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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

검사징계법, 법을 없애는 법

by 레몬컴퍼니 2024. 8. 7.

▣ 「검사징계법」 폐지법률안(박은정)

현실과 맞지 않는 벌률을 없애려면 어떻게 할까? 당연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폐지 법률안'을 발의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법률안의 입안 유형은 4가지인데 제정, 전부개정, 일부개정 그리고 폐지다. 국회의원들이 발의하는 대부분의 법안은 '일부개정 법률안'이고 '폐지 법률안'은 아주 드문 사례다.

▶법률안의 입안유형

①제정

제정이라는 말 자체가 제도나 법률 등을 만들어 정한다는 뜻이다. 제정 법률안은 새로운 사항을 별도의 법률로 만드는 것이다.

22대 국회 발의 법안 중, 정서행동위기학생 지원에 관한 법률안(강경숙), 은퇴자마을·도시 조성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맹성규·이양수), 일하는 사람 기본법안(김주영) 등이 제정 법률안에 해당된다.

 

②전부개정과 일부개정

기존의 법률을 개정하는 경우 그 범위 및 정도에 따라 '전부개정'과 '일부개정' 방식으로 나뉘는데, 일부개정은 기존 법률의 일부를 바꿔서 현행법에 흡수시키는 방식이고, 전부개정은 기존 법률의 상당 부분을 바꿔 새로운 법률체계를 구성하는 방식이다. 보통 기존 법률의 핵심 내용을 근본적으로 개정하여 해당 법률의 많은 부분에 걸쳐 이를 정비할 필요가 있을 경우 전부개정 방식이 적용된다.

 22대 국회의 전부개정 법률안 사례로는, 국민투표법 전부개정법률안(김영배),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법률안(김윤덕),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법률안(박상혁) 등이 있다.

 

③폐지

법률의 폐지는 해당 법률의 목적이 달성되었거나 반대로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때 추진된다. 폐지방식에는 그냥 없애는 '폐지방식'과 기존 법률을 폐지하면서 동시에 유사한 법률을 새로 제정하는 '폐지·대체방식'이 있다.

22대 국회에서는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폐지법률안(박충권),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폐지법률안(김은혜), 종합부동산세법 폐지법률안(김은혜), 건전가정의례의 정착 및 지원에 관한 법률 폐지법률안(이수진), 검사징계법 폐지법률안(박은정) 등 총 5건의 폐지법률안이 발의되었다.

▶박은정 의원 발의, 「검사징계법」 폐지법률안

박은정 의원 프로필_출처: 대한민국국회 홈페이지

보통 공무원의 징계는 「공무원 징계령」에 따라 정해지는데, 검사의 경우 행정부 공무원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검사징계법」이라는 별도 법률을 통해 징계를 받고 있다. 그래서 ‘제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바, 검사에 대한 징계도 일반 공무원과 같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검사징계법」을 폐지하자는 것이다.

박은정_검사징계법 폐지 법률안

'폐지 법률안'의 모양은 이렇게 생겼다. 검사징계법을 폐지하고, 「검찰청법」을 함께 개정해서 검사의 징계에 관하여 절차 및 구성·권한·심의절차 등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검사징계법」의 주요 내용

검사는 「검사징계법」에 따라  ①「검찰청법」 제43조 위반, ②직무상 의무 위반 등, ③검사로서의 체면이나 위신 손상에 대해서 해임·면직·정직·감봉·견책 5가지 종류의 징계를 받는다. 일반 검사에 대한 징계는 검찰총장이 청구할 수 있고, 징계심의는 법무부에 설치된 검사 징계위원회에서 이루어진다. 징계위원회는 총 9명으로 구성되며 위원장은 법무부장관이다. 보통 검사징계법이 '제식구 감싸기'로 비판받는 대목은, 검사에 대한 징계요구를 검찰총장만이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징계 청구 여부가 검찰총장의 의사에 따라 결정되므로 검사에 대한 징계청구가 소극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이유다.

검찰청법 제43조(정치운동 등의 금지) 검사는 재직 중 다음 각 호의 행위를 할 수 없다.
1. 국회 또는 지방의회의 의원이 되는 일
2. 정치운동에 관여하는 일
3. 금전상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일
4. 법무부장관의 허가 없이 보수를 받는 직무에 종사하는 일

▶「검사징계법」 폐지 시도는 처음인가?

아니다. 21대 국회에서도 같은 취지와 목적으로 검사징계법 폐지 법률안이 발의된 바 있다. 최강욱 의원이 발의했다.

21대국회_최강욱_검사징계법 폐지법률안 처리경과

그래서 어떻게 되었을까? 그냥 발의만 되었다. 단 한번도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고, 그냥 21대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되었다. 폐지법안이 폐기되었다.

▶22대 국회에서는 폐지가 가능할까?

21대 국회에서 최강욱 의원이 발의한 검사징계법 폐지법률안에 대해 인사혁신처는, 「검사징계법」을 폐지하더라도 다른 특정직 공무원의 인사관계 법률처럼 징계절차, 징계위원회, 징계종류 등 기본적인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포괄 위임하기보다는 '검사 인사관계 법률'에 규정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반대한다는 뜻이다.

검사징계법 폐지법률안 처리 가능할까?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국회에는 민주당 대 국민의힘, 진보진영 대 보수진영의 구도 외에도 '법조인 대 비법조인'의 구도가 전체적인 의사결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경향이 있다. 여·야를 떠나 진보·보수를 떠나 법조인 출신 의원들은 그들만의 리그가 따로 있는듯한 느낌이다. 그렇다보니 검사, 변호사 등과 관련된 법안들은 발의되더라도 잘 처리되지 않는다. 특히 변호사의 업역을 조금이라도 침범하는 법안들은 절대로 처리되지 못한다. 검사징계법 폐지라...글쎄올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