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슈&쟁점

판사 임용자격 50% 파격세일

by 레몬컴퍼니 2024. 8. 21.

▣ 「법원조직법」 개정안(김용민)

현행 법원조직법 제42조(임용자격)에서 판사는 10년 이상 법조 경력이 있는 사람 중에서 임용하도록 되어있다. 여기서 법조경력이란 변호사 자격이 있는 사람으로 국가기관이나 지자체 법률사무에 종사하거나 또는 대학 조교수 이상의 경력을 말한다. 소위 '법조일원화' 제도인데, 이 임용자격 10년을 5년으로 단축하는 법안이 발의되었다.

▶법조일원화의 배경

우리는 가끔 황당무계한 판사의 판결을 접하곤 한다. 최근 기억나는 일은 곽상도 아들 50억이 뇌물이 아니라는 판결이었고, 예전에 횡령·조세포탈로 기소된 기업 회장에게 일당 5억원의 노역장 유치 판결을 내려 세상을 떠들석하게 한 적도 있다. 물론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국민의 법감정과 동떨어진 판결의 원인으로 '경험 없는 젊은 법조인을 성적에 따라' 판사로 선발한 결과라는 지적도 있었다. 그래서 도입된 제도가 법조일원화다.

▶판사는 법조경력 10년은 돼야한다

2013년 도입한 법조일원화는 여러 법조 직역에서 다양한 사회경험이 있는 사람만을 판사로 선발하는 제도다. 2011년 7.18일 「법원조직법」이 개정되기 전 판사의 임용자격은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사법연수원의 소정 과정을 마친 자"였다. 이를 경력법관제라고 불렀다. 그러다가 2011년 법원조직법 개정을 통해 법조경력 10년 이상 요건을 갖춘 사람만 임명하도록 했다. 다만, 이를 전격적으로 시행하면 판사 수급에 차질이 불가피하여 경과조치를 두었다. 그래서 2013년부터 2017년까지는 3년 이상, 2018년부터 2024년까지는 5년 이상, 2025년부터 2028년까지는 7년 이상 임용할 수 있게 했다. 그러니까 판사가 되려면 금년까지는 5년 이상의 법조 경력이 필요하고, 내년부터는 7년 이상의 경력이 있어야 판사로 임용될 수 있다.

▶판사는 법조 경력 5년이면 충분하다?

김용민 의원 프로필_출처: 대한민국국회 홈페이지

그런데, 이 10년이 너무 길어서 이를 5년으로 단축하고자 하는 법안이 발의되었다. 김용민 의원이 발의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이다. 핵심적인 단축 이유는 판사 수급 문제다. 임용조건이 너무 가혹해서 지원자가 충분하지 않아 우수한 인재를 판사로 임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판사의 업무 부담이 늘어 사건처리가 지연되는 등 문제가 심각해져 법적 분쟁의 장기화에 따른 국민의 고통도 커질 것이라는 논리다.

▶사회적 합의가 우선 아닌가?

임용조건 10년을 유지해야 한다는 측은  2011년 로스쿨 체제 도입 이후 법원의 관료주의, 순혈주의, 폐쇄성, 서열주의, 특권의식, 전관예우 등의 문제를 개선하려고 도입한 ‘법조일원화’의 취지를 훼손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5년으로 단축해야 한다는 측은 현재 법관 보수 수준이나 업무량을 고려하면 경력이 긴 우수한 법조 경력자를 유치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10년 이상 경력자만 판사로 임용할 경우 법관이 고령화되고 당연히 업무역량이 떨어져 판결 적체가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2011년에 법조일원화를 도입하면서 공감대를 이룬 사회적 합의는 "다양한 사회적 경험과 연륜이 있는 법조인을 법관으로 임용하자"는 것이었다. 찬반 입장이 팽팽하다면 '사회적 합의'가 우선 아닐까?

▶21대국회, 판사 임용자격 완화는 왜 불발되었나?

판사 임용자격을 5년으로 완화하자는 법안은 사실 21대국회에서도 제기되었다. 법사위원회에서 가결되어 별다른 쟁점 없이 통과될 줄 알았는데, 이게 2021년 8월 31일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되었다가 거기서 부결되었다. 

21대국회 법원조직법 개정안 표결 결과_부결

229인이 투표하며 찬성 111표, 반대 및 기권이 118표가 나왔다. 당시 소속정당별 표결 결과는 아래와 같다.(소속정당은 표결 당시 이후 당적 변경에 따라 재가공하였다)

구분 민주당 국민의힘 정의당 개혁신당 새미래 조국당 기본소득 무소속 합계
찬성 56 45   2 1     7 111
반대 37 24 6   1 1 1 2 72
기권 26 15   1 2     2 46

정당별 표결 결과를 보면 이 사안에 대해 당파성이 작동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찬반 양론이 비슷하게 분포되어 있다.

▶누가 반대했나?

22대 국회의원 중 21대 국회에서 판사 임용자격 완화에 반대 또는 기권한 의원 명단은 아래와 같다.(소속 정당은 표결 당시 소속 기준)

구분 민주당 국민의힘 기본소득당
반대 고민정, 김승원, 김원이, 민병덕, 민홍철, 박상혁, 신영대, 어기구, 우원식, 위성곤, 이개호, 이학영, 장경태, 전용기, 주철현, 천준호, 한준호, 허종식, 황운하 김성원, 김승수, 김정재, 박성민, 성일종, 엄태영, 이만희, 이양수, 임이자, 정점식, 정희용 용혜인
기권 강득구, 강준현, 김용민, 김종민, 김태년, 남인순, 문정복, 민형배, 박홍근, 소병훈, 송옥주, 안규백, 이수진, 이해식, 정성호, 허영, 홍기원 강대식, 김미애, 정동만 -

21대에서 기권 표를 던졌던 김용민 의원이 22대 국회에서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것이 특이하고, 현재 국회의장은 우원식은 당시 판사 임용자격 완화에 반대했다. 장경태, 민형배 의원도 21대에서 찬성하지 않았는데, 22대에서는 김용민 의원 법안에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찬성으로 입장이 바뀌었다는 이야기다. 21대 국회에서 반대 또는 기권했던 의원들이 22대 국회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도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다.

판사 임용자격 50% 파격세일

▶방법이 '파격세일' 말고는 없나?

판사는 사람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는 직업이다. 공부를 잘하거나 시험을 잘보는 사람이 아니라 현명한 사람이 해야되는 일이다. 그래서 최소 10년 이상의 법조 경력자 중 임용하도록 했다. 어쩌면 10년으로도 부족할 수 있다. 그러나 법관 수급에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그럴 수 있다. 그렇다면 1년 또는 2년 정도 임용자격 요건을 완화해 볼 수는 없을까? 굳이 10년에서 5년으로 50%를 파격세일 할 사안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