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법예고와 행정예고
입법예고 제도는 법령(법률과 명령)을 제정·개정 또는 폐지할 때 국민들에게 미리 알리고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다. 법이라는게 국민의 권리·의무 또는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행정예고도 같은 취지인데, 다만 행정예고의 대상은 훈령·예규·고시 등 정책이나 제도라는 차이가 있다. 간혹 국회의원들이 '법안발의 예고'를 하는데 그건 뭐고, 왜 하는 것일까?
▶대한민국 법령 체계
본론에 앞서 우선 우리나라의 법령체계를 간단히 이해하고 갈 필요가 있다.
대개 아는 내용이지만, 우리나라 법령은 최상위의 헌법부터 법률, 대통령령, 총리령·부령, 행정규칙·자치법규로 체계화되어 있다.
- 헌법은 대한민국의 최상위 법규범이다. 국민의 권리·의무, 국회의 권한과 직무, 정부구조, 법원 등 가장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한다. 하위의 모든 법령은 헌법에 근거해야 한다. 만약 법령이 헌법에 위반될 경우, 헌법재판소가 위헌여부 등을 결정한다.
- 법률은 국회에서 제정되는 법이다. 법률 제·개정을 위한 법률(안)은 정부와 국회의원이 제안할 수 있다. (대통령이 발령하는 긴급명령이나 국가간 체결한 조약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 대통령령은 법률의 시행을 위해 각 중앙행정기관에서 만든다. 보통 시행령이라고 한다.
- 총리령과 부령은 법률과 대통령령의 시행을 위해 만든 것이다. 시행규칙이라고 한다. 총리소속 기관(인사혁신처, 법제처 등)이 만들면 총리령, 각 중앙행정기관에서 만들면 부령이다.
- 행정규칙은 행정기관 내부에서 직무수행이나 업무처리기준을 제시할 목적으로 제정한다. 훈령·예규·고시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 자치법규는 지방자치단체가 제정한다. 보통 조례라고 부른다.
▣ 입법예고
입법예고는 법령 제·개정을 미리 예고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다. 앞서 말한 것처럼 법률 제·개정(안)은 정부와 국회의원 모두 제안할 수 있기 때문에 '입법예고'도 정부입법 절차와 의원입법 절차로 나뉜다.
▶정부입법 절차
우선 정부가 법률 및 명령(대통령령, 총리령, 부령) 제·개정을 추진하는 절차는 아래 그림과 같다.
정부입법 절차에서 입법예고는 법령 제·개정안을 입안(기획)하여 관계기관 협의를 거친 후 규제심사를 하기 전에 이루어진다. 입법예고 기간은 보통 40일 이상으로 한다. 이 기간 중 국민 누구나 법령(안)에 대한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 입법예고 방법은 관보 공고, 신문·방송 등을 이용하는데, 보통 통합입법예고시스템 '국민참여입법센터'를 활용한다. 여기에서 의견제시도 가능하다
국민참여입법센터
중앙부처기관 고용노동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교육부 국방부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농림축산식품부 문화체육관광부 법무부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해양수산부 행정안전부 환경부 식품
opinion.lawmaking.go.kr
▶의원입법 절차
국회의원이 법률 제·개정(안)을 발의한 경우의 처리절차는, 정부입법 절차보다는 훨씬 단순하다.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률안도 입법예고 절차가 있는데, 소관 상임위에 회부된 법안에 대해 위원회 심사 전 입법예고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개정안은 10일 이상, 제정안은 15일 이상 예고기간을 둔다. 의원발의 법안에 대한 의견제시는 국회 입법예고시스템을 통해 할 수 있다.
▣ 행정예고
행정예고는 (정부)입법예고와 같은 개념인데, 대상만 다르다. (정부)입법예고가 법령 즉, 법률, 대통령령, 총리령·부령에 대한 것이라면 행정예고는 행정규칙의 제·개정에 대한 예고와 의견수렴 절차를 말한다. 입법예고와 행정예고의 개념 및 구분은 「행정절차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 제41조(행정상 입법예고) ① 법령등을 제정ㆍ개정 또는 폐지(이하 “입법”이라 한다)하려는 경우에는 해당 입법안을 마련한 행정청은 이를 예고하여야 한다.
- 제46조(행정예고) ① 행정청은 정책, 제도 및 계획(이하 “정책등”이라 한다)을 수립ㆍ시행하거나 변경하려는 경우에는 이를 예고하여야 한다.
행정규칙은 훈령·예규·고시 등을 말한다. 행정예고의 알림이나 의견수렴은 입법예고와 마찬가지로 국민참여입법센터를 활용한다.
행정규칙은 각 부처에서 정책, 제도 및 계획을 수립·시행하거나 변경하고자 하는 경우 실시한다. 행정규칙이 법령상 하위체계에 있지만 국민생활에 상당한 영향을 주거나 이해가 상충되는 경우가 많다. 평소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 "법안발의 예고"는 뭘까?
이상으로 입법예고와 행정예고에 대해서 알아봤다. 그런데 "법안발의 예고"라는 말이 있다. 좀 생소한데, 아래와 같은 경우에 쓰인다.
국회의원이 법안을 발의할 때 '발의예고'를 할 필요는 없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의원이 법안을 발의하면 상임위 심사 전에 '입법예고' 절차가 있다. '발의예고'라는 말은 그냥 언론플레이를 위한 정치적인 용어다. 문제는, 그래서 실제로 법안을 발의했냐는 것이다.
나경원 의원의 경우 안했다. 국회의원의 법안 발의 정보는 위 <그림>처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외국인 임용 제한법'은 예고한지 시일이 얼마 안됐다고 치더라도, 2주전에 예고한 딥시크 제한법도, 작년 6월에 예고한 '의회독재 방지법'도 예고만 했지 실제로 발의한게 없다.
▣ 국회의원 법안을 다루는 언론에 대한 당부
국회의원의 법안을 다루는 기사에서 '발의예고'와 '발의'를 구분없이 사용하는 경우가 비교적 많다. 언론에서 '발의'라고 기사를 쓰면 일반 사람들은 그냥 '발의했다'고 생각한다.
발의와 발의예고는 정확하게 구분해서 표현해주는 게 맞다. 나아가 국회의원 법안의 발의 예고 또는 예정에 대한 기사는 가급적 다루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의원이 발의한 법안의 정확한 내용을 가지고 분석해서 평가해도 늦지않다. 그렇지 않으면 오보를 생산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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