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휴일에 관한 법률」 개정안(임오경, 윤호중, 나경원)
오늘은 제헌절이다. 5대 국경일 중 하나지만 공휴일은 아니다. 제헌절을 다시 공휴일로 복원시키자는 법안이 3건 발의되었다. 6월 26일에 임오경 의원, 7월 15일에 윤호중 의원, 7월 16일에는 나경원 의원이 각각 발의했다. 이 법안들은 제헌절을 공휴일로 하자는 내용 말고는 다른 것이 없다. 왜 자꾸 같은 법안이 계속 발의되는 것일까?
▶국경일과 공휴일
공휴일은 주5일제와 관련이 깊다. 주5일제에 대한 기업 부담이 커지자 정부는 공휴일을 줄이기로 했다. 우선 식목일이 2006년부터 공휴일에서 빠졌고, 제헌절은 2008년부터 제외됐다. 한글날의 경우 1990년에 제외됐다가, 2006년엔 국경일로, 2013년엔 공휴일로 재지정되었다.
▶제헌절 공휴일 법안
「공휴일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발의 날짜 순서대로 임오경, 윤호중, 나경원 의원이 발의했다. 제헌절을 공휴일로 지정하자는 내용 외에 다른 내용은 없다. 다만, 그 표현은 조금씩 다르다.
현행 | 임오경(안) 6월 26일 |
윤호중(안) 7월 15일 |
나경원(안) 7월 16일 |
제2조(공휴일) 공휴일은 다음 각 호와 같다. 1. 「국경일에 관한 법률」에 따른 국경일 중 3ㆍ1절, 광복절, 개천절 및 한글날 |
제2조(공휴일) 공휴일은 다음 각 호와 같다. 1. 「국경일에 관한 법률」에 따른 국경일 |
제2조(공휴일) 공휴일은 다음 각 호와 같다. 1. 「국경일에 관한 법률」에 따른 국경일 중 3ㆍ1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및 한글날 | 제2조(공휴일) 공휴일은 다음 각 호와 같다. 1. 「국경일에 관한 법률」에 따른 국경일 중 3ㆍ1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및 한글날 |
제3조(대체공휴일) ① 제2조에 따른 공휴일이 토요일이나 일요일, 다른 공휴일과 겹칠 경우에는 대체공휴일로 지정하여 운영할 수 있다. | - | - | 제3조(대체공휴일) ① 제2조에 따른 공휴일이 토요일이나 일요일, 다른 공휴일과 겹칠 경우에는 그 다음의 첫 번째 비공휴일을 대체공휴일로 한다. |
▶조문이 같은 법안은 접수가 안된다
3개의 법안 모두 제헌절을 공휴일로 하자는 내용인데, 조문의 표현 방식은 조금씩 다 다르다. 왜 그럴까? 국회에서 법안을 발의할 때 먼저 발의된 법안과 조문이 똑같으면 국회 의안과에 접수가 안된다. 한 글짜라도 달라야 접수할 수 있다. 그래서 같은 내용이라 하더라도 의안 접수를 위해 조금씩 표현을 달리하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가장 늦게 발의한 나경원 의원인데, 핵심내용인 제2조 1호는 윤호중(안)과 똑같다. 이렇게는 접수가 안되니 제3조 ①항을 살짝 바꿨다. 자세히 보면 아무 의미없는 내용임을 알 수 있다. 제헌절 공휴일 법안을 발의하기 위한 일념이 정말 대단하다.(이걸 얼마나 고민했을까?)
▶같은 법안을 왜 자꾸 발의할까?
우선, 뉴스 생산을 위해서다. 제헌절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문제는 사회적으로 관심이 매우 크다. 이런 법을 발의하면 일단 뉴스가 된다. 기자들은 앞에 누가 같은 법을 발의했는지는 어떤지는 신경 안쓴다. 특히 제헌절을 앞두고 이런 법안이 발의되면 무조건 기사가 된다.
둘째, 실제로 제헌절이 공휴일로 된다고 가정하면, 법안을 발의한 의원은 그 실적을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제일 먼저 발의한 의원의 실적이 아니라 (대안반영폐기라는 제도 덕분으로)발의 의원 전체의 실적이 된다. 전 국민에게 하루 더 놀 수있는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하면, 홍보용으로는 이만한 상품이 없다.
셋째, 의원의 입법실적을 쉽게 늘릴 수 있다. 실제로 이 법안이 통과가 안되더라도 뉴스로 많이 다루어지면서 법안 발의 실적을 손쉽게 한 건 늘릴수 있다. 통과되기라도 한다면 '도랑치고 가재잡는' 격이 된다.
▶국회법 개정으로 유사·중복 법안 발의 억제해야
국회의원이 누군가 이미 발의한 법안에 대해 본인도 적극 찬성해서 꼭 통과시키고자 한다면, 또는 먼저 발의된 법안에 대해 조금 다른 생각이나 보완 의견이 있다면, 법안을 다시 발의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을까? 아니다. 선행발의 법안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해당 법안을 다루는 위원회 소속일 경우, 위원회 심의과정에서 의견개진을 할 수 있다. 해당 위원회 소속이 아닌 경우에는 <국회법 제61조 (위원이 아닌 의원의 발언청취)> 규정에 따라 의견진술이 가능하다.(참고로 공휴일에 관한 법률은 행안위 소관인데, 발의 의원 소속은 모두 행안위가 아니다. 임오경은 문체위, 윤호중은 기재위, 나경원은 산자위 소속이다.)
다만, 내가 속한 위원회가 아닌 다른 위원회에 출석해서 굳이 발언하는 것이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그래서 만약 국회법을 개정하여 위원이 아닌 의원이 이미 발의된 법안에 대해 서면으로 의견제출을 할 수 있게하고, 해당 내용을 위원회 심의 시 함께 논의하게 한다면, 수많은 유사·중복 법안이 발의되는 낭비를 충분히 막을 수 있다. 국회의원들이 결심하기 나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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