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5일 아침 9시 현재, 방송3법에 대한 필리버스터(본회의 무제한토론)가 진행중이다. 방송3법이 의결되면 노란봉투법, 2차 상법 개정안도 순차적으로 상정될 예정이고, 국민의힘은 이 법안에 대해서도 필리버스터를 예고하고 있다. 3건의 법안 모두 처리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는데, 이 중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법안은 단연 노란봉투법이다.
필리버스터란 국회법 106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본회의 무제한토론'을 말한다. 본회의에 부의된 안건에 대하여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는 경우 본회의에서 시간의 제한을 받지 않고 토론할 수 있는 제도다. 이는 본회의에서 안건을 최종적으로 의결하기 전에 소수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는 취지다.
※ 무제한토론의 종결
무제한토론은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종결동의 요구에 따라 최소 24시간이 지난 후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종결할 수 있다. 또한 무제한토론 실시 중 회기가 종료된 경우도 무제한토론은 종결된다.
▣ 노란봉투법이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노란봉투법'이라고 부른다. 회사로부터 수십억의 손해배상 청구를 당한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을 돕기 위해 시민들이 '노란봉투'에 현금을 담아 후원한 일을 계기로,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법률을 노란봉투법이라 부르게 되었다.
▣ 노란봉투법 주요 경과
노란봉투법은 21대국회(2023년)와 22대국회(2024년) 본회의에서 두 번 의결되었다. 그러나 두 번 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의요구로 부결되었다. 현행법과 두 번의 본회의 의결안(최종 부결)을 비교해보면 아래 표와 같다.
▣ 노란봉투법 주요내용과 우려사항
노란봉투법은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한다는 취지에서 추진되고 있다. 고용형태 다변화 등 노동환경 변화에 따라 간접·특수고용이 확산되고 있지만 이들의 실질적인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사용자에 대한 노동3권 행사가 제한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또한 사용자의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나 가압류 신청이 근로자의 노동3권 행사를 제약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노란봉투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노란봉투법의 주요내용과 이에 대한 우려사항을 가급적 쉽게 정리해본다.
▶사용자 범위의 확대
직접적인 근로계약 관계가 없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을 기준으로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한다. 이렇게 되면 하청 근로자의 노동조합이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청할 수도 있다. 이는 실질적 지배자에 대한 노동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실효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우려사항] 그동안 하청업체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은 하청업체가 결정하는 영역이었다. 노란봉투법에 따라 하청업체 노조의 교섭요청에 대해 원청업체와의 갈등이나 분쟁이 예상된다. 노조의 교섭요구나 파업이 현재보다 훨씬더 빈번하게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근로자가 아닌자의 조합가입 허용
현행법 하에서는 특수형태 근로종사자, 플랫폼 노동자 등 전통적 고용계약 관계에 속하지 않는 노동자들은 노조의 설립과 활동에 제약을 받았다. 노란봉투법은 관련 제약을 삭제하여 다양한 형태로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단결권 등을 보장한다.
[우려사항] 플랫폼 종사자 등 비전통적 고용형태에서의 노동조합 조직화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당연히 공동교섭 요구나 새로운 형태의 집단행동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노동쟁의 대상의 확대
현행법은 노동쟁의의 대상을 ‘근로조건의 결정’으로 제한하고 있으나 노란봉투법에서는 쟁의 대상을 ①근로자의 지위를 포함한 사업경영상의 결정과, ②단체협약 위반에 따른 분쟁까지 확대하고 있다. 이는 정리해고나 구조조정 등과 같은 사업경영상의 결정에 대해서도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함이다.
[우려사항] 노동쟁의의 범위가 확대되면 현행법상 법원의 판단으로 해결해야 할 권리분쟁 사안에 대해서도 쟁의행위로 대응할 수 있는 만큼 쟁의행위가 증가할 우려가 있다.
▶손해배상 책임 제한
노조 활동을 방해할 목적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현행법은 사용자가 쟁의행위로 인해 손해를 입은 경우, 노조나 근로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그 범위와 기준이 불명확하다. 노란봉투법은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노동조합 내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 경위와 정도, ▲손해 발생에의 관여 정도, ▲임금 수준과 청구금액, ▲손해의 원인과 성격 등을 고려해 근로자별 책임비율을 정하도록 했다. 또한 노조나 근로자는 법원에 배상액 감면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손해배상 책임의 남용을 방지하여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실질적으로 보호하기 위함이다.
[우려사항]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사용자가 각 배상의무자별 귀책사유와 기여도를 증명하지 못하면 손해배상 청구가 기각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 '결과'와 더불어 '절차'의 중요성
노란봉투법에 대한 노동계와 경영계의 입장을 보면, 큰 틀에서 노동3권의 실효적 보장을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과 파업 등 쟁의행위가 과도하게 늘어날 수 있다는 반대의 입장으로 나뉜다. 좀 오래된 일인데, 2003년에 증권분야 집단소송제를 도입했다. 당시 이 제도가 시행되면 무분별한 집단소송의 남발로 기업이 망할 것 같은 분위기가 있었다. 그러나 제도 시행 이후 그런 우려는 쓸데없는 걱정이었음이 밝혀졌다. 노란봉투법을 두고도 이 때문에 연중 내내 파업이 이어져 기업이 견디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실제로 그럴지, 아니면 성숙한 노사문화 정착으로 오히려 파업이 줄어들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다만, 증권집단소송제를 도입할 당시에는 이에 반대하는 경영계에 대해 지속적인 설득과 함께 소송남발에 대한 제어장치를 두는 타협의 과정이 있었다. 사실상 이해관계자의 합의를 통해 추진한 셈이다. 노란봉투법이 과연 그런 절차적 노력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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