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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

경력'단절'여성 대 경력'보유'여성

by 레몬컴퍼니 2024. 10. 31.

▣ 「여성의 경제활동 촉진과 경력단절 예방법」 등 개정안(이연희)

보통 '경단녀'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경력단절여성이란 임신·출산·육아 등의 이유로 직장을 그만두었으나 재취업할 의사가 있는 여성을 말한다. 경력'단절'여성이라는 표현을 경력'보유'여성으로 바꾸자는 법안 4건이 발의되었다. 「여성의 경제활동 촉진과 경력단절 예방법」, 「양성평등기본법」,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그리고 「조세특례제한법」 이상 4건이다.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단절'에 담긴 부정적 인식때문이다. '단절'을 '보유'로 바꾸자는 것인데, 그렇게 쉽게 결정될 사안은 아닌듯 하다.

경력단절여성 대 경력보유여성

▶'경력단절여성'의 정의와 연혁

경력단절여성의 정의에 대해서는 「여성의 경제활동 촉진과 경력단절 예방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법적으로 '경단녀'란 혼인·임신·출산·육아 등을 이유로 경제활동을 중단한 여성 중에 취업을 희망하는 여성을 말한다. 경제활동을 한 적이 없는 여성 중 취업을 희망하는 여성도 경력단절여성에 포함된다. 이 용어는 2007년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 시 법에 처음으로 규정되었고, 이후 2008년에 「경력단절여성 등의 경제활동 촉진법」이 제정되었다.

▶'경력보유여성'으로 변경 필요성과 문제점

ⓛ 필요성

이연희 의원이 경력단절여성을 경력보유여성으로 바꾸는 법안을 낸 이유는 무엇보다 '단절'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이다. 단절이라는 용어 자체에는 ‘경력 공백으로 인한 능력 저하’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어, 기업들로 하여금 경력단절여성의 채용 기피 현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단절' 대신 여성의 "경험·역량·전문성"을 부각시킬 수 있는 '보유'를 써서 '경력보유여성'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여성 고용의 가치를 재정립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연희 의원

② 문제점

법률에서 '경력단절여성'을 규정한 이유는 경력단절의 심각성과 중요성을 알리고 여성이 임신·출산·육아 등의 이유로 노동시장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그래서 일부러 '단절'이라는 용어를 채택하고 이에 대한 국가적인 정책대안을 모색하도록 했다. 그런데 느낌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단절'을 '보유'로 바꾸어 경력보유여성으로 규정한다면 법률의 취지나 국가의 정책적 목표가 오히려 불분명해지는 역효과가 있을 수 있다. 또한 실질적으로 달라지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그저 이름만 바꾸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에 대한 의문도 있다. 더구나 그 이름이 이미 사회적으로 널리 통용되고 있는 것이라면 이를 바꾸는 것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21대국회에서 동일법안 폐기

경력단절여성을 경력보유여성으로 바꾸자는 법안은 21대국회에서도 이미 발의된 바 있다. 김민석 의원이 「경력단절여성 등의 경제활동 촉진법」 개정안(2021-12-20) , 박광온 의원이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2023-1-31), 진성준 의원 「양성평등기본법」 개정안(2023-4-10) 을 발의하여 '경력보유여성'으로의 개명을 주장했다.

21대국회_경력단절여성 명칭변경 법안 발의_김민석_진성준

그러나 모두 제대로된 논의 한번 하지 못하고 임기만료로 폐기되었다. 22대 국회에서 21대국회 폐기법안을 그대로 다시 발의하는 사례가 많은데, 최소한 왜 폐기되었는지에 대해 한번쯤은 검토해보고 재발의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단절→보유' 변경 찬성 의원

취지는 이해하나 현실적으로 개정 실익이 별로 없을 것 같지만, 그래서 21대국회에서도 별다른 논의 없이 폐기되었다고 생각하지만, 문제는 단절을 보유로 바꿔 경력보유여성으로 부르자는데 찬성하는 의원이 생각보다 많다. 이연희 의원이 발의한 4건의 법안 기준으로 이에 찬성하는 의원은 민주당 33명에 조국혁신당 조국 의원까지 해서 총 34명이나 된다.

경력단절여성 명칭 변경 찬성의원(가나다 순)
(대표발의)이연희, (공동발의)김남희, 김윤덕, 김정호, 김한규, 맹성규, 문금주, 문진석, 민형배,박상혁, 박정, 박홍배, 복기왕, 손명수, 어기구, 윤종군, 윤후덕, 이기헌, 이정문, 이춘석, 임광현, 임미애, 임호선, 정성호, 조국, 조인철, 최기상, 한민수, 한준호, 허영, 허종식, 홍기원, 황정아, 황희

공동발의 의원의 숫자로만 보면 실제로 이 법안이 상정되어 심의가 개시될 경우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예측하기 쉽지않다.  

▣ '보여주기 식' 보다는 '실질적 개선' 필요

이미 명칭을 바꾼 자치구가 있다. 서울 성동구인데, 2021년 11월에 조례를 개정하여 ‘경력단절여성'을 '경력보유여성’으로 변경했다. 여성들이 수행한 돌봄노동을 경력으로 인정하여 구청장의 ‘경력인정서’를 발급하도록 했다. 아무튼 그래서? 이름을 바꿔서 경력단절여성의 재취업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을까? 글쎄다. 그저 보여주기식 이벤트보다 실질적으로 시민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구상에 더 전념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