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세법 개정안(안도걸)
결혼하면 300만원을 주는 법안이 발의됐다. 말하자면 정부가 주는 결혼축의금이다. 물론 현금으로 주는 것은 아니다. 내야 할 세금에서 깎아주는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 다 주는 것도 아니다. 일정 소득(급여) 기준 이하만 해당된다.
▶안도걸 의원 발의, 「소득세법」 개정안
"종합소득금액이 7,300만원 이하(근로소득만 있는 경우에는 총급여액이 8,800만원 이하)인 거주자가 혼인한 경우에는 그 혼인한 날이 속하는 과세기간의 종합소득산출세액에서 300만원을 공제한다." 이른바 혼인세액공제다.
▶처음 발의된 법안은 아니다
세액공제 금액이 다르긴 하지만 21대국회에서도 같은 법안이 발의된 바 있다. 조수진 의원(2022년 8월 17일)과 신동근 의원이 발의(2023년 8월 30일)한 소득세법 개정안인데, 일정 기준 총급여액 이하 근로자 등이 결혼할 때 종합소득산출세액에서 100만원을 공제하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이 두 법안은 논의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21대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되었다.
▶정부가 결혼 특별세액공제 추진 방침을 이미 밝혔다
지난 6월 19일, 정부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개최하여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3대분야 15대 핵심과제를 발표했는데, 결혼 특별세액공제 방침도 여기에 포함되어있다.(안도걸 의원의 법안 일의일자는 7월 15일이다)
정부의 '결혼 특별세액공제'는 혼인신고 시 특별세액공제를 도입한다는 내용으로, 적용대상 및 공제금액 등 구체적인 내용은 기획재정부가 2024년 세법개정(안)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발표는 7월 말로 예상된다. 100만원에서 200만원 사이로 예상되고 있는데, 연령기준이나 초·재혼 기준 등이 어떻게 담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이런 와중에 안도걸 의원이 300만원을 주자고 법안을 발의한 것이다.
▶꿈보다 해몽인 정부의 결혼축의금
안도걸 의원은 결혼 세액공제 법안 발의 이유에 대해 '혼수비용 부담 완화와 결혼의 장려'가 목적이라고 했다. 결혼정보업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3년에 결혼한 신혼부부의 평균 비용은 3억 3,050만원 정도였다고 한다. 아마 주택마련 비용이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아무튼 개정안에 따른 300만원은 평균 결혼비용의 0.9%에 해당된다. 이것이 과연 혼수 비용의 부담을 줄여 결혼을 장려할 수 있는 유인이 될 수 있을까?
또한 내야 할 세금으로 돌려받는 방식이므로, 내야 할 세금 자체가 없는 젊은 신혼부부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는 제도다. 2021년 기준으로 약 35.3%에 해당하는 면세점 이하 근로자는 돌려받을 세금 자체가 없다. 특히 연령이 낮아질수록 면세자 비중이 증가하는 일반적 경향을 감안하면, 이 제도가 결혼 예정인 청년층 지원 효과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국회의원들의 상상력이 필요한 이유
정부가 기획하고 발표하는 정책에서는 상상력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결혼 특별세액공제도 지난 2004년에 시행한적이 있는 결혼 소득공제 제도의 연장선에서 쥐어짜낸 대책으로 보인다.(결혼 소득공제는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2008년 세법개정을 통해 폐지되었다) 국회의원이라면 이미 남들이 발의했던 법안을 재탕해서 발의하거나, 정부가 추진하려는 정책에 무임승차에서 입법실적 건수만 늘릴 궁리를 할 것이 아니라, 좀 더 현실적인 정책개발에 앞장서야 하지 않을까? 예를 들면, 정부 및 공공기관에서 공무원들의 결혼을 위해 운영하는 자기들만의 예식공간을 일반인에게 대대적으로 오픈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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