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산업 육성법」 개정안 등 10건(안호영)
안호영 의원이 2024년 11월 22일 하루에 「말산업 육성법」 개정안 등 10건의 법안을 한꺼번에 발의했다. 이렇게 동시에 여러 법안을 내는 경우는 보통 두 가지인데, 하나는 21대국회에서 폐기된 법안을 다시 무더기로 재발의 하는 경우다. 아니면 경미한 변경 내용을 여러 법에 동시에 적용하여 법안을 내는 경우다. 안호영 의원의 사례는 불행하게도 두가지 경우에 모두 해당된다.
▶안호영 의원 발의 무더기 법안
안호영 의원이 11월 22일 하루에 발의한 법안 목록은 아래와 같다.
①말산업 육성법 개정안
②산림기술 진흥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
③귀농어·귀촌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
④기능성 양잠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
⑤김치산업 진흥법 개정안
⑥낙농진흥법 개정안
⑦농업생명자원의 보존·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개정안
⑧농촌융복합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
⑨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
⑩산림문화·휴양에 관한 법률 개정안
이상 10건의 법안인데, 이 법안들의 공통점은 첫째, 모두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관 법안이다.(참고로 안호영 의원은 현재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이다) 둘째, 10건의 법안은 모두 "~의견을 들어라!" 라는 내용을 법률에 명시하고 있다. 무슨 의견을 들으라는 법일까?
안호영 의원 발의 법안 10건의 내용을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다. 유사한 내용이 반복되어 좀 지루하겠지만, 국회의원이 발의하는 법안의 실상을 보여주는 차원에서 법안의 내용을 있는 그대로 옮겨본다.
①말산업 육성법 개정안
☞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종합계획 및 시행계획을 수립할 때에는 말사업자 및 말산업과 관련된 기관·단체 등의 의견을 들어야한다.
②산림기술 진흥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
☞ 산림청장이 산림기술진흥계획을 수립할 때에는 산림기술자, 산림기술의 연구·개발과 관련된 기관·단체 등의 의견을 들어야한다.
③귀농어·귀촌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
☞ 농림축산식품부장관과 해양수산부장관이 귀농어·귀촌 지원 종합계획을 수립할 때에는 귀농어업인 및 귀촌인 등으로부터 의견을 들어야한다.
④기능성 양잠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
☞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기능성 양잠산업 육성 종합계획을 수립할 때에는 기능성 양잠농가 및 기능성 양잠산업 단체 등으로부터 의견을 들어야한다.
⑤김치산업 진흥법 개정안
☞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김치산업진흥 종합계획을 수립할 때에는 김치산업과 관련된 단체 등으로부터 의견을 들어야한다.
⑥낙농진흥법 개정안
☞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낙농진흥계획을 수립할 때에는 낙농가, 낙농 관련 단체 등으로부터 의견을 들어야한다.
⑦농업생명자원의 보존·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개정안
☞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농업생명자원의 보존·관리 및 이용에 관한 기본계획을 수립할 때에는 관련 기관·단체 등의 의견을 들어야한다.
⑧농촌융복합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
☞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농촌융복합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기본계획을 수립할 때에는 농촌융복합산업과 관련된 단체 등으로부터 의견을 들어야한다.
⑨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
☞ 산림청장이 수목원·정원진흥기본계획을 수립할 때에는 수목원·정원을 운영하는 자 또는 관련 단체 등의 의견을 들어야한다.
⑩산림문화·휴양에 관한 법률 개정안
☞ 산림청장 또는 시·도지사가 기본계획 또는 지역계획을 수립할 때에는 산림문화·휴양과 관련된 기관·단체 등의 의견을 들어야한다.
이상에서 보는 것처럼 10건의 법안은 모두 "관련 기관·단체의 의견을 들어야한다."가 돌림노래처럼 반복되고 있다. 왜 이런 무의미한 법안을 무더기로 발의하는 것일까? 그저 법안 발의 '건수'를 늘리고자 하는 것이다. 법안을 많이 발의해야 열심히 일하는 의원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21대국회 폐기법안 재발의
왜 하필 농해수위 소관 법안일까? 안호영 의원은 21대국회 하반기에 농해수위 위원이었다. 위 10개의 법안은 당시 농해수위 위원으로서 발의했던 법안이다.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하는데, 모두 임기만료로 폐기되었고 22대 국회에 들어와 폐기된 법안을 그대로 다시 발의한 것 뿐이다.
21대 국회에서 발의한 "~의견을 들어랏!" 법안들은 상임위원회에 상정되어 법안소위에 회부는 되었지만, 법안소위 안건으로 상정되지는 못했다. 이런 경우 여러 해석이 가능하지만 안호영 의원 법안들의 경우 '논할 가치가 없다'는 차원에서 사전에 걸러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런 법안을 22대 국회에서 똑같이 다시 발의하는 행위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정부가 의견을 듣지 않는다?
안호영 의원의 편에서 생각을 해보면 이런 의문이 들 수도 있다. "정부가 정책이나 사업계획을 수립할 때 도대체 얼마나 일방적으로, 독단적으로 결정을 하면 안의원이 이런 법안까지 발의할까?" 그러나 정부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①말산업 육성법' 관련하여 농림축산식품부는 「제3차 말산업 육성 종합계획(’22~’26)」을 수립할 때 간담회, 협의체 회의 등을 통해 말생산 및 조련센터, 전문인력 양성기관 등 이해 관계자와 관련 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이를 종합계획에 반영했다는 입장이다. '⑤김치산업 진흥법'과 관련해서는 「제3차 김치산업진흥 종합계획(’23~’27)」을 수립할 때 김치생산업체, 김치협회, 수출조합 등의 의견을 수렴해서 종합계획 수립에 반영했다고 주장한다. 다른 법안에 대해서도 대부분 마찬가지 입장이다. 물론 정부의 의견수렴 과정이 불충분할 수는 있다. 그렇다고 이게 법까지 고쳐야 할 문제인지는 매우 의문이다.
▶안호영 의원만의 특수한 경우일까?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런 사례가 종종 보인다. 하나만 더 예를 들어보자. 김현정 의원은 2024년 7월 17일에 「부동산투자회사법」 개정안 등 10건의 법안을 발의했는데, 10건 모두 '대차대조표'를 '재무상태표'로 용어 변경하는 법안이다. '대차대조표'라는 말이 일제의 잔재라는 이유에서다. 이 법안들 역시 21대 국회에서 발의되었다가 폐기된 법안들이다. 안호영 의원과 동일한 사례다.
▣ "의견을 들어랏!" 국회법도 개정해라
안호영, 김현정 의원의 사례를 보면 국회의원의 법안 발의 '건수'를 기준으로 의정활동을 평가하는 것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일인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건수로 평가하는 문화가 지배적이고, 국회의원들은 법안 발의 건수를 늘리기위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온갖 방법을 동원한다. 22대 국회에서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국회의 악습니다. 안호영 의원의 법안을 보며, 이런 국회법 개정안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회의원은 법안을 발의할 때 국회 혁신을 원하는 시민들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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