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발의

약국 이름에 팩토리, 창고 못붙인다

레몬컴퍼니 2025. 10. 16.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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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월, 창고형 약국이라 불리는 메가팩토리약국이 문을 열었다. 창고형 할인점 코스트코와 유사해 보이는데, 다만 파는 물건이 '약'이라는 점에서 다르다. 첫 사례인만큼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그런 와중에 메가팩토리라는 약국이름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약사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무슨 사연일까? 그리고 과연 이게 바람직한 접근일까?

약국 이름에 팩토리, 창고형 못붙인다

▣ 창고형 약국이란?

쉽게 말해서 대형마트와 유사한 대형약국이다. 다양한 일반의약품을 대량으로 취급하며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많은 종류의 '약'을 비교하여 합리적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본 여행을 다녀온 사람 중에 '돈키호테' 등 대형 할인점에서 파스나 소화제 등을 대량구매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아마 이런 수요를 타깃으로 하는 것 같다.

▣ 약사·약국계의 우려

아무래도 오남용 우려가 걱정된다는 입장이다. 대형매장인 만큼 복약지도가 제대로 이루어지겠느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업계의 이해관계 측면에서 보면 기존 약국의 영업이 침해받을 것이라는 불안도 섞여있다. 창고형 약국때문에 기존 약국의 매출이 줄거나, 결국 과당경쟁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라는 염려도 있는 것 같다. 아무튼 우려는 우려일 뿐, 현재 창고형 약국을 개업하고 운영하는데 법적인 제약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 "팩토리", "창고", "공장" 약국이름을 못쓰게 하자

창고형 약국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약국의 이름에 '팩토리'나 '창고형', '공장' 등을 붙이지 못하게 하는 약사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만약 이 법안이 통과되어 소급적용된다면 올해 6월 개업한 메가팩토리약국은 이 이름을 사용하지 못한다.

▶남인순 의원 발의 약사법 개정안(2025-10-13)

이 법안은 “창고”, “공장”이나 같은 의미를 가진 외래어·외국어 등을 약국 이름에 쓰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런 명칭들이 소비자로 하여금 의약품 대량구입을 유도해 의약품 오남용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남인순 의원

남인순 의원이 약국의 고유명칭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한 주요 제한들은 아래와 같다.

  • 의약품 도매상 또는 의약품의 품목허가를 받은 자의 영업소로 오인하게 할 우려가 있는 표시
  • 수입의약품 또는 특정 질병에 관련된 의약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한다고 나타내거나 암시하는 표시
  • 의료기관과 혼동할 우려가 있거나 질병명과 유사한 표시
  • 해당 약국의 소재지와 1킬로미터 이내의 거리에 개설된 의료기관과 동일한 명칭의 표시로서 해당 의료기관과 담합행위를 하거나 지휘ㆍ감독 등의 관계에 있다고 나타내거나 암시하는 표시
  • “창고”, “공장” 및 이와 같은 의미를 가진 외래어ㆍ외국어 등 소비자 또는 환자가 의약품을 남용하게 할 우려가 있는 표시로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표시

▣ 소비자는 생각보다 똑똑하다

소비자들이 코스트코나 이마트 트레이더스 등 창고형 쇼핑몰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평소 많이 쓰는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시할 수 없는 이유가 쇼핑하는 재미 때문이다. 과소비를 부추길 수 있지만, 그것은 개인의 선택 문제다. 창고형 약국도 같은 맥락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문제는 '약' 이라는 상품 고유의 특성, 즉 공익적 관점에서 혹시라도 과소비(오남용)를 부추기면 안된다는 것이 일반 쇼핑몰과 창고형 약국의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좀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이런 문제에 대한 국회의 접근 방식이다. 창고형 약국이 진짜로 의약품 오남용을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면, 이에 대한 객관적 입증자료나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여 창고형 약국 운영 자체를 규제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혹시 오남용을 부추길 수 있으니...'라는 이유로 규제해야 한다는 것은 납득하기가 어렵다. 나아가 의약품의 대규모 유통구조 자체를 점검하거나 규제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간판에 '팩토리'나 '창고' 등의 단어를 쓰지 못하게 한다는 것인데, 그래서 과연 달라지는 것이 무엇일지 의문이다. 소비자는 '팩토리'나 '창고형'이라는 말에 현혹되어 의약품을 과소비 할 정도로 어리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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