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발의

전봇대를 뽑자

레몬컴퍼니 2025. 9. 2.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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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봇대를 뽑고 전선을 지하로 매설하는 일을 '가공배전선로(공중에 설치된 전선) 지중이설 사업'이라고 한다. 보통 지중화사업이라고 부른다. 지중화사업에 대해서는 지역 주민들의 선호가 높은 편이다. 전봇대로 인해 보행에 방해가 되거나 안전사고 우려가 있는 경우도 있다. 지중화 사업을 통해 도시미관을 개선하는 효과도 있어 선출직 지자체장이 업적으로 홍보하기도 좋다. 문제는 돈이다. 지중화사업은 상당한 비용이 필수적인데, 이 비용을 국가가 일부 또는 전액 부담하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배경과 실현 가능성을 검토해본다.

전봇대를 뽑자_가공배전선로 지중이설_지중화사업

▣ 가공배전선로 지중이설 사업구조

지중화사업에 대해서는 전기사업법에서 정하고 있다. 원래 지중화사업은 지자체와 한전이 50:50으로 비용을 분담하는 구조였다. 2020년까지는 그랬다.

전기사업법 제72조의2(가공전선로의 지중이설)
① 시장·군수·구청장 또는 토지소유자는 전주와 그 전주에 가공으로 설치된 전선로의 지중이설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전기사업자에게 이를 요청할 수 있다.
② 제1항에 따른 지중이설에 필요한 비용은 그 요청을 한 자가 부담한다. 다만, 시장·군수·구청장이 공익적인 목적을 위하여 지중이설을 요청하는 경우 전선로를 설치한 자는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정하는 기준과 절차에 따라 그 비용의 일부를 부담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재정여건이 좋지 않은 지자체는 전선로 지중화사업을 하고 싶어도 막대한 예산부담 때문에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시도별 배전설비 지중화율

그래서 2021년 6월에 전기사업법을 개정하여 '국민안전'에 필요한 경우 지자체 부담 일부를 국가(전력산업기반기금)가 부담할 수 있도록 했다. 신설조항은 아래와 같다.

전기사업법 제72조의2(가공전선로의 지중이설)
③ 제2항에도 불구하고 국민안전과 관련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정하는 기준과 절차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는 비용의 일부를 국가가 부담할 수 있다. <신설 2021.6.15.>

이렇게 하여 현재 지중화사업은 국가:지자체:한전이 20:30:50의 비율로 비용을 분담하는 구조가 되었다. 다만, 국가의 지원 20%는 일단 금년 12월 31일까지로 유효기간을 정했다. 이 사업의 효과 및 재정여건을 고려하여 다시 판단하기로 한 것이다. 따라서 별도의 법 개정이 없으면 지중화사업에 대한 국비지원(20%)은 금년 말로 종료된다.

▣ 국비 지원을 계속 유지하자! 

박정 의원이 22대국회 개원 직후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발의(2024-6-7)했는데, 위 유효기간(2025-12-31)을 삭제하는 내용이다. 즉 지중화사업에 대한 국비지원을 한시적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추진하자는 취지다. 주무부처인 산자부도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인데, 다만 국비지원이 '국민안전'에 필요한 사업으로 집중되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박정 의원

박정 의원의 전기사업법 개정안은 2024년 8월 19일에 국회 산자중기위원회에 상정된 후 소위에 회부되었다. 그런데 이후 1년 동안 아무런 논의 없이 방치되어 있다. 물론 연말 전에는 처리될 것으로 예상한다.

▣ 노후 전봇대 등은 전액 국비로 뽑자! 

김미애 의원이 발의한 전기사업법 개정안(2025-8-29)은 좀 파격적이다. 핵심은 노후·위험 전주 및 도시 환경을 저해하는 전주의 철거·지중이설을 의무화하고 이에 필요한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김미애 의원

김미애 의원의 법안에 따르면 철거 및 지중이설 의무화 대상은 아래와 같다.

  1. 설치 후 30년이 경과한 전주
  2. 구조적 안전성이 저하되거나 전도 위험이 있는 전주
  3. 보행을 방해하거나 도시 미관을 현저히 저해하는 전주
  4. 그 밖에 안전과 관련된 사항으로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정하는 기준에 미달하는 전주

여기에 해당하는 철거 및 지중이설에 대해서는 필요 비용 전부를 국가가 부담하도록 했다.

가공전선로 지중이설 실적 및 소요예산

▣ 사업 대상과 소요 비용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있었을까?

법안은 발의가 목적이 아니라 통과가 목적이다. 법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합당한 이유와 명분도 필요하지만 실현 가능성도 매우 중요하다. 이유가 있어도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면 법안 통과가 쉽지않다. 보행에 방해되거나 도시미관을 해치는 전봇대를 국가예산으로 뽑자는 것이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일까? 이 법안의 향후 논의 경과를 관심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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