을수 밖에 없는 자리, 그것이 국회의장이다. 대대로 국회가 정쟁과 파행을 반복해 왔는데, 아마 국회의장 중립의무 규정이 없었다면, 이보다 훨씬 더 충격적인 파행과 대결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이걸 감당하지 못할 사람이라면, 과연 의장으로 나설 자격이 있을까?

▶국회법 "제20조의2 삭제 법안"을 발의하라

앞서 밝힌 것처럼 민주당의 국회의장 후보들은 의장 중립의무에 상당한 이견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말로만 떠들지 말고 '국회법'을 개정하기 바란다. 어렵지도 않다. 국회의장 당적 보유를 금지하고 있는 「국회법 제20조의2」를 삭제하면 된다. 이렇게 「국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하는 후보라면, 그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겠다. 그렇게 해서 20년 전으로 돌아가는거다. 어짜피 거꾸로 가는 세상인데, 국회도 시간을 거슬러 가면 그만이다. 그럴 자신이 없는 자, 국회의장의 '탈 중립'을 운운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