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혁신성장을 위한 특별법안」(이철규)
반도체 특별법을 둘러싸고 갑자기 화이트칼라 이그젬션(White-Collar Exemption; WCE) 논란이 불거졌다. 좀 생소한 용어인데, 이는 일정 수준 이상 연봉을 받는 고위관리나 전문직 종사자에 대해 근로시간이 아닌 성과를 기준으로 임금을 지불하는 제도다. 당연히 연장근무 수당이나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고, 주로 화이트칼라가 대상이다. 반도체 핵심 인력들이 주52시간 등 근로시간 규정에 구애받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취지에서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이 '반도체 특별법안'에 포함되어 논란이 되고 있다.
▶화이트칼라 이그젬션(White-Collar Exemption)
우리 말로 풀이하면 '근로시간 면제제도', '노동시간 예외적용'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1938년에 미국에서 도입된 근로제도인데, 근로시간 기준으로 업무성과 평가가 어려운 고소득 전문직 근로자 등에게 근로시간의 자율성을 주는 대신 성과 중심으로 보상하는 제도다. 주 684달러 이상을 벌거나 연 소득이 10만 7,432달러를 넘을 경우 근로 시간 규제에서 제외한다고 한다. 여기에 해당되는 화이트칼라 근로자는 초과근무 수당을 받을 수 없고, 대신 업무성과를 토대로 급여를 받는다. 독일·영국·프랑스·일본에도 비슷한 제도가 있다고 한다.
▶반도체산업 지원 특별법(안) 발의 현황
그동안 발의된 반도체 산업 지원 법안은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 「반도체 산업 발전지원 특별법안」 등 제목은 조금씩 다르지만 내용은 큰 차이가 없다. 민주당 의원 3명, 국민의힘 의원 3명이 각각 대표발의한 상태였다.
제안일 | 법안명 | 대표발의 | 소관위 상정일 |
2024 9.25 |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 | 정진욱 (민주당) |
- |
2024 8.8 |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조치법안 | 이언주 (민주당) |
- |
2024 7.10 |
반도체 산업 발전지원 특별법안 | 송석준 (국민의힘) |
2024 9.26 |
2024 7.8 |
국가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를 위한 특별법안 | 박수영 (국민의힘) |
2024 9.26 |
2024 7.3 |
반도체산업 생태계 강화 및 지원을 위한 특별조치법안 | 김태년 (민주당) |
2024 9.26 |
2024 6.19 |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법안 | 고동진 (국민의힘) |
2024 8.19 |
여기에 추가로 이철규 의원이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혁신성장을 위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이철규 의원은 현재 이 법안의 소관 위원회인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하다. 이 법안은 국민의힘이 정부와의 협의를 거쳐 사실상 당론으로 발의한 것으로 보면 된다.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로봇산업 등과 관련하여 반도체의 중요성이 점차 높아지는 가운데 미국, 일본, 대만, EU, 중국, 인도 등 세계 각국은 반도체산업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우리도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이 뒤쳐지지 않도록 국가적 지원을 하자는 취지에서 발의된 법안이다. 주요 내용으로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도체 산업을 위한 국가전력망 설치·확충 반영, 예비타당성 조사에 관한 특례, 반도체 클러스터(특구)의 지정 및 보조금 지원, 반도체 클러스터 산업기반시설 설치, 반도체산업에 대한 각종 특례 등 재정적‧행정적 지원 근거를 담고 있다.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관련 '특별법 조문'
이철규 의원이 대표발의한 반도체산업 지원 특별법에 대해 보조금과 화이트칼라 이그잼션 두가지에 대해 논란이 있는데, 보조금은 이미 발의된 다른 법안에도 포함되어 있다. 어쩌면 보조금 문제는 반도체 산업 지원을 위한 특별법의 핵심내용이기도 하다. 반도체 기업 입장에서는 미국이나 일본처럼 투자 확정 단계에서 보조금 지원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문제는 주52시간 적용 예외규정을 두는 것인데, 이철규 특별법(안)의 해당 조문은 아래와 같다.
제34조(근로시간 등에 대한 특례)
① 반도체산업에 종사하는 자로서 신상품 또는 신기술의 연구개발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 중 근로소득 수준, 업무 수행방법 등을 고려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근로기준법」 등 관련 법령에도 불구하고 당사자 간 서면합의로 근로시간, 휴게와 휴일, 연장ㆍ야간 및 휴일 근로에 관하여 별도의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
② 제1항에 따른 근로 기준 적용과 근로자의 건강권 보호 등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이 조항이 들어간 배경은, 한국 기업들이 경직된 근로 시간 규제로 인해 기술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연구개발(R&D) 인력의 노동시간 예외적용 조항이 특별법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엔비디아,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업체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R&D 인력에게도 적용되는 주 52시간 근로의 '족쇄'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련 보도를 보면, 여당 뿐만 아니라 야당 지도부도 R&D 분야 근로시간 규제 완화 필요성에 대해 대체로 공감대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에 대한 우려
당연히 우려도 있다. 국회 환노위 민주당 간사인 김주영 의원은 “한 번 예외를 인정하면 그 예외가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며 “R&D 직군에 대한 근로시간 규제 완화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동계도 당연히 반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회사 측이 정당한 보상 없이 야근을 강제할 수 있는 빌미가 될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 11.28일 본회의 통과될 수 있을까?
반도체 특별법(안)을 당론으로 발의한 여당 국민의힘은 이달 28일 본회의에서 이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한다. 공통공약추진협의회를 통해 여야 합의처리를 시도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산자부와 이미 협의를 했고, 다수당인 민주당도 이미 관련 법안을 다수 발의한 상태이므로 큰 쟁점은 없을 듯 하다. 화이트칼라 이그잼션 논란에 대해서도 여당은 "노사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주 52시간 근로 시간의 예외를 인정하도록 하려 한다"며 톤다운 하고 있다. 문제는 야당 내 일부 강경파와 노동계의 입장이다. 혹시라도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이 반도체의 발목을 잡는 일이 벌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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