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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산재사망은 대통령 책임일까?

레몬컴퍼니 2025. 8. 1. 10:02

공무원 산재사망, 즉 공무원의 공무상 사망자는 얼마나 될까? 이런 저런 자료에 의하면 2018년에 90명, 19년에 69명, 20년에 67명, 21년에 62명, 22년에 109명이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2023년 이후 통계는 어디에도 나와있지 않다. 과거의 추이로만 보면 여전히 그 숫자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민간기업의 산재사망에 대해서 정부가 "미필적 고의살인"이라며 '철퇴'를 예고하고 있는데, 그럼 통계도 제대로 잡히고 있지 않은 공무원 산재사망은 누구의 책임인가? 공공기관장? 장관? 아니면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 책임일까? 이도 저도 아니면 그냥 본인의 책임일까?

공무원 산재사망은 대통령 책임일까?

▣ 산업재해 예방과 처벌에 관한 법률

산업재해의 예방과 처벌에 관한 법률은 '산업안전보건법''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 다루고 있다. 핵심 내용은 아래와 같다.

▶산업안전보건법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산재 예방을 위해 일정 규모 이상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에게 이사회에 대한 안전·보건 계획 보고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1천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회사를 대표하는 대표이사에게 안전 및 보건에 관한 직접적 의무를 부담하도록 하는 취지다.

산업안전보건법 제14조(이사회 보고 및 승인 등)
①「상법」 제170조에 따른 주식회사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회사의 대표이사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매년 회사의 안전 및 보건에 관한 계획을 수립하여 이사회에 보고하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
② 제1항에 따른 대표이사는 제1항에 따른 안전 및 보건에 관한 계획을 성실하게 이행하여야 한다.
③ 제1항에 따른 안전 및 보건에 관한 계획에는 안전 및 보건에 관한 비용, 시설, 인원 등의 사항을 포함하여야 한다

그러나 현행법은 대표이사에게 안전·보건 계획의무에 따른 실제 조치 여부를 확인할 의무까지 규정하지는 않고 있다. 일반적으로 법인의 위법행위에 대해 대표자, 현장소장, 공장장, 관리감독자 중 누구를 처벌할지는 회사규모, 업무분장, 안전관리에 관한 실질적인 권한 위임 등을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보통 사업주는 안전보건 관리책임자를 두어 산업재해 예방을 총괄하도록 하기 때문에 대표이사에게 구체적인 안전 및 보건조치 위반에 대한 책임을 묻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연도별 산업재해 사망자 수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산업재해 관련 또 하나의 법률적 축은 중대재해처벌법이다. 현행 중대재해처벌법에서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역할을 규정하고 있다. 이들에게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 관리체계의 구축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데, 이를 위반해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면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4조(사업주와 경영책임자등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
①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은 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종사자의 안전·보건상 유해 또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그 사업 또는 사업장의 특성 및 규모 등을 고려하여 다음 각 호에 따른 조치를 하여야 한다.
1.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
2. 재해 발생 시 재발방지 대책의 수립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
3. 중앙행정기관·지방자치단체가 관계 법령에 따라 개선, 시정 등을 명한 사항의 이행에 관한 조치
4.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

그러나 중대재해처벌법 체계 상에서도 사업주 등에 대해서는 관리체계 구축에 대한 책임을 따질 뿐, 실제로 발생한 산업재해의 책임은 주로 안전관리자에게 한정되는 경우가 많다.

중대재해법 수사 지지부진_국민일보

▣ 산재사망, 대표이사가 직접 책임져라!!

정청래 의원이 발의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산업재해의 책임을 회사의 대표이사가 직접 지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 법안에서는 대표이사가 사업장의 안전ㆍ보건조치에 관한 핵심적인 사항을 반드시 확인하도록 하는 의무까지 부여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있다.

정청래 의원

정청래 의원 발의 산업안전법 개정안의 신설조항 요지는 아래와 같다.

<신설>제14조의2(사업주의 안전보건관리 책임 등)
회사의 대표이사는 사업장에서 종사자의 안전ㆍ보건상 유해 또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다음의 사항을 확인하고,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서 필요한 조치를 해야한다.
1.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
2.「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중대재해 발생 및 재발방지대책의 수립과 그 이행에 관한 조치
3. 근로감독관의 권한에 따라 시행한 감독결과 및 지적사항
4. 중앙행정기관ㆍ지방자치단체가 관계 법령에 따라 개선, 시정 등을 명한 사항의 이행에 관한 조치

이 법안은 대표이사로 하여금 근로자 보호책임 의무를 강화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겠으나, 현실적으로 다수의 사업장이 운영되는 대규모 회사에서 대표이사의 확인 및 조치의무가 실제로 가능할 수 있을지 다소 의문이다. 참고로 21대국회에서도 대표이사에게 사업장 안전보건 사항 확인 의무를 부과하는 법안을 장철민, 김정호 의원이 발의했지만 모두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 그러면 공무원 산재사망은??

원칙적으로 공무원 산재사망도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다. 실제로 도로 보수중이던 공무원의 사망사건으로 해당 도지사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를 검토한 사례도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공무원 산재사망에 대해 지자체장이나 장관, 공공기관장이 재판을 받거나 처벌받은 사례는 없다. 이는 중대재해에 대해 회사의 대표이사를 처벌하기 어려운 맥락과 유사하다. 아무튼 정청래 의원이 발의한 법안의 취지와 논리라면 공무원 산재예방을 위해 민간회사의 대표이사 격인 정부의 장관 등이 직접 안전조치를 확인하고 이를 위반하면 처벌하자는 것인데...현실적으로 가능할까?

▣ 공무원 산재사망 통계라도 공개하자

앞서 말한 것처럼 공무원 산재사망 현황은 통계조차 공개되지 않고 있다. 민간기업의 산재사망에 대해서는 "미필적 고의살인"이라며 철퇴를 예고하고 있는데, 공무원 산재사망은 현황조차 알기 어렵다는 것이 좀 아이러니하다. 공무원의 공무상 사망 예방을 위해 정부는 과연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민간의 적극적 산재예방 활동을 강제하고 처벌을 강화하고자 한다면 공공이 앞서 모범을 보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최소한 공무원 산재사망에 대해 통계라도 투명하게 공개하는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