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2대 국회

'초과, 미만, 이하' 차이로 법안 만들기

by 레몬컴퍼니 2024. 7. 22.

▣ 「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한민수)

이 법안은 서민금융진흥원과 관련된 법률이다. 서민금융진흥원은 동 법률에 따라 설립된 공공기관으로 정부 출연금, 금융기관 출자·출연금, 기부금 등을 재원으로 서민에 대한 신용보증과 금융생활 지원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법안은 서민금융진흥원의 재원 확충을 위한 법안인데...

▶'서민금융진흥원'에 대하여

서민금융진흥원의 주요 기능과 역할_출처: 진흥원 홈페이지

서민금융진흥원은 제도권 금융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서민들을 위해 보증, 대출지원, 자산형성 지원 등을 수행한다. 휴면예금(보험금)의 조회 및 지급서비스도 진흥원에서 담당한다.

서민금융진흥원의 금융상품_출처: 진흥원 홈페이지

아마 '미소금융'이나 '햇살론'이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을텐데, 이 햇살론이 서민금융진흥원의 대표적인 금융상품이다. 이 외에도 고금리 대안 상품, 창업·운영자금 지원 상품도 제공한다.

서민금융진흥원의 계정구조

조금 어려운 이야기인데, 서민금융진흥원은 사업수행을 위해 휴면계정, 자활지원계정, 보완계정, 고유계정을 설치하여 관리하고 있다. 휴면계정은 금융회사의 휴면예금 등을 출연받은 계정이고, 자활지원계정은 정부출연금 등을 재원으로 미소금융, 햇살론(유스) 등 서민금융 지원사업을 하는 계정이다. 보완계정은 신용보증을 통해 서민들이 금융회사로부터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계정인데, 이 재원에 금융회사 출연금이 포함되어 있다. 한민수 의원의 개정 법안은 이 금융회사 출연금을 확대하고자 하는 것이다.

강준현 의원, 서민금융진흥원 재원 확대 법안(1)

구체적으로 한민수 의원의 법률개정안을 보기 전에 강준현 의원 발의 법안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서민금융진흥원의 보완계정에 대한 금융회사의 출연금을 현행법률에서는 대출금의 0.1% 이하로 규정하고 있고, 동법 시행령에서는 이 비율을 0.03%로 정하고 있다. 강준현 의원의 법안(6.11일 발의)은행의 경우 이 0.03%을 0.06% 이상으로 하자는 것이다.

강준현 의원_서민금융진흥원 재원 확대 법안

한민수 의원, 서민금융진흥원 재원 확대 법안(2)

한민수 의원_서민금융진흥원 재원 확대 법안

한민수 의원이 발의한 「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보면, 서민금융진흥원 보완계정에 대한 은행의 출연금을 현행 0.03%에서 0.06% 이상으로 높이자는 내용이다. 위 강준현 의원이 발의한 법안과 같은 내용이다. 다른게 있다면 '미만'과 '이하'의 차이가 있다. 자세히 보면 한민수 의원은 강준현 의원과 달리, 제47조 2항의 "1천분의 1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1천분의 1 이하의"이라는  표현으로 바꿨다. 그리고 <단서 신설> 조항에서 강준현의 "미만'""이하"로 바꾸어 사용했다. 그래서 강준현 법안과 한민수 법안은 전혀 다른 법안이 되는 것이다.

한민수 의원 프로필_출처: 대한민국국회 홈페이지

▶한민수의... 전국민 '산수 상식' 평가

퀴즈다. ①"1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②"1 이하의"에서 ①과 ②는 같은 말일까? 다른 말일까? 한참 생각하게 하는데, 같은 말이다. 결국 한민수 의원은 「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을 위한 법률」 개정안을 통해 "초과, 미만"이라는 표현을 "이하"라는 표현으로 바꾼 것, 그게 전부인 셈이다. 본질적 내용은 이미 발의된 강준현 의원의 법안과 다른게 없다. 전국민의 산수 실력을 시험하는 것인가? 우리는 언제까지 이런 무의미한 법안의 남발을 보고 있어야 할까?

식은죽 먹기보다 쉬운 법안 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