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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쟁점

공직선거법 허위사실 공표죄 '행위' 논란 정리

by 레몬컴퍼니 2025. 6. 4.

▣ 공직선거법_허위사실 공표죄 구성요건 중 '행위'

현행 공직선거법은 허위사실 공표죄의 범주에 "출생지·가족관계·신분·직업·경력등·재산·행위·소속단체, 특정인 또는 특정단체로부터의 지지여부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에서 다루어온 허위사실은 두가지다. "김문기 몰랐다.", "(백현동 관련)국토부 협박 있었다." 이 두 가지인데, 문제가 된 발언은 허위사실 공표죄 구성요건 중 '행위'에 해당한다.

공직선거법 제250조(허위사실공표죄)당선되거나 되게 할 목적으로 연설·방송·신문·통신·잡지·벽보·선전문서 기타의 방법으로 후보자에게 유리하도록 후보자, 후보자의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이나 형제자매의 출생지·가족관계·신분·직업·경력등·재산·행위·소속단체, 특정인 또는 특정단체로부터의 지지여부 등에 관하여 허위의 사실을 공표하거나 공표하게 한 자와 허위의 사실을 게재한 선전문서를 배포할 목적으로 소지한 자는 5년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행위'가 애매한 이유

허위사실 공표죄 요건 중 출생지, 신분, 직업, 경력 등은 사실관계가 딱 떨어지는데, 이 '행위'는 좀 애매하다. 사람이 기계나 AI가 아닌지라 후보자의 행위는 그 의도성과 중대성에 대해 해석의 여지가 크다. 질문에 대한 즉답 과정에서 기억의 착오로 인한 실수일 수도 있고, 관점이나 인식의 차이 때문에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처럼 주장할 수도 있다.

공직선거법_허위사실 공표죄_행위 삭제 딜레마

그래서 이런 것들이 당선을 목적으로 하는 허위사실 공표냐 아니냐를 분간하는게 쉽지 않다. 누가 결정하느냐? 재판을 통해서 판사가 한다. 판사가 허위사실 공표죄라고 판결하면 그런거고, 아니라면 아닌거다. 이재명 재판에서도 보았듯이 그냥 판사 마음이다. 똑같은 사실관계를 두고 어떤 판사는 유죄로, 또 어떤 판사는 무죄로 선고한다.

▣ 해석은 애매하나, 결과는 끔찍

이처럼 허위사실 공표죄 구성요건 중 '행위'의 개념 자체가 광범위하고 애매한데, 아무튼 허위사실 공표죄에 걸리면 결과는 가혹하다. 최악의 경우 당선이 무효가 되는, 선출직으로서는 사실상 '사형선고'에 가까운 처벌을 받는다.

이규민 전 국회의원(경기도 안성)은 2020년 21대 총선에서 당선되었는데, 2021년 9월, 당선무효형이 확정되어 의원직을 상실했다. 허위사실 공표죄 위반이었다. 이규민은 자신의 선거공보물에 "(상대인)김학용 후보가 의원 시절 바이크의 고속도로 진입 허용 법안을 발의했다"라고 공표했는데, 사실은 이게 고속도로가 아닌 자동차전용도로였다. 이규민이 언론 기사를 보고 착각한 것이라고 소명하여 1심은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은 상대후보 낙선 목적을 인정하여 벌금 300만원이 선고됐고, 대법원 확정판결로 의원직을 잃었다.

법관의 입장이 아니라 많은 선거를 치러본 사람의 일반상식으로 보면 이규민 의원의 '행위'는 솔직히 단순실수로 보인다. 일반인은 고속도로와 자동차전용도로의 차이를 정확하게 구분하기도 어렵다. "바이크의 고속도로 진입 허용 법안을 발의했다"라는게 선거 당락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허위사실 공표죄 처벌 위험을 감수하고 의도적으로 이렇게 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법원이 유죄라고 판결하면 그런거다. 어쩔 수 없다. 이렇듯 행위의 개념 자체가 상당히 애매한데도, 아무튼 허위사실 공표죄에 잘못 걸리면 끔찍한 결과로 이어진다.

▣ 왜 '행위'를 처벌하게 되었을까?

'행위'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에 원래부터 들어가 있던 것은 아니다. 1994년 3월 16일에 제정된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 방지법(현, 공직선거법)'에는 허위사실 공표죄 범주에 '행위'가 없었다.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 방지법(1994년 3월 16일 제정)
제250조(허위사실공표죄) ① 당선되거나 되게 할 목적으로 연설·방송·신문·통신·잡지·벽보·선전문서 기타의 방법으로 후보자에게 유리하도록 후보자의 소속·신분·직업·재산·경력등에 관하여 허위의 사실을 공표하거나 공표하게 한 자는 3년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이상 1천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후 여러차례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해 이 법이 적용되는 객체(해당자)와 허위사실의 범주가 조금씩 바뀌어 왔다. 대체로 강화되는 흐름이다.

허위사실
공표죄
해당자 허위사실 범주 비고
1994년
(제정)
후보자 소속·신분·직업·재산·경력등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 방지법
1997년
(개정)
후보자, 배우자, 직계존·비속, 형제자매 소속·신분·직업·재산·경력등 배우자, 직계존·비속, 형제자매 추가
2000년
(개정)
상동 출생지·신분·직업·경력등·재산·인격·행위·소속단체등 출생지·인격·행위 추가
2015년
(개정)
상동 출생지‧가족관계‧신분‧직업‧경력등‧재산‧행위‧소속단체, 특정인 또는 특정단체로부터의 지지여부 등 인격 삭제
가족관계‧특정인 또는 특정단체로부터의 지지여부 등 추가

위 표에서 보는 것처럼, 현재 논란이 되는 '행위'는 15대 국회인 2000년 1월 31일에 박상천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개정안'에서 추가했다. 왜 행위가 추가되었는지 기록상으로 명확하게 나와있지는 않다. 추정컨데 선거 때마다 사실과 다른 흑색선전으로 혼탁한 선거가 반복되다보니 이를 제재하기 위해 그런게 아니었나 싶다. 아무튼 이 개정안이 2000년 2월 8일 본회의에서 의결되어, 2월 16일부로 시행되었다. 25년째 적용되고 있다.

▣ 허위사실 공표 '행위' 삭제 논란

현재 허위사실 공표죄 구성요건 중 '행위'를 빼느냐 마느냐에 대해 논란이 뜨거운데, 이게 갑자기 생긴 논란은 아니다. 이재명 재판때문에 처음 생긴 논란도 아니다. 위에서 대략 살펴본 경과와 이유로 이미 상당한 논란이 쌓여온 주제다. 행위를 빼야한다는 주장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의 핵심 논리는 아래와 같다.

▶문제있다. 빼야한다.

'행위' 개념이 너무 광범위해서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 현행법대로라면 후보자의 설명, 해명, 추론, 정치적 평가까지도 ‘행위’로 해석되어 기소될 수 있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 또한, 앞뒤 맥락을 보지않고 후보자 발언의 일부분만 문제삼아 허위사실 공표 ‘행위’로 고발하는 등 선거 전략 차원에서 악용하는 문제도 있다.

▶문제 없다. 유지해야 한다.

허위사실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최대한 막아야 한다. 단순 발언이라도 허위일 경우 선거 결과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후보자의 행위에 대해서 규제해야 한다. 문제는 행위 자체가 아니라 당선 목적을 위한 고의성과 중대성에 있는데, 그 판단은 법원이 하면 된다. 법원이 정치적 표현과 허위사실 공표를 구분할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현행법 자체는 문제가 없다. 오히려 행위에 대한 규제를 완화 또는 없애면 선거 때마다 온갖 흑색선전이 난무할 우려가 있다.

▣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입장

'행위'와 관련된 헌법재판소/대법원의 입장을 정리하기에 앞서 이는 해당기관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 그간 관련 결정 등에 근거한 필자의 의견임을 미리 밝혀둔다.(혹시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헌재는 원론적으로 법률이 차별적 또는 자의적으로 해석되지 않도록 명확하게 규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위'를 포함한 공직선거법 허위사실 유포죄에 대해서는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대법원은 '행위'가 일상생활의 모든 행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선거인의 공정한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으로 한정되며, 따라서 ‘행위’를 삭제할 경우 처벌의 공백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이다.

▣ 공직선거법 개정안 주요내용 및 처리경과

허위사실 공표죄 구성요건 중 '행위'를 삭제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2025년 5월 2일, 신정훈 의원이 대표발의했다.(공동발의 의원은 김용민, 모경종, 박정현, 부승찬, 위성곤, 이광희, 장종태, 채현일, 황명선) 이 법안을 제안한 이유에 대해 신정훈 의원은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행위'와 같은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용어는 유권자나 후보자에게 명확한 법 적용 범위를 예측하기 어렵게 하며, 이로 인해 자의적 법해석 및 집행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음. 또한 단순한 의혹제기나 경미한 표현까지도 형사처벌 대상이 되고, 당선무표형이 강제되는 등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음. 이에 본 개정안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면서도 선거의 공정성을 해치는 중대한 허위사실 공표에 한하여 처벌하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히하고 자 함

신정훈 의원

개정안 조문 구성은 매우 단순하다. 허위사실 공표죄 구성요건 중 '행위'를 삭제한 것이 전부다.

현행법 신정훈 의원 개정안
제250조(허위사실공표죄) ①(생략)출생지ㆍ가족관계ㆍ신분ㆍ직업ㆍ경력등ㆍ재산ㆍ행위ㆍ소속단체, 특정인 또는 특정단체로부터의 지지여부 등(생략) 제250조(허위사실공표죄) ①(생략)출생지ㆍ가족관계ㆍ신분ㆍ직업ㆍ경력등ㆍ재산ㆍ(삭제)ㆍ소속단체, 특정인 또는 특정단체로부터의 지지여부 등(생략)

신정훈_대표발의_공직선거법 개정안_처리경과

이 법안은 2025년 5월 7일에 소관 위원회인 행정안전위원회에 회부-상정-의결되었다. 이어 5월 14일에 법사위에 상정-의결되었다. 행안위와 법사위에서 하루만에 상정-의결되는 경우는 이례적인데, 그만큼 민주당의 강력한 처리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 법안은 현재 본회의에 부의된 상태로 언제든지 상정해서 의결하면 법 개정을 위한 국회 절차는 끝난다. 2025년 6월 5일 본회의에 상정될 가능성도 있다. 

▣ 허위사실 공표 '행위' 삭제의 딜레마

허위사실 공표죄 구성 요건 중 '행위'를 빼자는 것에 대한 찬성측, 반대측 입장 모두 나름 일리가 있다. 그런데 이 법안을 처리하는데 크게 두 가지 딜레마가 있는데, 1)이번 21대 대선에서도 허위사실 공표 행위에 대한 고발이 난무했다는 것, 2)행위를 삭제하면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 자체가 면소된다는 것이다.

▶21대 대선, 허위사실 공표 행위에 대한 고발 난무

허위사실 공표죄에서 '행위'를 빼자는 법안이 처리되고 있는 상황에서 6·3 대선이 치러졌는데, 이번 대선 역시 후보들 간에 허위사실 공표죄 고발이 빗발쳤다. 대표적으로 민주당은 5월 23일 대선 후보 TV토론(2차)에서 '김문수 후보가 전광훈 목사와의 관계 문제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고 고발했고, 국민의힘은 '이재명 후보가 2012년 대선 당시 제기한 부정선거론에 대해 거짓 해명을 했다'며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3차 TV토론에서 이준석 후보의 여성 신체 표현 관련해서도 민주당과 개혁신당이 서로 고발했다. 이런 사례들은 모두 허위사실 공표죄의 '행위'에 해당된다. '행위'를 삭제하자는 법안 처리를 앞두고 있는데, 허위사실 공표 '행위'가 선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고발하는 상황이니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공직선거법_허위사실공표죄_요약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 면소

허위사실 공표죄로 기소된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2024년 11월 1심에서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025년 3월 항소심 재판부는 이재명의 발언을 허위사실이 아닌 의견 표명으로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그런데, 2025년 5월 1일, 대법원은 다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12명의 대법관 중 파기환송 의견 10명, 반대의견 2명이었다.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 7부는 공판기일을 5월 15일로 정했으나, 선거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여 6월 18일 10시로 변경했다. 만약 '행위'를 삭제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이재명 대통령의 파기환송심은 면소, 즉 사라지게 된다. 다수당인 민주당 입장에서는 자당의 대통령 재판 면소를 위해 법 처리를 강행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이 또한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 공직선거법 전체에 대한 재정비

국민의 선택으로 이제 막 당선된 대통령을 과거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들이대 끌어내리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국민정서와 상식에 맞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법을 차별적, 자의적, 예외적으로 집행하는 것도 문제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정치권에서 합리적인 방안을 내놓으면 좋겠다. 어떤 방법이 좋을지는....필자의 능력 밖이다. 다만, 이번 기회에 현실에 맞지 않는 공직선거법 전체에 대해 국회에서 논의가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