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축법」 개정안(박용갑)
"이번 개정안으로 건축물 설계자는 소음 저감 구조와 흡음 설계를 포함하도록 의무화되며 이를 통해 건축물 내외부의 소음을 효과적으로 줄여주는 설계를 도입하게 된다. 이러한 방안은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을 사전에 차단하고, 주민의 생활 환경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용갑 의원이 발의한 「건축법」 개정안에 대한 언론보도 내용의 일부다. 정말 그럴까?
박용갑 의원, 이웃 간 갈등 해소 위해 ‘층간소음 방지법’ 발의
▶박용갑 의원 발의, 「건축법」 개정안의 실체
관련 기사만 보면 '마침내 층간소음에서 해방될 수 있는' 뭔가 획기적인 내용이 담겨 있을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층간소음 '방지법'이라기 보다는 층간소음 방지 '선언법'에 가깝다.
현행 건축법 | 박용갑 개정안 |
제23조(건축물의 설계) ② 설계자는 건축물이 이 법과 이 법에 따른 명령이나 처분, 그 밖의 관계 법령에 맞고 안전 · 기능 및 미관에 지장이 없도록 설계하여야 하며, |
제23조(건축물의 설계) ② 설계자는 건축물이 이 법과 이 법에 따른 명령이나 처분, 그 밖의 관계 법령에 맞고 안전 · 기능 및 미관에 지장이 없고 소음을 효과적으로 저감 · 차단하도록 설계하여야 하며, |
이게 전부다. 다른 내용은 없다. 설계자는 "소음을 효과적으로 저감·차단하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선언적 성격의 규정을 명시한 것 뿐이다. 건축법 같은 행정법에서 '선언적 규정'은 실익도 없으면서 오해만 불러올 수 있다.
입법기술적 측면에서 보면, '선언적 규정'은 헌법이나 기본법, 일반법에서는 필요한 경우가 있지만, 건축법이나 주택법 등 행정법에서는 적절치 않다고 보는게 일반적이다. 왜냐하면 행정법은 기본적으로 실행력, 구속력을 갖춰야 하는데 '선언적 규정'은 위배되었을 때 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선언적 규정'은 차후 민사상 분쟁 등이 발생하면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될 수 있다.
▶21대 폐기된 장제원(안) 재발의 법안
박용갑 의원 개정안은 처음 발의된 것도 아니다. 21대국회에서 장제원 의원이 같은 법안을 발의했지만, 임기만료로 폐기되었다. 이를 박용갑 의원이 다시 발의한 것이다.
장제원 의원의 「건축법」 개정안은 2022년 1월 21일에 발의되었고, 이후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소관 국토위에서 소위에 회부만 된 상태로 방치되었다. 그러다가 그냥 폐기되었다. 이 법안에 대해 당시 국토부는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왜 논의 한번 붙이지도 못하고 폐기되었을까? 아마도 실익이 없는 선언적 규정으로 보았기 때문 아닐까?
▶층간소음 문제는 주로 「주택법」 소관
현재 공동주택의 층간소음에 대해서는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서 층간바닥의 두께와 바닥충격음에 관한 기준을 규정하고 있고, ‘바닥충격음 차단성능 인정제도’의 운영 근거를 명시하고 있다. 2022. 1. 11. 본회의 의결된 「주택법」 개정법률(2022. 8. 4. 시행)에서는 층간소음 차단성능을 주택 시공 후에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나아가 2023.12.20. 본회의에서 의결된 「주택법」 개정법률은 신규 공동주택 건설 시 바닥두께를 강화하면 높이제한을 완화할 수 있는 근거를 두었다. 물론, 층간소음 저감을 위해 설계단계부터 소음·진동의 최소화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지만, 이는 「건축법」이 아닌 「주택법」에서 해법을 찾아야 할 문제로 생각된다.
▣ '폐기 법안'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21대국회에서 폐기된 법안을 22대에서 그대로 재발의 하는 사례가 매우 많다. 물론 필요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많은 폐기 법안은 폐기할만한 사유가 있다. 재발의를 하기 전에 왜 폐기되었는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국회 속기록만 꼼꼼하게 읽어봐도 충분한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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