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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쟁점

윤석열도, 이재명도 '폐지'하겠다는 '단통법', 과연?

by 레몬컴퍼니 2024. 6. 24.

1.

단통법 논란, 생각보다 복잡하고 어렵다. 단통법은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의 약칭이다. 2014년 5월에 제정되어 그해 10.1일부터 시행되었다. 시행된지 만 10년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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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법은 원칙적으로 이동통신단말장치의 공정하고 투명한 유통질서를 확립하고자 만든 법이다. 똑같은 단말장치를 누구는 제값주고 사고, 누구는 헐값에 사는 불합리한 유통구조를 차단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런데, 애초부터 출혈경쟁에서 벗어난 사업자만 득이고, 소비자는 통신비 부담만 늘게 됐다는 논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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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단통법 제정 당시 이동통신반말장치의 구입비용을 지원하는 '지원금'과 관련된 주요 조항은 제3조(지원금의 차별 지급 금지), 제4조(지원금의 과다 지급 제한 및 공시), 제5조(지원금과 연계한 개별계약 체결 제한), 제6조(지원금을 받지 아니한 이용자에 대한 혜택 제공)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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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에서 규정한 핵심 내용은, "차별적인 지원금을 지급하면 안된다, 방통위는 단말장치 구매지원 상한액을 고시하고 사업자는 이를 초과하면 안된다, 대리점(판매점)은 공시지원금의 15% 범위에서 추가 지원할 수 있다, 약관과 별개로 개별계약을 체결하면 안된다, 지원금 받지 않는 이용자를 위해 미래부(현 과기부) 장관은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 등 혜택을 정해야한다"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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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에 따라 방통위는 공시지원금 상한액을 30만원으로 정했고, 6개월 후 33만원으로 올렸다. 그러나 단통법의 일몰규정에 따라 이 상한액 공시는 법 시행 후 3년만에 폐지되었다. 따라서 현재 공시지원금 상한 규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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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부 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은 소위 '약정할인'이라 부른다. 약정할인율은 단통법 시행 당시 12%였으나 시행 6개월 후인 2015년 4월에 20%로 올렸고, 2017년 9월에 25%로 올려 현재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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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 폐지 논란은 21대 국회에서도 있었다. 2020년 11월 2일,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이 단통법 폐지법안을 발의했다. 단통법으로 이용자 차별이 방지되기보다 지원금이 축소되는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었다. 따라서 단통법 자체는 폐지하고, 단통법의 일부조항만 살려 「전기통신사업법」과 통합하는 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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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식(안)대로 단통법이 폐지되면, 현행처럼 이동통신사업자의 단말장치 판매 제도가 그대로 유지되면서도, 지원금의 차별 지급 금지(제3조), 판매점 선임에 대한 승낙(제8조), 공정한 유통환경 조성(제9조), 긴급중지명령(제11조), 자료 제출 및 보관(제12조) 등이 삭제되어 이용자 차별금지라는 단통법의 본질적 입법취지가 사라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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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월 23일, 과방위 소위에서 단통법 폐지안이 논의되었으나 의결 보류되었다. 당시 회의 참석자들의 주요 발언은 다음과 같다. 민주당은 반대, 국민의힘은 찬반이 갈렸다.

[단통법 폐지 반대]

☞김현 방통위 부위원장(현 과방위 민주당 간사): 단통법은 단말기와 전기통신서비스 간의 결합 판매를 규제하기 위해서 제조사, 이동통신사, 유통점 모두를 규율 대상으로 하고 있어 서비스 규제 법률인 전기통신사업법으로 규제하기는 곤란하다. 지원금 차별금지, 사전승낙제 등 일부 규제가 폐지되면 남아 있는 조항만으로는 사실상 규제가 어려운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신중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장석영 과기부 2차관: 과기정통부에서도 전국적으로 만연했던 차별적 불법보조금이 이 법으로 축소되는 등 성과가 있었으므로 현 단계에서 이 법을 폐지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조승래 의원(민주): 단말기와 통신상품이 결합되어 있는 형태로 계속 가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단통법을 폐지하고 전기사업법으로 통합하는 것은 조금 무리가 있어 보인다.

☞정필모 의원(민주): 완전자급제나 분리공시제가 도입되기 전까지는 이걸 폐지하는 것이 시장을 오히려 더 혼탁하게 만들 수 있는 소지가 있기 때문에 완전자급제나 분리공시제를 전제하지 않는 이상 폐지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황보승희 의원(국힘): 이 법에 있는 내용 중 공정한 유통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부분이라든지 자료 제출 및 보관에 관한 조문들은 이용자 보호 및 공정한 유통 환경을 위해 필요한 부분인데, 이 자체를 폐지하고 전기통신사업법으로 합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단통법 폐지 찬성]

☞허은아 의원(국힘): 단통법은 기존의 도입 취지하고는 전혀 다르게 불법보조금을 양산시키고 있다. 온라인 상에서 불법보조금을 지원하는 판매정보가 고급정보가 되고 있는 형국이다. 그래서 문제가 많은 단통법을 자유시장경제 논리에 맡기고 또 단말기 유통질서를 교란하는 문제점을 전기통신사업법에 이관해서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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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에서 위원회 차원의 공식 논의는 딱 여기까지다. 그리하여 단통법 폐지 문제는 잠잠해지는 듯 했다. 이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2024년 1월 22일, 윤석열 대통령은 5번째 민생토론회에서 단통법 폐지를 거론하면서부터다. 단통법 폐지로 이통사 간의 보조금과 지원금 경쟁을 유발해 결과적으로 국민의 통신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특히 윤통은  "단통법 폐지 이전이라도 단말기 가격 인하 방안을 강구하라"고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

11.

정부부처는 발빠르게 움직였다. 우선 단통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2024년 3월 8일, 동 법 시행령 제3조(지원금의 부당한 차별적 지급 유형 및 기준)를 개정하여, 아래와 같이 차별적인 지원이 가능하도록 예외조항을 신설했다.

이동통신사업자 변경 시 이용자가 부담하는 비용 및 이동통신사업자의 기대수익 등을 고려하여 방송통신위원회가 정하여 고시하는 가입 유형에 따른 지급기준에 따라 이동통신사업자가 지원금을 지급하는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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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개정된 시행령에 근거하여 방통위는 2024년 3월 14일,  「이동통신사업자 변경 시 번호이동 전환지원금 지급 기준」을 제정하여 고시했다. 고시의 핵심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2조(정의) “전환지원금”이란 이동통신사업자가 번호이동을 하는 이용자에게 지원하는 금액을 말한다.
제3조(전환지원금의 지급) 이동통신사업자는 기대수익, 이용자의 위약금, 심(SIM)카드 발급비용 및 장기가입혜택 상실비용 등을 모두 고려하여 번호이동을 하는 이용자에게 전환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다.
제4조(전환지원금의 상한액) 제3조의 전환지원금은 50만원 이내에서 지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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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의 본래 취지가 이용자 차별금지인데, 방통위의 이 고시는 전환지원금이라는 명목으로 오히려 차별적인 지원금 지급이 가능하도록 했다. 오히려 차별을 유도하고 있다. 상한액 50만원의 설정 근거도 없다. 민주당에서는 상위 법령을 무력화하는 시행령 정치라고 비판했고, 4·10총선을 앞둔 선심성 포퓰리즘으로 규정했다. 그건 그렇다치고 문제는 시장의 반응이다. 그래서 전환지원금을 활용한 사업자들의 경쟁이 치열해졌나? 이미 가입자가 포화상태에 이른 통신사 입장에서 돈 써가며 고객 유치경쟁에 뛰어들 유인이 있기는 하나? 사업자간의 경쟁이 결국 국민의 혜택으로 돌아왔나? 그래서 국민들의 통신비 부담이 줄었나?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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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중에 22대 국회에서 단통법 폐지 법안이 다시 발의되었다. 2024년 6월 3일,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이 단통법 폐지안을 발의했다. 21대 김영식(안)처럼 일부 조항은 전기통신사업법에 통합하는 방식이다. 박충권(안)과 김영식(안)을 정밀하게 비교해보지 않았지만, 같거나 거의 비슷할 것으로 생각된다.

박충권 의원 프로필: 출처_대한민국국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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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민주당 쪽에서도 단통법 폐지 입장이 나왔다. 2024년 6월 19일, 이재명 당대표가 직접 밝혔다. 민주당은 이용자 차별, 불공정 거래 행위 규제, 제조사와 이동통신사 간 담합을 막는 법안을 곧 제출할 것이라고 했다. 아직 법안은 제출되지 않았다. 과연 민주당에서는 이용자 차별금지라는 단통법의 본질적 취지를 어떻게 살려낼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다.

이재명 대표_단통법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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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하면, 국민의 통신비 경감을 위해 단통법을 폐지하겠다는 입장은 민주당, 국민의힘 모두 비슷하다. 정부는 시행령과 방통위 고시를 통해 사업자간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여당은 단통법 폐지 법안을 발의했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민주당이 단통법 폐지를 막아왔다고 주장한다. 민주당도 단통법 폐지 입장이다. 그러나 국민의힘 방식은 안된다고 한다. 이용자 차별금지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방안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아직 법안을 내지는 않았다. 윤석열, 이재명 모두 폐지하겠다는 단통법. 아직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윤석열도 이재명도 폐지하겠다는 단통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