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법과 세종대왕법
역사적 인물의 업적을 기념하고 그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법안이 있다. 대체적으로 관련 사업을 수행하는 단체의 법률적 근거를 만들고 재정지원이 가능하게 하는 방식이다. 이런 경우 보통 '법정단체'라고 부른다.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이 대표적이다. 역사적 인물 선양 사업을 위해 법정단체를 만들고 여기에 예산을 투입하는 방식이 과연 합당한 일일까?
▣ 세종대왕의 사례
안규백 의원이 세종대왕기념사업회법안을 발의(2024-12-2)했다. 세종대왕의 업적 기념과 정신 계승을 위해 1957년에 (사)세종대왕기념사업회가 설립되었다. 법률에 근거한 단체가 아니라 사단법인이다. 이 법인은 세종대왕기념관 및 박물관 운영 등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데 현실적으로 재정 부족에 따라 주요사업의 지속 추진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세종대왕기념사업회법은 동 기념사업회를 법률에 근거한 법정단체로 만들어 재정적 지원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 이순신 장군의 사례
22대국회에 발의된 법안 중 이순신 장군 기념사업 추진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법안은 이순신장군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안(민형배/2025-8-11), 이순신기념사업에 관한 법률안(주철현/2025-7-3), 남해의 이순신해 병행 표기 및 이순신기념사업 지원을 위한 특별법안(민병덕/2024-11-18)이 있다. 유사한 취지와 목표로 21대국회에서도 이명수, 송영길, 신원식, 김승남 의원이 '이순신법'을 발의한 바 있으나 모두 임기만료 폐기되었다.
민형배(안)에서는 대통령 소속으로 이순신장군 기념사업위원회와 이순신장군기념사업추진단을 두도록 했다. 주철현(안)에서는 국가유산청장 소속의 이순신기념사업위원회와 기념사업추진단 설치를 규정하고 있다. 민병덕(안)은 국무총리 소속의 이순신기념사업위원회와 해양수산부장관 소속의 이순신기념사업추진단을 설치하는 내용이다. 법안에 따라 단체의 소속이 조금씩 다르지만, 아무튼 이런 방식으로 법률에 단체의 근거가 마련되면 향후 예산지원을 받을 수 있는 명분이 된다.
▣ 을지문덕은? 강감찬은?
국가유산청은 역사적 위인의 선양을 위해 관련 문화유산의 보존·관리·활용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순신의 경우 현충사를 통해 관련 유적·유물의 보존·관리와 다양한 선양 사업 등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지자체 보조사업을 통해서 관련 유적의 보존·활용사업도 하고 있다. 물론 여러 한계와 부족한 점이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역사적 위인 선양을 위해 개별적인 법률을 만들어 추진위원회 등 법정단체를 만들고 여기에 별도의 예산을 투입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어디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 뿐인가? 유관순은? 안중근은? 을지문덕은? 강감찬은? 어쩔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