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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쟁점

대법원_법원조직법(안), 어떻게 철회하나?

by 레몬컴퍼니 2025. 5. 26.

6월 3일 대선을 앞두고, 박범계 의원과 장경태 의원이 발의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철회하기로 했다. 박범계(안)은 비법조인 대법관을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고, 장경태(안)은 현행 14명의 대법관을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이다. 관련하여 5월 25일,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비법조인 대법관 임명 법안은 본인의 입장이 아니며, 이와 관련해 당내에 자중하도록 지지했다고 했다. 이어서 5월 26일, 민주당 선대위는 문제가 된 두 법안의 철회를 결정하고 해당의원에게 (철회를)지시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원 발의 법안의 철회는 어떤 절차를 거쳐 이루어지는지 살펴본다.

법원조직법_법안철회는 어떻게 하나?

▣ 어떤 법안이길래?

도대체 어떤 법안이길래 대통령 선거 국면에서 '철회' 논란이 불거졌을까? 지난 5월 1일, 대법원은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사건(1심 / 징역1년 집행유예 2년 선고, 2심 / 무죄 선고)에 대해 유죄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통령 선거를 불과 한달여 앞둔 상황에서 대법원이 이례적으로 빨리 파기환송을 결정한 것에 대해 '대법원의 정치 관여'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런 맥락에서 사법부(대법원) 개혁을 명분으로 여러 법안이 발의됐는데, 장경태 의원과 박범계 의원의 법원조직법 개정안도 그 중 하나로 보면 된다.

▶ 장경태 의원 발의, 대법관 100명 증원 법안

대법관의 정원을 현행 14명(대법원장, 법원행정처장 포함)에서 100명으로 증원하는 내용이다. 최근 10년 간 대법원의 사건 접수·처리 현황을 살펴보면, 12명의 대법관이 매년 약 3만~5만건 정도의 상고심 본안사건을 처리하고 있다. 이에 대법관 증원을 통해 과중한 업무부담을 해소하고, 사건에 대한 충분한 심리와 판단을 보장해 국민 신뢰를 높여야 한다는 취지다.

구분
(발의일자)
김용민(안)
(2025-5-2)
장경태(안)
(2025-5-8)
대법관 수 30명(16명 증원) 100명(86명 증원)
시행시기 공포한 날부터 공포한 날부터
단계적 증원 규모 공포 후 1년: 8명
공포 후 2년: 8명
공포 후 1년: 28명
공포 후 2년: 29명
공포 후 3년: 29명

장경태_김용민 의원

대법관 증원에 대해서는 장경태 의원 외에도 김용민 의원이 발의한 법안도 있다. 김용민 의원은 유사한 취지로 대법관 정원을 30명으로 했다.

▶박범계 의원 발의, 비법조인 대법관 임명 법안

박범계 의원의 법안은 1)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고, 2)대법관 임용자격에 ‘학식과 덕망이 있고 각계 전문 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하며 법률에 관한 소양이 있는 사람’을 추가하는 내용이다.

박범계 의원

비법조인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소수 엘리트 고위 법관 위주로 구성되어 있는 대법원의 구성을 다양화하기 위해 다양한 배경, 경력,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대법원에 진입할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는 취지다.

▣ 의원 발의 법안 '철회'는 어떻게 할까?

위 두 법안은 법안의 발의 취지와는 별도로 민주당이 사법부를 압박 또는 장악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지적되었고, 결국 민주당 차원에서 법안 철회를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철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표발의 의원이 그냥 철회하면 될까? 그건 아니다. 국회법 제90조에서 의원 발의 법안의 철회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국회법 90조_법안 철회

국회의원이 법안을 발의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식은 대표발의 의원 1명과 공동발의 의원 9명 이상이 함께 서명하여 제출하는 형태다. 대표발의, 공동발의 또는 찬성의원을 합쳐서 10명 이상이 돼야 국회사무처에 법안을 접수할 수 있다. 만약, 접수한 법안을 철회하려면 공동발의 한 의원의 1/2 이상의 철회 동의가 있어야 한다.(2010년 이전에는 공동발의 의원 전원이 철회에 동의해야만 철회할 수 있었다. 철회요건이 너무 까다롭다는 지적이 있어 2010년 3월부터 1/2 이상 동의로 철회할 수 있게 했다)

※ 상임위 상정 등 이미 '의제'가 된 경우는?

다만, 법안이 상임위 또는 본회의 상정이 결정된 상태라면 발의 의원 마음대로 철회할 수 없다. 본회의 또는 위원회의 동의를 받아야 철회가 가능하다. 발의 법안이 일단 본회의나 위원회의 의제가 되면 해당 법안에 대한 심의여부 결정권을 본회의(위원회)가 가지기 때문이다. 위 두 법안의 사례로 법안 철회 절차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박범계 의원 법안, 철회 완료

박범계 의원 법안은 지난 5월 23일에 발의되어 5월 26일 현재 법사위에 상정되지 않은 상태였다.(의제가 된 상태가 아니다) 이 경우 공동발의 의원 1/2 이상의 동의로 철회를 신청할 수 있고, 신청하면 바로 철회된다. 그런 절차를 거쳐 5월 26일에 즉시 철회됐다.

구분 대표발의 공동발의
발의의원 박범계 김병주 김용민 박균택 박지원 박홍근 부승찬 이성윤 장경태 허영(이상 9명)
철회의원 박범계 박균택 박지원 박홍근 부승찬 이성윤 장경태 허영(이상 7명)

철회요구 의원이 박범계 의원 포함 8명으로 법안 철회 요건이 성립되었다.

▶장경태 의원 법안, 법사위 철회 동의 필요

그런데 장경태 의원의 법안은 상황이 좀 다르다. 5월 8일에 발의한 장의원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은 이미 5월 14일에 법사위에 상정되었다. 의제가 되었다는 뜻이다. 이 경우에는 발의 의원의 철회요구로만 철회되지 않는다. 법안 철회를 위해서는 법사위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위원회 동의를 위해서는 법사위가 열려야 하는데, 아마도 6월 3일 대선 전까지 법사위가 열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이 경우는 장경태 의원이 법안 철회 요구를 한다해도 법사위가 열리기 전까지는 철회가 어려울 전망이다.

▣ 철회한 법안은 다시 발의할 수 있나?

할 수 있다. 가끔 일사부재의 개념과 혼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일사부재의 원칙의 적용대상은 부결된 안건이다. 철회한 법안은 부결된 안건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든지 다시 발의할 수 있다.

▣ 법안 발의는 신중하게!

2025년 5월 26일 현재, 22대 국회에서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률안은 총 9,697 건으로 이 중 81건이 철회됐다.

22대국회 국회의원 법안 발의 및 철회 현황

왜 철회했는지 그 이유까지는 알 수 없다. 아무튼 법안 발의는 충분히 검토해서 신중하게 해야한다. 최대한 철회하는 일이 없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