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9일, 국회에서 난데없이 '절도입법' 논란이 터졌다. 「치유관광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해서, 배현진 의원이 김윤덕 의원을 향해 "내 법안을 그대로 베껴 발의했다"고 주장하며 시작된 법안표절 논란이다. 이에 김윤덕 의원은 "중대결함을 고친 입법활동"이라며 반박했다. 절도입법 논란의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표면적으로는 김윤덕 의원의 '승리'다. 그런데 좀 찜찜한 승리다. 왜냐하면 배현진 의원 말이 '틀린 말'은 아니기 때문이다. 앞으로 국회에서 절도입법, 법안표절 문제가 없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배현진 VS 김윤덕' 표절논란을 복기해본다.(본론에 앞서 치유관광산업에 대한 공부 먼저...)
▣ 「치유관광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 개요
이 법안의 주요 개념과 제정배경, 주요내용을 간략히 살펴보자.
▶치유관광 산업
'치유관광'이란 치유관광 자원을 활용하여 건강의 회복과 증진을 도모하고, 삶의 질 향상을 추구하는 관광활동을 말한다. 영어식 표현은 웰니스관광이다. 웰니스(Wellness)는 웰빙(Well-being)·행복(Happiness)·운동(Fitness)의 합성어다. 건강과 치유를 목적으로 하는 활동이다. 그동안 문체부나 지자체는 그냥 '웰니스 관광'이라는 표현으로 사업을 추진해왔다.
▶치유관광산업 육성법 제정 배경
웰니스 관광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관련 산업 규모가 커지면서 지자체에서는 관광객 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웰니스관광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여 운영해왔다. 그러나 법률에서 ‘웰니스관광’에 대한 정의와 대상, 사업 범위, 재정지원 근거 등 제도적 기반이 없어 관광산업으로서 체계적인 육성에 한계가 있었다. 이에 따라 웰니스 관광을 ‘치유관광’으로 정의하고 법적, 정책적 개념을 정립하고자 이 법이 제정된 것이다.
▶「치유관광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의 내용
이 법은 치유관광의 산업적 기반 구축이 목적이다. 이에 따라 치유관광산업의 기본계획 및 시행계획 수립, 치유관광사업자 등록, 우수시설에 대한 인증, 치유관광 전문지원기관, 치유관광산업지구 지정 등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 배현진 VS 김윤덕, 절도입법 논쟁 경과와 결과
치유관광산업 육성법안을 처음 발의한 의원은 배현진 의원이다. 2024년 6월 14일에 발의했다. 이후 8월 26일에 김윤덕 의원도 같은 법안을 발의했다. 문제는 김윤덕(안)이 배현진(안)과 거의 똑같았다는 점이다. 배현진 의원은 자기 법안과 99.9% 동일하다며 표절논란을 제기했다. 실제로 두 법안의 차이는 제2조(정의)와 제20조(치유관광산업지구 지정 등)에서 극히 일부만 달랐다. 아래 <표>는 두 법안의 차이를 요약한 것이다.
치유관광산업 육성법안 | 배현진 안(6.14일) | 김윤덕 안(8.26일) |
제2조(정의) | 2. “치유관광자원”이란 경관, 온천, 음식 등 치유관광에 활용될 수 있는 유형 또는 무형의 자원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원을 말한다. | 2. “치유관광자원”이란 경관, 온천, 음식, 맨발걷기 등 치유관광에 활용될 수 있는 유형 또는 무형의 자원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원을 말한다. |
제20조(치유관광산업지구 지정 등) | ①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치유관광산업을 육성하기 위하여 시 · 도지사(특별자치도지사는 제외한다. 이하 이 조, 제21조 및 제22조에서 같다)의 신청에 의하여 치유관광산업지구를 지정할 수 있다. | ①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치유관광산업을 육성하기 위하여 시 · 도지사(삭제)의 신청에 의하여 치유관광산업지구를 지정할 수 있다. |
김윤덕 의원은 배현진(안)대로라면 특별자치도인 강원도와 전라북도가 치유관광산업지구로 지정될 수 없다며 이는 중대한 결함이고 이를 바로잡아 발의했다고 주장했다.
▶표면적으로 김윤덕 의원이 '승리'한 이유?
이 법안은 소관 상임위인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심의를 거쳐 2025년 3월 5일 문체위 대안으로 의결되었다. 표면적으로 김윤덕 '승'으로 보는 이유는 대안에서 김윤덕(안)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이로서 김윤덕 의원은 법안 발의·처리 실적이 1건 늘었고, 지역구에 가서 "전북을 위한 치유관광 육성법을 통과시켰다"고 자랑할 수 있게 되었다. 아래 <표>는 문체위에서 최종 의결된 대안이다.
구분 | 치유관광산업 육성을 위한 법률(안) 대안 |
제2조(정의) | 2. “치유관광자원”이란 경관, 온천, 음식, 맨발걷기길 등 치유관광에 활용될 수 있는 유형 또는 무형의 자원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원을 말한다. |
제19조(치유관광산업지구 지정 등) | ①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치유관광산업을 육성하기 위하여 시ㆍ도지사의 신청에 의하여 치유관광산업지구를 지정할 수 있다. |
문체위 대안을 보면, 김윤덕(안) 대로 '정의'에 맨발걷기가 추가됐고, '산업지구 지정'에 특별자치도 제외조항이 삭제되었다. 김윤덕 의원의 완벽한 승리다.
김윤덕 의원 발의 '치유관광육성에 관안 법률안' 국회 상임위 통과
김윤덕 의원 발의 '치유관광육성에 관안 법률안' 국회 상임위 통과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인 김윤덕 의원(전북 전주갑)은 5일 대표 발의한 ‘치유관광육성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 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김윤덕 의원이 대표 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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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덕 의원의 '승리'가 찜찜한 이유?
그런데, 만약 김윤덕 의원이 법안을 발의하지 않았다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그렇지 않다. 배현진(안)에서 치유관광산업지구 지정 대상에 "특별자치도"를 제외한 이유는 김윤덕 의원 주장처럼 강원도와 전라북도를 일부러 배제하려고 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별도 관광기금이 있는 제주도만 빼려고 했던 것인데, 강원도와 전북이 특별자치도로 승격된 것을 감안하지 못해 벌어진 실수다. 따라서 이런 실수는 문체위 심의 과정에서 당연히 바로잡히게 된다. 김윤덕(안)이 없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 확실하다. 그래서 이기고도 찜찜한 것이다.
▣ 제2, 제3의 '절도입법' 논란을 기대하며
사실 이 법안을 만든 사람은 배현진도 김윤덕도 아니다. 문체부가 만든 것이고, 최초 발의만 배현진 의원의 이름을 빌린 것이다. 이런걸 '청부입법'이라고 한다. 이런 법안을 가지고 두 명의 국회의원이 표절이냐 아니냐를 따지며 티격태격 하는 것 자체가 코메디다. 아무튼 배현진 VS 김윤덕의 법안 표절 논란은 좀 싱겁게 끝났다. 솔직히 논란이 좀 더 치열하게 가열되기를 기대했다. 그래야 국회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지는 법안표절의 문제에 대해 경종을 울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절도 입법, 청부입법 제조기" 결국 터질게 터졌다
▣ 치유관광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안(배현진, 김윤덕)결국 국회에서 "절도입법" 논란이 벌어졌다. 김윤덕 의원이 발의한 「치유관광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해 배현진 의원이 "내 법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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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도입법 논란이 흐지부지 되면서 법안표절의 심각성도 다시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여전히 많은 의원들이 비슷비슷한 법안을 발의하고 있다. 제2, 제3의 절도입법 논란이 계속 터져 국회의 표절문화를 바꾸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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