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이 말은 좋은 시기가 왔을 때 그 기회를 놓치지 말라는 뜻이다. '물 들어올 때'란, 외부의 힘을 활용하면 적은 힘으로도 원하는 바를 달성할 수 있을 때를 말한다. 주로 경제활동과 관련해서 자주 쓰는 표현인데, 어떤 외부적 요인으로 주목을 받으며 일감이 들어오면, 이를 최대로 활용해 이익을 극대화하는 경우에 사용된다. 예를 들어 세계적으로 K-푸드가 유행하며 수출 증가세를 보일 때, 식품회사들이 공장 증설에 나서 기존의 내수기업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 '물 들어올 때, 노 젖는' 현상이다.
▣ 국회에도 '물 들어올 때'가 있다
'물 들어올 때 노젖기'는 국회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국회에서 말하는 '물 들어올 때'란 국회의원들이 법안을 발의하고 처리하기 좋은 환경을 말한다. 주로 충격적인 사건·사고나, 정치적 쟁점에서 연유하는 경우가 많다. '노 젖기'는 이러한 기회를 놓치지 않고 법안을 발의하는 것이다. 이렇게 발의하는 법안은 사회적 이슈화의 덕분으로 국회의원의 주목도를 높일 수 있고, 다른 법안에 비해 처리율을 높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22대 국회의 '물 들어올 때 노 젖는 법'
22대 국회의 '물 들어올 때, 노 젖는 법' 사례를 몇 가지 보면, 우선 지난 7월 29일 일본도 살해 사건 이후 관련 법안이다. 이 사건을 통해 총포와는 달리 도검 소지자에 대한 관리가 허술하다는 점이 드러났고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컸다. 정치권에선 한동훈 대표가 이와 관련된 법률 정비를 하겠다고 공언하기까지 했다. 이를 계기로 관련 법 개정안들이 줄줄이 발의 되었다. 즉 열심히 노를 젖고 있다. <아래 표>는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 발의 현황이다.
발의 일자 | 발의 의원 | 주요내용 |
7.31일 | 고동진 | 도검·가스발사총·화약류 및 석궁을 소지하려는 자는 신청인의 정신질환 또는 성격장애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허가관청에 제출하고, 소지허가를 받은 자는 5년마다 의무적으로 갱신하도록 함 |
7.31일 | 모경종 | 도검·석궁의 소지허가를 받은 자는 (정신질환 여부를 정기적 실질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식으로) 3년마다 갱신해야 함 |
8.2일 | 박주민 | (총포 뿐만 아니라)도검·화약류 등도 소지 허가를 신고할 때 정신질환 또는 성격장애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허가청에 제출하도록 함 |
8.5일 | 민홍철 | 도검·분사기·전자충격기·석궁의 소지허가를 5년마다 갱신하고, 소지허가 신청 및 갱신 시 신청인의 정신질환, 성격장애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허가관청에 제출하도록 함 |
8.8일 | 임이자 | 총포·도검·화약류·분사기·전자충격기·석궁의 소지허가를 받으려는 경우 신청인의 정신질환, 성격장애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허가관청에 제출하도록 하고, 도검·석궁 소지허가를 받은 자는 3년마다 갱신해야 함 |
이 법안들은 총포 외에 도검·석궁 등에 대해서도 소지허가 시 정신질환 등을 확인하고, 일정 주기로 성격장애 등을 확인할 수 있는 허가갱신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것이다. 갱신 주기를 3년으로 하느냐, 5년으로 하느냐, 갱신 대상을 도검·석궁만 하느냐 그 이상으로 확대하느냐의 차이 정도만 있다. 참고로 이 법안은 21대 국회에서 이미 상임위 논의와 관계부처 의견조율까지 끝낸 안이 존재한다. ☞자세히보기☜
▶벤츠 전기차 화재 사건에 따른 법률 개정안
지난 8월 1일, 인천 아파트 주차장에서 일어난 벤츠 전기차 화재 사건은 규모도 규모지만 전기차 화재의 위험성을 생생하게 보여준 충격적인 화재였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전기차 화재에 대한 불안이 증폭되며 사고 예방 및 화재 진압 대책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당연히 관련 법안들이 연이어 발의되고 있다.
발의 일자 | 발의 의원 | 법안 명 | 주요내용 |
8.1일 | 송언석 | 주차장법 개정안 | 주차장에 환경친화적 자동차 충전시설을 설치하는 경우 소방용수시설, 소화수조 등의 소방시설 설치를 의무화 함 |
8.7일 | 박용갑 | 전기안전관리법 개정안 | 공공건물 등 옥내에 전기자동차 충전시설을 설치하는 자는 소화수조·방화벽 등 소방시설을 설치하도록 함 |
8.7일 | 박용갑 |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 | 공공건물 및 공중이용시설, 공동주택 등 옥내에 전기자동차 충전시설을 설치하는 경우에는 방화셔터, 소화수조 등 소방설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함 |
8.7일 | 김상욱 |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 | 시설의 소유자가 자동차 충전시설을 설치하는 경우에는 자동화재탐지설비 및 화재알림설비, 소화설비 등의 소방시설을 설치하도록 함 |
8.9일 | 박용갑 |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 | 전기차 충전시설을 설치할 경우 살수장치, 전기차 전용 소화기, 소화 덮개 등을 설치하고, 지하주차장 등 옥내에 충전시설을 설치하는 경우 소화 수조, 방화 셔터 등 소방시설 설치를 의무화 함 |
이 법안들은 주로 전기차 충전시설을 설치할 경우 살수장치, 소화수조, 방화벽, 화재 탐지설비 등의 소방설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기본적인 취지와 목표는 동일한 법안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티메프 정산 지연 사태가 불러온 법률 개정
티몬·위메프 사태는 통신판매 중개 플랫폼 기업이 입점 판매자들에 대한 정산이 지연되면서 촉발된 사건이다. 문제는 티몬·위메프의 정산 주기가 최대 2달에 이를 정도로 다른 업체에 비해 유독 길다는 점이다. 이 사태를 계기로 주로 정산주기를 단축시키는 법안들이 발의되고 있다.
발의 일자 | 발의 의원 | 법안 명 | 주요 내용 |
8.2일 | 천준호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 통신판매중개자의 입점 판매자에 대한 정산주기를 구매가 확정된 날로부터 7일 또는 배송이 완료된 날로부터 10일로 함 |
8.7일 | 박정현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 통신판매중개업체(이커머스)의 정산대금을 별도 관리하도록 하며, 통신판매중개업자는 입점 판매자에게 구매 확정 후 30일 이내에 정산하도록 함 |
8.7일 | 송언석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 통신판매중개자의 정산 주기를 구매 확정일부터 5영업일 이내로 하고, 판매 대금을 은행 등을 통해 별도 관리 하도록 함 |
8.8일 | 고동진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 통신판매중개자의 정산 지급 기한을 소비자가 해당 재화 구매 확정일로부터 10일 이내로 함 |
8.9일 | 김남근 |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 직전 3개년도 기준 연평균 매출액 1,000억원 이상인 등록 전자금융업자에 대해, 허가 전자금융업자와 같이 경영지도 기준에 미달하는 경우 자본증액과 이익배당 제한 명령, 임원개선명령이나 영업정지·취소의 행정처분 등을 할 수 있도록 함 |
이 법안들의 본질적인 내용은 현재 너무 긴 정산주기를 얼마나 단축시키냐 하는 문제인데, 5일, 7일, 10일, 30일 등 다양하게 발의되고 있다.
▣ 문제는... 배만 띄워놓고, 노를 젖지 않는다
무슨 일만 벌어지면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쏟아지듯 발의되는 현상을 자주 볼 수 있다. 국회의원들이 우리 사회의 현안에 대해 민감하고 신속하게 반응하는 것(법안 발의)을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발의하는 것 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보지만, 그것이 그냥 발의 자체로 끝나면 곤란하다. 그런데 발의만 하고 방치하는 경우도 적지않다. 배만 띄우고 노를 젖지 않는 것이다. 물 들어올 때 배만 띄워서 법안 발의 실적만 늘리고, 법안이 처리되는 말든 상관없이 노 저을 생각은 하지 않는 국회의원이 있는지, 두 눈 크게 뜨고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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