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는 특허고, 관련 소송은 변호사만 대리할 수 있다
특허침해 소송의 본질은 침해 기술이 과연 특허권의 권리 내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가리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변호사만 특허침해 소송을 대리할 수 있다. 그런데 특허 업무는 변리사의 고유업무고, 변리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영역이다. 그런데 변리사는 소송대리를 할 수 없다. 변호사만 할 수 있다. 상식적으로는 납득이 좀 어렵긴 하지만, 법이 그렇다.
그래서 그 결과는? 2020년 기준 우리나라 일반 민사 소송 승소율은 54.8%인 반면, 특허침해소송 승소율은 7.7%다. 시간도 엄청 걸린다. 일반 민사소송 1심에 평균 297일이 소요되는데, 특허침해소송은 평균 606일이 걸린다. 외국기업을 상대로한 특허침해소송에서 한국의 승소율은 30%인 반면 일본은 50%다. 참고로 일본은 2003년부터 변리사가 공동으로 특허침해 소송을 대리한다.
▶특허소송, 변리사 '공동대리' 법안이 발의됐다
이규민 의원은 이런 불합리성을 개선하고자 「변리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소관 위원회인 산자위에서 오랜 논의와 찬반토론을 거쳐 마침내 수정의결되었다. 이게 무슨 내용이냐면? 특허침해 소송에서 변호사와 함께(변리사 단독이 아니다) 공동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법정에서 함께 협력하여 변호한다는 뜻이다.
일본이 그렇게 하고 있다. 무려 20년 전부터! 참고로 영국, 중국, EU는 변리사가 단독으로 대리할 수 있고, 미국은 (미)특허청 주관 시험을 통과한 특허변호사(Patent Attorney)가 대부분 소송을 대리한다. 그래서 아무튼 이규민 의원의 법안은 어떻게 되었을까?
수정가결된 2022년 5월 12일, 법사위로 넘어갔다. 법사위 체계자구심사라는게 있는데, 상임위에서 의결된 법안은 이 단계를 통과해야 최종적으로 본회의로 넘어가서 의결될 수 있다. '체계자구심사'라는게 원래는 법률용어나 관련법과의 충돌 정도를 보는건데, 이게 실제로는 어마무시한 위력을 가지고 있다. 법사위 위원들의 구미에 맞지 않는 법안은 이 단계를 통과하지 못한다. 특히 (법사위 소관 법안이 아닌)타위원회 법안은 법사위 제2소위로 넘겨버리는데, 여기를 '타위법의 무덤'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아무튼 그래서 「변리사법 개정안」은 어떻게 되었냐고??
▶산자위 의결 변리사법안은 법사위에서 잠자고 있다
무덤에서 잠자고 있다. 오늘이 2024년 4월 30일이니, 「변리사법 개정안」이 법사위에 회부된 이후 719일 동안이나 그냥 푹 자고 있다. (법사위에서 잠자는 법안 ☞자세히 보기☜ ) 향후 국회일정을 감안하면 이 법안은 계속 잠자다가 그냥 죽을 가능성이 크다. 이토록 깊이 잠재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 위 회의록은 법사위 제2소위에서 「변리사법 개정안」에 대해 심의한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위는 전주혜 의원의 발언이고, 아래는 박형수 의원의 발언이다. 발언의 일부만 보여주고 전체 취지를 왜곡한다고 의심할 수 있겠다. 전문을 보기를 권한다. 국회 홈페이지에 다 있다. 아무튼, "변호사법이 형해화 될 수 있다.", "국민에게 혼동을 준다.", "비용이 싸진다고 하는데 그럴 것 같지 않다." 이런 이유들이다. 참고로 전주혜 의원과 박형수 의원은 국회의원이지만 변호사이기도 하다.
▶잠자는 「변리사법 개정안」을 누가 흔들어 깨울 것인가?
SBS에서 가져온 그림이다. 언론에서도 이 문제를 자주, 매우 심각하게 다루고 있다. 그러던가 말던가, 법사위는 요지부동이다. 법사위원 중 상당수는 변호사다. 직역 다툼을 떠나 국민에게 무엇이 이로운지가 법안 심사의 기준이 되어야 할 것이다. 변리사 단독 또는 공동대리를 인정하는 영국, 중국, 일본, EU가 바보들은 아니지 않나? 참고로, 대한민국의 「변리사법 개정안」은 17대와 18대 국회에서도 상임위 통과 후 법사위에서 죽었고, 19대와 20대 국회에서는 상임위에서 죽었고, 지금 21대 국회에서는 법사위의 무덤에서 곧 죽을 운명이다. 과연 누가 흔들어 깨울 것인가? 시민 밖에는 없다. 장례식 날(2024년 5월 29일)이 진짜로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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