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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막 정치, 이젠 끝내자!

레몬컴퍼니 2025. 9. 4.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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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많이 가본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가본 곳 중에서 우리나라처럼 여기저기 정당현수막이 널려있는 걸 본적이 없다. 정치현수막 또는 정책현수막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우리나라는 거의 '범람' 수준이다. 많은 것도 많은거지만 내용은 더욱 가관이다. 허위사실은 물론 거의 욕설에 가까운 비방과 혐오도 부지기수다. 그런게 아니더라도 그냥 '부디 나를 잊지 말아줘' 수준의 별 의미없는 현수막이 곳곳에 도배되어 있다. 미관을 해치는건 기본이고, 무분별한 현수막 때문에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런 현수막을 거는 사람은 모르겠지만, 이걸 맨날 봐야하는 사람은 정말 스트레스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

정당현수막 정치, 이젠 끝내자!

일부 국회의원도 이런 정치현수막의 문제점에 대해 인식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현재 국회에는 정당현수막 관련 규제를 강화하려는 취지의 법안도 발의돼 있다. 그런데, 조금 더 생각을 진전시켜보면 어떨까? 지금은 소위 AI 시대다. 현수막으로 정치하는 시대는 아니다. 정당현수막 관련 법률을 찔끔찔끔 고칠게 아니라, 이참에 정당현수막 설치 자체를 전면 금지시키면 어떨까? 아마도 국민들로부터 박수받을 것이다.

▣ 정당현수막 과잉시대의 배경

정당(정치, 정책)현수막이 범람하게 된 배경에는 정당법,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옥외광고물법), 공직선거법이 있다. '정당법'에서는 정당현수막 설치 권리를 인정하고, '옥외광고물법'에서는 정당현수막을 규제 대상에서 빼주고 있다. '공직선거법'에서도 정당현수막에 대해서는 선거운동 관련 제한 행위로 보지 않는다. 이렇게 삼박자가 딱 맞아 떨어져서 정당현수막 홍수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보면 된다.

▶정당법

정당법에서는 현수막 설치를 통상적 정당활동으로 규정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자유로운 정당활동의 보장은 핵심 중 핵심이다. 정당 현수막을 통상적 정당활동으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이를 금지·제한해서는 안된다.

정당법 제37조(활동의 자유)
① 정당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활동의 자유를 가진다.
② 정당이 특정 정당이나 공직선거의 후보자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함이 없이 자당의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에 대한 입장을 인쇄물·시설물·광고 등을 이용하여 홍보하는 행위와 당원을 모집하기 위한 활동(호별방문 제외)은 통상적인 정당활동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옥외광고물법

옥외광고물법 상 일반 현수막을 설치하려면 허가 또는 신고를 받아야 한다. 전봇대, 가로등, 가로수 등에는 설치할 수 없다. 그런데 일부 예외를 두고 있는데 정당 현수막도 그 예외에 해당된다. 그래서 허가·신고 의무도 없고, 전봇대나 가로수 등 아무데나 설치할 수 있다. 정당현수막 설치에 대한 조건은 표시방법과 설치기간 정도다. 왜 정당 현수막을 규제하지 않을까? 다시 말하지만 정당법에 따라 보장되는 정당활동의 자유를 제한하면 안된다는 이유에서다.

옥외광고물법 제8조(적용 배제)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허가·신고에 관한 제3조 및 금지·제한 등에 관한 제4조를 적용하지 아니한다.(생략)
1.~7. (생략)
8. 정당이「정당법」제37조제2항에 따른 통상적인 정당활동으로 보장되는 정당의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에 대하여 표시·설치하는 경우. 다만, 현수막의 경우 다음 각 목의 요건을 충족하여야 한다.
 가. 읍·면·동 별로 2개 이내로 설치. 읍·면·동 면적이 100제곱킬로미터 이상인 경우 1개 현수막 추가 설치 가능
 나. 보행자 또는 교통수단의 안전을 저해하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장소 외의 장소에 설치
 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격, 기간 및 표시·설치 방법 준수

▶공직선거법

공직선거법에서는 선거일 전 120일부터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광고선전물(화환, 풍선, 현수막 등)의 설치나 게시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정당법에 따른 통상적 정당활동 차원의 현수막 설치는 허용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이런 예외규정의 가장 큰 수혜자는 국회의원이다. 국회의원은 마음만 먹으면 1년 내내 현수막을 걸어둘 수 있다.

공직선거법 제90조(시설물설치 등의 금지)
① 누구든지 선거일 전 12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이 법의 규정에 의한 것을 제외하고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1. 화환·풍선·간판·현수막·애드벌룬·기구류 또는 선전탑, 그 밖의 광고물이나 광고시설을 설치·진열·게시·배부하는 행위
2. 표찰이나 그 밖의 표시물을 착용 또는 배부하는 행위
3. 후보자를 상징하는 인형·마스코트 등 상징물을 제작·판매하는 행위
② 제1항에도 불구하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행위로 보지 아니한다.
1. 선거기간이 아닌 때에 행하는「정당법」제37조제2항에 따른 통상적인 정당활동

이상과 같이 정당법, 옥외광고물법, 공직선거법에 따라 정당현수막은 사시사철 아무때나, 아무 장소에나 사실상 제한 없이 설치할 수 있다. 정당현수막이 범람할 수 밖에 없는 배경이다.

※ 정당현수막 규제는 완화 추세

2022년까지는 정당현수막이라 하더라도 일반 현수막과 같이 신고를 거쳐 지정된 게시 시설에만 설치할 수 있었다. 일예로 아무리 정당현수막이라 해도 가로등이나 가로수 등에는 설치할 수 없었다.

정당현수막 관련 법령개정 전후 비교

그러다가 2022년 12월에 옥외광고물법 개정을 통해 규제 적용 배제 대상에 정당현수막을 포함시켰다. 그 결과 정당현수막은 신고도 필요없고 설치 장소에 대한 제한도 받지 않게 되었다.

▣ 정당 현수막 규제 강화법안

현재 국회에 발의된 정당현수막 관련 법안을 보면 크게 두 가지 방향에서 정당현수막 규제를 강화하려고 한다. 하나는 정당현수막을 설치할 수 있는 정당을 제한하자는 방향이고, 다른 하나는 정당현수막의 내용을 규제하자는 방향이다.

▶정당현수막 설치 정당 제한 

채현일 의원이 발의한 정당법 개정안은 정당이라고 해서 무조건 현수막 설치를 허용할게 아니라 일정 요건을 갖춘 정당에만 설치 권한을 주자는 내용이다.

채현일 의원

채현일(안)은 현수막을 설치할 수 있는 정당을 아래와 같은 요건으로 제한하고 있다.

  • 국회에 소속의원을 가진 정당
  • 직전 대통령선거 또는 비례대표국회의원선거에서 전국 유효투표총수의 1% 이상을 득표한 정당
  • 정치자금법(제27조 제2항)에 의거하여 보조금을 지급받는 정당

현재 중앙선관위에 등록된 정당은 총 49개다. 거지당, 미래당, 대한당, 태건당, 홍익당도 있다. 채현일(안)처럼 된다면 이중 대략 7개 주요 정당 외에는 현수막을 설치할 수 없게 된다.

중앙선관위_2025년 3분기 경상보조금 지급내역

나름 합리적인 방안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는 헌법에서 규정한 정당활동의 자유를 특정 정당에만 보장한다는 논리적 충돌을 설명하기 어렵다.

▶정당현수막 내용 규제 

정당현수막의 설치에 대해서는 현행 법령을 유지하더라도 내용, 즉 혐오·비방 내용에 대해서는 규제하자는 방향이다. 이런 취지로 정당법과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이 발의되고 있는데, 현재 채현일, 이기헌, 박지혜, 손솔 의원이 발의했다. 이 법안에 담긴 주요 현수막 표현 규제사항은 아래와같다.

  • 인종·지역차별, 성차별적 내용으로 인권침해의 우려가 있는 것
  • 허위의 사실을 포함하는 것
  •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비방 또는 모욕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것
  •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미풍양속을 해칠 우려가 있는 내용

혐오·비방 등의 표현은 당연히 정당현수막에 쓰지 않도록 규제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처벌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정당현수막의 내용을 일부 제한한다고 해서 지금 정당현수막이 초래하는 총체적 문제를 해소할 수 없다.

정당현수막, 사회개혁 차원에서 이젠 그만할 때가 되었다.

과거에는 정당현수막의 정보 전달 기능이 일부라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다. 긍정적 기능은 거의 사라졌고, 도시 미관 훼손, 안전 위험, 혐오 조장, 환경 오염 등의 문제만 일으키고 있다. 현수막 외에 정당활동을 위한 대체 수단도 다양하게 존재한다. 현수막 정치, 이제 그만 할 때가 되었다. 거대 여당 민주당 주도로 정당현수막 설치 전면 금지를 이루어 낸다면 아마도 국민들에게 큰 박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선거 한번에 현수막 쓰레기 천톤!

 

선거 한번에 현수막 쓰레기 천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2022년 제20대 대선에서 1,110톤의 현수막 쓰레기가 발생했다. 그 해 지방선거에서는 1,557톤, 2024년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1,235톤의 선거 현수막 쓰레기가 나왔다. 선거를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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