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 헬스케어 진흥 및 보건의료정보 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안」(안상훈)
국회의원이 발의하는 법안 중 취지와 목표는 물론 내용도 유사한데, 소관 위원회가 다른 경우가 있다. 흔한 경우는 아닌데,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법률(안)이 여기에 해당된다. 21대 국회에서 이 법안은 복지위, 산업위, 과방위에 각각 발의되었다. 물론 처리되지는 못하고 폐기되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졌을까? 디지털 헬스케어 거버넌스 주도권을 두고 보건복지부와 산업자원부가 각각 자기들이 우위를 차지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 샅바싸움은 22대 국회에서도 이어질 듯 하다.
▶디지털 헬스케어란?
디지털 헬스케어란 디지털 기술과 건강관리를 융합한 개념이다. 건강하고 질 높은 삶을 위해서 4차 산업혁명시대의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컴퓨팅, 사물인터넷, 메타버스 등 디지털 기술을 융합한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이 국가의 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현황
정부는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지원하기 위해 2021년 보건복지부·산업통상자원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정밀의료SW 선도계획”(‘21.8.13),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개인 건강정보 활용 지원 방안”(‘21.12.21), “코로나19 시대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재정투자방향”(‘22.1.18)을 발표하였고, 2022년에는 “디지털헬스케어 서비스 산업 육성 전략(‘22.2.24)”을 발표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법률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을 독립적으로 관장하는 별도의 법률은 아직 없다. 제약, 의료기기, 첨단 바이오 의약품 등 분야별로 개별법이 있을 뿐이고,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연구개발은 「국가연구개발혁신법」 등 국가 연구개발 관련 법령으로 관리·지원되고 있다. 이에 디지털 헬스케어의 진흥과 종합정책 수립 등을 위한 별도의 법률제정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다.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21대국회 법률(안)
21대 국회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지원 및 진흥을 위한 법안이 5건 발의되었으나, 모두 임기만료로 폐기되었다. '스마트 헬스케어' 또는 '융복합 헬스케어'라는 식으로 용어는 다르지만 본질적인 목표와 취지는 유사하다.
하나 좀 특이한 것은 다 비슷한 디지털(스마트) 헬스케어 법안인데 소관 위원회가 다르다. 대표적으로 정태호(안)은 산업통산자원중소벤처기업 위원회 소관, 강기윤·신현영(안)은 보건복지위원회 소관, 박성중(안)은 과학기술정보통신방송위원회 소관이다. 왜 이런일이 벌어질까?
▶의원별 디지털 헬스케어의 정의
디지털 헬스케어의 정의도 비슷해 보이지만 소관 위원회 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다. 산업위 소관 정태호(안)은 건강관리 서비스를 강조하는 반면, 복지위 소관 강기윤(안)에서는 보건의료 데이터와 질병 예방을 강조한다. 과방위 소관 박성중(안)은 헬스케어 기술을 강조하고 있다.
대표발의 | 소관위 | 디지털 헬스케어 '정의' |
정태호 | 산업위 | “디지털헬스케어”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개인의 건강과 관련된 정보를 수집ㆍ분석하고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
박성중 | 과방위 | “스마트헬스케어기술”이란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개인의 건강 및 질병과 관련된 정보를 수집ㆍ분석ㆍ관리하고 맞춤형 의료서비스 및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을 말한다. |
강기윤 | 복지위 | “디지털 헬스케어”란 「지능정보화 기본법」에 따른 지능정보기술과 보건의료데이터를 활용하여 질병의 예방ㆍ진단ㆍ치료, 건강관리, 연구개발 및 사후관리 등 국민의 건강증진에 기여하는 일련의 활동과 수단을 말한다. |
이런 차이는 그냥 우연히 생긴 것이 아니라 디지털 헬스케어 거버넌스를 차지하기 위한 부처 별 신경전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거버넌스는 내꺼야!
① 보건복지부
보건복지부는 보건의료 정보 및 데이터 정책과 긴밀한 연계를 통해서 내실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정책을 추진해나가야 하기 때문에 거버넌스의 주체가 자신들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디지털 헬스케어가 완전히 새로운 별개의 것이 아니라, 복지부의 보건의료 및 건강증진 정책과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② 산업통상자원부
산업통상자원부는 좀 다른 입장이다. 디지털헬스케어 산업은 신산업으로서 규제보다는 산업진흥을 위한 정책적, 법률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인공지능, 네트워크 등 성격이 다른 산업 간 원활한 융합과 해외시장 개척 등 산업화 지원을 위해서는 산업진흥 부처인 자신들이 주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③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기부는 복지부, 산업부처럼 주도권을 주장하지는 않는다. 다만, 디지털 헬스케어는 미래 유망 산업으로, 과기정통부·복지부 등 관련 부처, 산-학-연-병원 등 산업생태계 내 다양한 참여자들의 역할과 협업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안상훈 의원, 보건복지부 주도 디지털 헬스케어 법안 발의
22대 국회에 들어와 안상훈 의원이 처음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법안을 발의했는데, 안상훈(안)은 보건복지위 소관 법안이다. 이 법안에서는 보건복지부장관이 디지털 헬스케어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복지부장관 산하에 디지털 헬스케어 정책심의위원회를 두도록 하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거버넌스를 보건복지부가 주도하겠다는 뜻이다.
▣ 산업부 주도 디지털 헬스케어 법안은 언제 나올까?
디지털 헬스케어의 주도권을 누가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정리가 아직 안된 것으로 알고 있다. 아마도 산업부가 주도하도록 설계된 디지털 헬스케어 법안도 조만간 발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문제는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련 부처가 각자의 역할 분담을 통해 국가적인 거버넌스를 먼저 구축한 후, 이를 바탕으로 정리된 법안을 정부 스스로 제출하는게 맞다. 그러지 않으면 21대 국회에서 그랬던 것처럼 그냥 '밥그릇 싸움' 하다가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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