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사법」 개정안(김윤)
김윤 의원이 '닥터나우 방지법'을 발의했다. 「약사법」 개정안인데, '닥터나우 방지법'은 본인이 스스로 이 법안에 붙힌 이름이다. '닥터나우'는 의료 플랫폼 회사다. 비대면 진료 및 약 처방, 실시간 의료상담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김윤 국회의원은 닥터나우의 불법·불공정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이 법안을 발의했다는 입장이다. 배경과 쟁점에 대해 총정리를 해보려한다.
▣ 비대면진료, 어디까지 왔나?
닥터나우 플랫폼 논란을 들여다보려면, 우선 비대면진료 상황에 대해 간략히 알아볼 필요가 있다. 현재 시행중인 비대면진료는 법적 기반은 없다. 정부의 시범사업으로 운영되고 있다. 비대면진료가 처음 도입된 배경에는 코로나가 있었다.
▶비대면진료 한시적 허용
코로나 확산으로 감염병 위기단계가 ‘심각’으로 상향(‘20.2.23)되면서 정부는 전화상담 또는 처방을 일시적으로 허용했다. 이후 환자·의료인 감염 예방을 위해 원격진료 필요성이 높아졌고, 2020년 12월 15일,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여 '비대면 진료'를 허용했다. 다만, '한시적'이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감염병 위기 경보 '심각단계' 이상에서만 적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제49조의3(의료인, 환자 및 의료기관 보호를 위한 한시적 비대면 진료) *요약
① 의료인은 감염병 관련 심각 단계 이상의 위기경보가 발령된 때에는 환자, 의료인 및 의료기관 등을 감염의 위험에서 보호하기 위해 유선·무선·화상통신 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의료기관 외부에 있는 환자에게 건강 또는 질병의 지속적 관찰, 진단, 상담 및 처방을 할 수 있다.
비대면진료 한시 허용 시기에 총 1,419만 명을 대상으로 3,786만 건의 비대면진료가 이루어진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 시기는 국민들이 비대면진료의 편의성에 대해 직접 경험하는 계기가 되었다.
▶비대면진료 법적 제도화 실패
비대면진료가 한시적으로 시행되던 시기(2020년 2월~2023년 5월)에 이를 아예 법적으로 제도화 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정보통신 기술과 의료기술이 충분히 발전했기 때문에 비대면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고, 실제로 비대면 의료서비스의 효용성이 입증되어 이를 제도화해서 시행할 필요가 있었다. 무엇보다 한시적 비대면진료가 끝나면 이를 이어가기 법·제도적 기반을 미리 준비해 놓아야 했다. 이에 비대면진료 관련 법안들이 유행처럼 발의되었다.
그러나,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비대면진료 관련 의료법 개정안은 모두 폐기되었다. 의사단체 중심으로 비대면진료 도입에 반대하는 저항의 벽이 너무 두터웠기 때문이라고 짐작된다. 이렇게 비대면진료는 '한시적'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그러던 중 코로나 '심각' 단계가 끝났다. 2023년 5월 11일, 중대본은 코로나19 위기단계를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하고 방역조치도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6월 1일부터 감염병예방법에 근거해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진료도 종료해야 했다. 그러나 정부는 비대면진료를 시범사업으로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시행했다. 의료기관 직접 방문이 어려우나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환자들에게 상시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한시적 비대면진료에서는 대상환자에 제한이 없었지만, 시범사업에서는 비대면진료가 가능한 환자를 제한했다. 의료기관별 대상환자는 위 <표>와 같다.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에서 환자별 진료가능 의료기관과 의약품 수령 방법은 위 <그림>과 같다. 의약품 수령 방법은 닥터나우 플랫폼 논쟁에 대한 이해를 위해 잘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 '닥터나우'는 어떤 플랫폼인가?
닥터나우는 쉽게 말하면 비대면진료 중개 플랫폼이다. 비대면진료를 원하는 사람은 닥터나우 앱에 접속하여 원하는 병원과 의사를 전택해서 전화 또는 화상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진료 후 약 처방을 받으면, GPS 기반으로 내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약국과 연결돼 처방약을 수령할 수 있다. 의약품 배송 및 재택수령은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에서 정한 예외적인 경우만 허용된다.
▶비진약품, 나우약국
닥터나우 플랫폼 논쟁에서 '비진약품'과 '나우약국'이 자주 거론된다. 우선 '나우약국'은 닥터나우의 제휴약국이다. 많은 사람들이 경험해 보았을텐데, 환자가 진료 후 받은 처방전으로 아무 약국에서나 다 조제약을 받을 수는 없다. 약국에 원래 없는 약이거나 품절 등의 경우도 있다. '나우약국'은 닥터나우가 "조제를 보장하는" 약국으로 플랫폼 상에 노출된다. 나우약국의 지위는 '닥터나우 도매상'이 제공하는 전문약 패키지를 구매하는 약국에 부여된다고 한다. 여기에서 '닥터나우 도매상'이 바로 '비진약품'이다.
비진약품은 닥터나우의 의약품 도매 자회사로 2024년 3월에 설립됐다. 비대면진료 처방약 조제에 활용도가 높은 성분을 중심으로 의약품 패키지를 구성해 약국에 판매한다. 이를 통해 닥터나우는 약국 재고 정보를 파악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환자들에게 조제 가능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닥터나우에 제기되는 문제들
국회 국정감사 등에서 제기된 닥터나우의 문제점은 대략 아래와 같은 것들이다.
- 제휴약국(나우약국)을 플랫폼 상에서 '나우(NOW) 조제확실'이라고 표시를 달아주어 우선적으로 노출시키는 것은 약사법에서 금지하는 환자 유인, 알선 행위에 해당된다.
- 체중 감량 주사제인 ‘위고비(Wegovy)’는 비만 환자에게만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남용될 경우 부작용이 동반될 수 있다. 그런데 비대면진료 플랫폼 진단절차가 간소화되면서 '위고비'가 과도하게 처방되는 등 약물 오남용 위험이 커지고 있다.
- 비진약품이 공급하는 ‘필수 패키지’에는 셀트리온 제약사 제품 비중이 높다. 특정 제약사 제품을 구매한 약국에만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은 공정 경쟁을 왜곡하는 리베이트와 다를 바 없다.
- 닥터나우가 약국에 비진약품 의약품으로 대체조제 해 줄 것을 요청하는 것은 사실상 강매행위에 해당된다.
대략 이러한 것들인데, 현재까지는 의혹 또는 문제제기 차원이다. 복지부나 공정거래위원회가 불법행위로 규정한 것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 김윤 의원, 닥터나우 방지법 발의
김윤 의원이 「약사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본인 스스로 여기에 '닥터나우 방지법'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대체로 위에서 언급한 닥터나우의 "창조적인 불법 행태"를 바로잡겠다는 취지다. 이 법안의 공동발의자는 김선민, 김병기, 박정현, 박홍배, 이용우, 이재정, 김남근, 김현정, 모경종, 박해철 의원이다.
▶김윤 「약사법」 개정안 주요내용
우선 이 법안에서 사용하고 있는 몇가지 용어에 대한 정의는 아래와 같다.
- 약국중개 플랫폼: 환자와 약국 관련 자료·정보를 수집·관리하여 이를 전자정보 형태로 기록·처리하는 시스템
- 약국중개 플랫폼 사업자: 약국 중개 플랫폼을 구축·운영하는 사람
- 경제적 이익 등: 금전, 물품, 편익, 노무, 향응, 그 밖의 경제적 이익
김윤 의원이 발의한 「약사법」 개정안 조문을 보면 좀 복잡하게 구성돼 있는데, 핵심내용은 대략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 약국 개설자가 약국중개 플랫폼 사업자에게 경제적 이익 등을 제공하지 못하게 함
- 약국중개 플랫폼 사업자가 의약품 도매상 허가를 받지 못하도록 함
- 약국중개 플랫폼 사업자가 환자에게 경제적 이익이나 정보를 제공하여 특정 약국으로 환자를 유인하는 것을 금지함
김윤 의원은 이 법안을 '닥터나우 방지법'이라고 했는데, 법안의 내용으로 보면 닥터나우를 포함한 약국중개 플랫폼 자체를 근절하는 법안으로 보인다. 만약 이 법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약국중개 플랫폼 사업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어려워 보인다.
▣ '국회의원'이 불법을 저지른다고 '국회'를 없앨텐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비대면진료는 현재 시범사업으로 운영되고 있다. 시범사업이란 말 그대로 '한번 해보는 사업'이다. 해보면서 문제점이 발견되면 시정하고, 정식사업을 할 때 보완해서 한다는 뜻이다. 닥터나우의 불법행위가 있었다면 두둔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불법행위 여부는 해당 부처와 법원에서 판단하는 것이다. 차량공유 서비스 <타다>도 불법영업이라고 그 난리법석을 떨었는데, 결국 대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그 사이 <타다>는 망했다.
법으로 신기술을 막으면 혁신은 불가능하다.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등은 의약품 배송까지 허용하고 있다고 한다. 닥터나우의 불법 의심 행위에 대해 시정하고 이를 보완하여 제도화 할 생각보다는, 아예 약국중개 플랫폼 자체를 부정하고 설 자리가 없도록 만드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매번 국회의원 중 몇 명은 불법행위로 수감되고 의원직을 상실하기도 한다. 국회의원 한 두 명이 불법을 저지른다고 해서, 또는 불법행위가 의심된다고 해서, 국회를 아예 없애버리자고 한다면... 수긍하시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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