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미처리법안 최다의원 Top 10
▣ 국회의원 법안 건수(수량) 평가의 함정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국회의원의 입법활동을 법안 건수, 즉 수량으로 평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보통 법안을 많이 발의한 의원을 열심히 일하는 의원으로 보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법안은 본회의를 통과하여 처리될 때 의미가 있는 것이지 발의 자체에 의미를 두어서는 안된다. 실제로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안 중 상당수가 결국 임기가 끝나면서 폐기된다.
그러면 법안처리 건수나 처리율이 높은 의원이 일 잘하는 의원일까? 꼭 그렇다고 보기 어렵다. 처리 건수나 처리율이 높더라도 해당 법안이 경미한 변경 사항이거나 카피법안일 수 있다. 또는 입안(법안준비)은 정부에서 하고 발의만 의원 이름으로 한 '청부입법'일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발의 건수, 처리 건수, 처리율 등으로 국회의원의 입법활동을 평가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나아가 이런 식의 평가는 국회의원의 입법활동 평가를 오히려 왜곡시킬 수 있다.
▣ 법안 건수 평가가 필요한 부분
국회의원 발의·처리 법안의 건수나 처리율을 아예 보지 말자는 것은 아니다. 국회의원은 법으로 일하는 사람들이다. 좋은 법안을 발굴하고 기획해서 발의하고 처리하는게 국회의원의 기본 임무다. 그런데 법안 발의 건수나 처리 건수 또는 처리율이 상식 이하로 낮은 의원들이 있다.
예컨데 22대국회 개원 후 현재까지 법안처리 건수가 '0건'인 국회의원이 19명이다. 본인이 발의한 법안의 처리율이 5% 이하인 국회회의원은 34명(전체 국회의원 중 11.4%)이다. 이렇게 법안 처리율이 현저히 낮은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에 대해서는 좀 더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 미처리법안 건수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국회의원의 발의 법안을 건수로 평가하는데 있어 유일하게 의미있는 숫자는 미처리법안 건수다.(물론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미처리법안 건수가 많은 의원은 상대적으로 의정활동(입법활동)을 잘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미처리법안은 곧 부실한 법안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부실한 법안이란 예컨데 현실에 맞지 않거나, 너무 많은 비용이 들거나, 그럴만한 필요가 없거나, 오히려 불필요한 규제가 될 수 있거나, 다른 법과 충돌할 수 있거나, 공정하지 않거나, 억울한 피해자가 생길 수 있거나 한 등등의 법안이다. 장기간 미처리상태로 방치된 법안은 결국 국회의원 임기만료에 따라 폐기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국회의원 스스로 미처리법안이 쌓이는 이유를 분석하고 각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처리 가능성이 낮은 법안이라면 과감하게 '철회'해서 미처리법안을 줄여가는게 맞다.
▣ 2025년 9월 기준, 미처리법안 최다의원 Top 10
2025년 9월 말 기준 미처리법안 최다의원은 1위 민형배, 2위 윤준병, 3위 이수진, 4위 한정애, 5위 김태선 의원 순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미처리법안이 많은 의원일수록 법안 발의 건수가 많다. 그래서 법안 발의 건수로 국회의원의 입법활동을 평가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국회의원의 법안을 수량으로 평가하려면 "미처리법안 건수가 많은 의원일수록 입법활동에 문제가 있는 의원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대체로 맞을 것이다.
▣ 의정활동(입법활동)을 잘하는 의원이란?
어려운 문제다. 분명한 것은 법안의 건수가 아니라 내용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좋은 법안의 기준이 사람마다 다 다를 수 있다. 그래서 법안의 내용으로 국회의원의 입법활동을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좋은 법안의 기준으로 대략 아래와 같은 것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법·제도와 현실의 괴리를 해소하는 법안
최근 본회의를 통과한 문신사법이 여기에 해당된다. 그동안 문신 시술을 받은 사람이 1,300만명에 육박한다는데, 문신은 대부분 불법의 영역이었다. 이런 현실을 바로잡기위해 만든 법이 문신사법입니다. 박주민 의원이 발의하고 주도적으로 처리했다.
타투 tattoo,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나
▣ 「문신사법」 제정안(박주민)우리나라 문신 시술 이용자는 약 1,300만명, 시술종사자는 약 35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나 의료인이 아니면 문신시술은 불법이다. 21대국회에 이어 22대국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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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적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안
아무리 단속해도 줄어들지 않는 보이스피싱 범죄 예방을 위해 대포폰이나 발신번호 변작기(SIM BOX)의 유통을 차단하기 위한 법안이 발의됐다. 이런 법안은 좋은 시도라고 생각한다.
발신번호 변작기(SIM BOX) 유통 금지법
아무리 주의하고 단속해도 줄지않는 게 보이스피싱이다. 요즘 보이스피싱의 시발점은 발신번호 변작기로 알려져있다. 해외전화번호를 010 등 국내번호로 바꿔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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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대포폰
대포폰이란 명의자와 실제 사용자가 다른 전화기를 말한다. 대포폰은 명의를 도용한 경우가 대부분인데, 당연히 범죄에 사용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이에 애시당초 대포폰 불법개통을 차단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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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익을 위한 중장기 추진과제 대비 법안
국익을 위한 중장기 추진과제를 위해 법률적 기반을 마련하는 법안도 좋은 법안으로 볼 수 있다. 소형모듈원자로(SMR)특별법, 북극항로 특별법, 사용후 배터리 산업 지원법 등이다. 다만, 이런 법안들의 경우 발의한 국회의원이 노력한 결과라기 보다는 정부에서 준비한 법안인 경우가 많다. 이를 감안하여 볼 필요가 있다.
북극항로 특별법
북극항로 개척은 이재명 대통령의 해운항만 분야 핵심공약이다. 전재수 해수부장관은 북극항로 TF를 직접 총괄하겠다면서, 2026년도 관련 사업예산으로 5,499억원을 편성했다. 국회에도 북극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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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모듈원자로(SMR) 특별법
소형모듈원자로(SMR, Small Modular Reactor)란 300메가와트(MW) 이하 소형 원자로를 말한다. 일반 원전과 달리 원자로 부품을 공장에서 모듈로 생산해 현장에서 쉽게 조립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기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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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후 배터리는 도시광산이다
▣ 사용후 배터리 산업 육성 지원을 위한 법률안(송재봉, 임이자, 김성원) 우리나라 전기차 등록 대수는 2024년 5월 기준 591,597대다. 폐차시점을 고려하면 2030년을 전후로 사용후 배터리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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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경제 활성화 지원 법안
법을 바꾼다고 경제가 좋아지기는 어렵다. 그러나 서민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주기 위해 추진되는 법안이 있는데, 결과가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지만 이런 시도 자체는 높이 평가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관광주민증 사업의 법률적 기반 마련을 위한 김미애 의원의 관광진흥법 개정안을 예로 들 수 있다.
디지털 관광 주민증
원칙적으로 정부의 정책사업은 법률과 시행령에 근거해야 한다. 예외적으로 법령 없이 자체 규정을 토대로 추진하는 사업이 있는데, 이 경우 사업의 지속성이나 예산확보 등에 문제가 있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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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생활 불편을 감소시키는 법안
법이 모든 일상생활을 규제할 수는 없다. 간혹 법적 규제가 미치지 않는 사각지대 때문에 국민이 황당한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보복주차 같은 것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런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법안도 좋은 법안에 해당된다.
민폐주차 보복주차 방지법
6월 3일 대선 일주일 앞두고 유권자의 호감을 얻기 위한 생활공약들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이재명의 취향저격'이라는 시리즈로 공약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로 (아파트)단지입구 보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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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의 정상화를 위한 제안
위에서 예로 든 기준 외에도 좋은 법안의 기준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연구자나 언론 또는 시민사회단체 중심으로 좋은 법안의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이에 부합하는 입법활동에 충실한 의원을 평가하고 지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게 해야 우리 국회가 정상화될 수 있다고 본다. 다시 한번 강조하는데, 국회의원 입법활동 평가는 법안의 수량이 아니라 내용으로 평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