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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

일회용컵 보증금제, 세계 어디에도 이런 제도 없다?

by 레몬컴퍼니 2024. 10. 8.

▣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주호영)

'일회용컵 보증금제'란 커피판매점 등에서 플라스틱 컵에 보증금을 부과하고, 이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제도다. 이를 위해 2020년 6월 9일,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였고, 2022년 6월 10일부로 시행예정이었다. 그러다가 시행이 6개월 유예되었고, 결국 대상 지역 및 업종이 세종·제주의 100개 이상 프렌차이즈 가맹사업장으로 축소되었다. 나아가 이 제도의 시행을 지자체의 조례에 위임하는 법안이 발의되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이 제도의 확대를 위한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하고, 반대 측은 사실상 1회용컵 보증금제의 전국 확대시행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평가한다.

일회용컵 보증금제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 & 일회용컵 보증금제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COSMO)는 유리병이나 1회용 컵 등 보증금 대상 용기의 회수, 재활용의 촉진을 위해 2021년 6월에 설립된 관리기관이다.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 사업목표

COSMO 홈페이지에서 소개하는 일회용컵 보증금제 이용 절차는 아래 그림과 같다.

1회용컵 보증제 이용 절차

▶1회용컵 보증금제 시행연혁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여 시행되는 제도다.

① 법률 개정

2020년 6월 9일, 동 법률의 공포를 통해 1회용컵 보증금제의 시행이 확정되었다. 이 법률의 핵심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업종 규모에 해당하는 사업자가 1회용 컵을 사용할 경우 자원순환보증금을 제품가격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시행예정일은 공포 후 2년이 경과한 2022년 6월 10일이었다.

제15조의2(빈용기·1회용 컵의 자원순환 촉진)
① 용기·1회용 컵(이하 "용기등"이라 한다)의 회수, 재사용이나 재활용 등을 촉진하기 위하여 다음 각 호의 경우에는 출고, 수입 또는 판매가격과는 별도의 금액(이하 "자원순환보증금"이라 한다)을 제품 가격에 포함시켜야 한다. 
1. (생략)
2. 1회용 컵을 다량으로 배출하는 사업자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업종·규모에 해당하는 사업자가 1회용 컵을 사용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제품을 판매하는 경우

② 시행 유예

제도 시행을 앞두고 가맹점들은 제도 시행 유보를 요구했다. 1회용품 사용량 감축 정책 취지에는 동의하면서도 가맹점이 직간접적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동 제도 도입에 추가인력을 고용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환경부는 제도 시행 20여일을 앞두고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을 6개월 유예하였다.

③ 시행령 & 시행규칙 제정

환경부는 동 법률 시행령 제17조(자원순환보증금 부과대상 용기 등)에서 이 제도의 대상 사업장을 100개 이상의 프랜차이즈 가맹사업장으로 완화했다. 또한 적용 시점에 대해서는 「1회용컵 보증금대상사업자 지정 및 처리지원금 단가 고시」 부칙  제2조(1회용 컵 보증금대상사업자에 관한 적용례)에서  제주와 세종은 2022년 12월 2일로 정하고, 나머지 지역에 대해서는 3년 이내에 환경부장관이 정하도록 했다.

④ 감사원 감사

1회용컵 보증금제에 대한 공익감사(2022.7.1.) 청구에 대해 감사원은 환경부가 제도 시행에 필요한 하위 법령과 고시를 마련하지 않아 제도시행에 차질이 발생했다며, “법 개정 취지에 부합하게 1회용컵 보증금제를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하도록 시정요구했다.

⑤ 21대국회 권명호 의원, 법률 개정안 발의

2023년 8월 25일, 권명호 의원은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1회용컵 보증금제도의 시행 및 대상 사업자 지정을 지자체 조례에 위임하고, 환경부장관은 이에 대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사실상 1회용컵 보증금제의 전국 시행을 포기하는 법안이다. 이 법안은 별다른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한채 21대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폐기되었다.

▶주호영, 일회용컵 보증금제 지자체 위임 법안 발의

2024년 10월 4일, 주호영 의원은 다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이는 앞서 설명한 21대국회 권명호 의원이 발의했던 법안과 동일한 법안이다. 비슷한 법안이 아니라 같은 법안이다. 1회용컵 보증금제 시행을 지자체의 조례에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주호영 의원 대표발의_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
주호영_김소희_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

좀 눈에 띄는 것은 김소희 의원이 이 법안에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다는 것인데, 김소희 의원은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기후 전문가로 영입한 비례대표 의원이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고자 설립된 비영리단체 '기후변화센터'의 사무총장을 역임하였다. 1회용컵 보증금제는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탄소제로 정책의 하나로 알고 있는데, 기후위기 전문가가 법률에 의거한 이 제도의 전국적 확대시행에 부정적이다? 좀 미스테리하다.

▶환경부의 입장은?

환경부는 지자체별로 1회용컵 보증금제 시행여부와 대상범위를 결정하는 것이 이 제도의 확대 시행을 위한 현실적 대안이라는 입장이다. 제도 시행 과정에서 소상공인 매장의 부담·불편이 상당하며, 업종별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어, 일률적으로 전국 시행시 많은 혼란과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자체의 입장은?

21대국회에서 권명호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대해 서울시, 경기도 등 14개 지자체는 지자체 조례로 정할 경우 소비자 혼란을 야기하고, 지역별 참여대상 간 형평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 정부 정책의 신뢰도가 낮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지자체 자율에 맡긴다면 이러저러한 이유로 제도를 시행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우려다. 다만, 정읍시, 합천군 등 일부 지자체는 각자 판단에 따라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아니다

보도에 따르면, 김완섭 환경부장관은 2024년 9월 기자간담회에서 1회용컵 보증금제에 대해 “취지는 좋지만 지속가능한지는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제가 알기론 세계에서 이런 제도 하는 나라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시간을 좀 거슬러 가보자. 일회용컵 보증금제 법안은 2017년 6월 15일, 박인숙(당시 바른정당) 의원이 발의했고, 2018년 4월 20일, 문진국(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이 좀 더 구체적인 내용으로 추가 발의했다. 사실 2020년에 1회용컵 보증금제 도입을 위한 법안 심사를 할 때 환노위 소속 위원들 사이에서는 우려가 많았다. 2020년 5월 8일 환노위 법안소위의 한 대목이다.

2020년 5월 8일 환노위 법안소위 회의록

신보라 의원(당시 미래통합당)이 이 제도의 효율성, 위생문제, 관리체계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며 대안이 마련된거냐고 질의했을 때, 홍정기 환경부 차관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다. "세계에서 아무도 하지 않는 제도"를 그 때 환경부는 왜 그렇게 하려고 했을까?(자세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아무튼 기후위기의 심각성에는 모두 동의하지만 막상 쉬운 정책은 하나도 없다. 그중에서 1회용컵 안쓰는 일은 그나마 쉬운일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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