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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발의

구속된 국회의원도 월급 받을까? (feat.법안처리절차)

by 레몬컴퍼니 2025. 2. 21.

▣ 「 국회의원 보좌직원과 수당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김희정, 서천호, 최수진, 한정애, 조지연)

국회의원이 구속되면 월급을 받을까? 받는다. 의원이 회의에 안나오거나 징계를 받을 경우 약간 감액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미미하다. 구속돼도 월급이 중단되지 않는다. 국민의힘 조지연 의원이 '금고형 확정 이상 의원의 수당 등을 환수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언론은 조의원이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몸소 실천하는 것처럼 보도하고 있는데, 정말 그럴까?

구속된 국회의원도 월급을 받을까_국회 법안처리절차

▶국회의원의 월급 구조

우선 국회의원의 월급 구조를 간단히 살펴보자. 사실은 국회의원이 받는 돈을 '월급'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옛날에는 '세비'라고 불렀는데, 지금은 보통 '수당'이라고 부른다.

국회의원 월급 구조_출처: 국회운영위 검토보고서

아무튼 국회의원에게 월급 성격으로 매월 지급되는 돈은 크게 수당,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가 있다. 수당은 말 그대로 월급이고, 입법활동비와 특별활동비는 입법활동 지원 경비라고 보면 된다.

▶국회의원 발의 법안의 처리절차

조지연 의원의 법안을 이해하려면 먼저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안의 처리 절차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의원이 법안을 발의하면 우선 소관 위원회로 보내진다. 이를 회부라고 한다. 상임위에 회부된 법안은 전체회의에 상정하여 제안설명 및 검토보고를 받고, 대체토론 뒤 법안 소위원회 회부된다.

발의→소관 상임위 회부→상임위 전체회의 상정(제안설명, 검토보고, 대체토론)→법안 소위원회 회부(상정→축조심사→의결)→상임위 전체회의 보고→상임위 의결→법사위 회부·상정→법사위 법안소위 회부(상정→체계자구심사→의결)→법사위 전체회의 의결→본회의 회부→본회의 상정·의결

소위원회에서는 다시 <상정→축조심사→의결>의 과정을 거쳐 상임위 전체회의에 보고한다. 상임위에서 의결된 법안은 법사위로 보내지고 법사위에서도 상임위와 같은 과정을 다시 반복한다. <법사위 전체회의 회부·상정→법사위 소위 회부→상정→의결> 그렇게 법사위를 통과한 법안이 본회의로 회부되어 의결되면 정부로 이송해 공포하고 시행된다.

법안처리절차_출처: 국회홈페이지

요약하면,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상임위→법사위→본회의를 통과해야 시행된다. 상임위와 법사위 단계에서는 각각 법안 소위원회의 의결이 필요하다.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때까지의 과정 중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단계가 상임위 소위원회의 의결이다. 이 고비를 넘은 법안은 대체로 본회의까지 가서 통과되지만, 여기를 넘지 못하면 거의 처리될 가능성이 없다.

▣ 조지연 발의, 「국회의원 보좌직원과 수당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언론에서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로 다루는 조지연 의원의 법안은 "국회의원이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공소제기 때부터 재판 확정일까지 지급된 수당과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를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문제는 이미 같은 법안이 발의되어 심사가 한창 진행중이라는 점이다. 작년 6월에 김희정 의원이 발의했다.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다.

국회의원 수당법 개정안_김희정_조지연

김희정(안) 2024-6-5 발의 조지연(안) 2025-2-19 발의
제14조의2(수당 등의 환수)
①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국회의원 또는 국회의원이었던 사람에 대하여는 공소가 제기된 날부터 재판이 확정된 날까지 지급된 제7조, 제11조 및 제12조에 따른 수당, 입법활동비 및 특별활동비를 환수한다.
제14조의2(수당의 환수)
의원이 법원의 판결(의원의 임기 중 또는 임기 전에 범한 범죄행위로 인한 형사재판으로 인한 경우를 말한다)에 의하여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는 경우에는 공소제기된 날부터 재판이 확정된 날까지 지급된 제7조, 제11조 및 제12조에 따른 수당, 입법활동비 및 특별활동비를 환수한다.

조지연(안)에 뭐라뭐라 몇 줄이 더 들어가 있긴 한데 별 의미없다. 김희정(안)과 같은 내용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국회의원이 구속되면 아예 수당지급을 금지하도록 하는 법안도 발의되어 심사중이다. 이미 진도가 많이 나갔다.

국회의원 수당법 개정안_서천호_최수진_한정애

구 분 서천호(안) 최수진(안) 한정애(안)
발의일자 2024-6-28 2024-7-3 2024-7-26
수당등의 지급 중지 사유 국회의원 구속 국회의원 구속 국회의원 공소 제기된 후 구금
지급 중지되는 수당등의 범위 수당 수당 수당
입법활동비 입법활동비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 특별활동비 특별활동비
    입법 및 정책개발비
지급 중지 수당 등의 소급지급 무죄, 면소, 공소기각의 판결 또는 결정이 확정된 때

▶국회의원 수당 관련 법안 심사경과

조지연 의원 전에 발의한 법안의 심사는 지금 어디까지 와 있을까? 김희정, 서천호, 최수진, 한정애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소관 상임위인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이미 심의가 끝나 법사위까지 넘어간 상태다. 현재까지의 심사경과는 아래와 같다.

  • 2024년 8.27일 /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 상정(제안설명, 검토보고, 대체토론)
  • 2024년 9.9일 / 운영위 법안 소위원회 회부
  • 2024년 10.28일 / 소위원회 상정·축조심사·의결(대안반영폐기)
  • 2024년 10.31일 / 운영위원회 전체회의 상정 의결(대안반영폐기)

▣ 국회 운영위원회 대안

이 부분에서도 국회에서 사용하는 몇 가지 용어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겠다.

★대안반영폐기: 국회의원의 발의 법안 내용 중 일부 또는 전부를 위원회(대안)에 반영하고, 각 의원의 법안은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고 폐기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국회에서는 '반영' 쪽에 좀 더 비중을 두어 '대안반영폐기'는 통과 법안으로 간주한다.(의원들의 유사법안 발의가 많은 이유가 대안반영폐기 때문이다)
★대체토론: 위원회가 안건을 심사할 때 안건 전체에 대한 문제점과 당부(當否)에 관해 하는 일반적인 토론이다.
★축조심사: 대체토론과 다소 대비되는 개념인데, 의안을 한 조항씩 낭독하면서 심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법안 조문에 대한 정밀심사라 생각하면 된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국회 운영위원회는 2024년 10월 31일, 전체회의를 열어 김희정, 최수진, 서천호, 한정애 의원이 발의한 「국회의원의 보좌직원과 수당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심사해 통합·조정한 대안을 만들었다.(각각 의원의 개별 법안은 대안반영폐기됐다) 대안의 주요 내용은 "국회의원에 대한 무노동무임금 원칙 적용 및 지방의회의원 수당 등 지급 제한과의 균형성 제고를 위해 국회의원이 공소 제기 후 구금된 경우 그 기간 동안 수당, 입법활동비 및 특별활동비의 지급을 중지하고 무죄 확정판결 시 소급해 지급"하는 내용이다.

▶법사위에서는 왜 심사가 중단되었나?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결된 법안은 이제 법사위원회로 보내졌고, 법사위에서 체계자구 심사만 거치면 본회의로 간다. 최종 목적지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런데 어라? 법사위에서 멈췄다.

국회의원 수당 법안(운영위 대안)_법사위 처리 경과

위 <그림>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법안 처리경과다. 보다시피 「국회의원의 보좌직원과 수당 등에 관한 법률」 대안은 2024년 11월 1일, 법사위로 회부되었는데 거기서 멈춰있다. 회부된 지 거의 4달이 다 되어가는데 법사위에서는 전혀 심사를 하지 않고 있다. 이게 법사위 체계자구심사의 함정이다.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는 원래 법률상 용어나 다른 법률과의 충돌 여부 등을 검토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법사위가 체계자구심사를 명분으로 다른 위원회 의결 법안을 법사위에 붙들어놓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때문에 법사위의 월권이라는 지적이 많다.

법사위에서 심의를 중단하고 있는 이유는 잘 모르겠다. 바빠서일 수도 있고, 다른 이유일 수도 있고... 법사위원장 정청래 의원에게 물어봐야 한다.

▣ '무책임'하거나 '비양심'이거나 둘 중 하나

국회의원 발의 법안의 처리 절차를 함께 설명하려다보니 좀 길어졌다. 요약하면,

  1. 조지연 의원은  '금고형 확정 이상 의원의 수당 등을 환수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2. 그런데 이미 같은 내용의 법안이 발의돼 있는 상태고, 환수가 아니라 지급을 중단하는 법안도 여러건 발의돼 있다.
  3. 조지연 의원보다 먼저 발의된 법안들은 이미 상임위 심사가 끝나 대안이 만들어져 법사위로 갔다.(2024년 11월 1일)
  4. 법사위에서는 체계자구심사를 명분으로 이 법안의 처리를 미루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뒤늦게 조지연 의원이 국회의원 수당 환수 운운하며 법안을 발의한 것은 둘 중 하나다. 첫째, 관련 법안의 발의 및 심사경과도 확인하지 않고 발의한 것이라면 무책임한 것이다. 둘째, 그것을 알고도 발의한 것이라면 비양심적인 것이다. 조지연 의원의 법안을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로 포장해서 써주는 기사는...반성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