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법」 개정안(송석준, 박대출, 박준태)
잊을만 하면 한번씩 '묻지마 흉기난동' 사건이 벌어지고, 온라인에서는 살인 등 흉악범죄를 예고하는 글이 종종 올라온다. 올해 상반기에도 흉악범죄 예고글 작성자를 23명이나 검거했다고 한다. 불특정 다수를 불안에 떨게하는 이런 행위들은 어떻게 처벌될까? 아이러니 하게도 엄하게 처벌할 만한 법적 기준이 불분명 하다고 한다. 이에 '공중협박'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자 하는 「형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 공중협박 처벌이 가능한 현행법과 한계
불특정 다수의 사람을 대상으로 위해를 가하겠다고 위협하는 행위는 실제 범죄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그 자체만으로 공포심을 준다. 형사적 대응이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서 「형법」, 「정보통신망법」 등으로 이런 행위를 처벌하고 있다.
▶형법 상 '협박죄'
사람을 협박한 자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협박죄로 처벌하려면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개연성이 있어야 한다. 단순히 감정적인 욕설이나 일시적 분노의 표시는 협박죄로 인정하지 않는다. 불특정 다수를 향한 위협은 협박받는 사람이 특정되지 않아 협박죄 적용이 쉽지 않다.
▶형법 상 '살인예비죄'
살인예비죄 적용을 위해서는 범죄 의사는 물론이고 실행을 위한 준비행위가 있어야 한다. 흉기 구입 등 준비행위가 없으면 살인예비죄로 처벌하기 어렵다.
▶정보통신망법 상 '공포심 유발 문언, 영상 등의 유통죄'
이 죄는 공포영상 등을 특정 상대방에게 반복적으로 보내는 경우에 적용된다. 불특정 다수에 대한 범죄행위 예고는 이에 해당되기가 쉽지 않다.
▣ 공공장소 흉기 소지 행위
공중협박과 유사한 맥락에서 공공장소 흉기소지 행위에 대해서도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사람이 많이 모인 장소에서 흉기를 들고 다니는 행위 자체가 극도의 공포감을 유발하고, 또한 실제로 중대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이런 행위에 대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경범죄 처벌법」,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등 그 어떤 법으로도 처벌하기가 어렵다. 법을 마구 들이대 처벌함으로써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법 적용 요건을 엄격하게 규정해 두었기 때문에 이런 모순이 생기는 것으로 보면 된다.
▣ 공중협박 등에 대한 처벌강화 법안
이렇게 살인예고 등 공중협박 행위를 처벌하기에는 현행법 상 한계가 분명하다. 이에 공중협박과 공공장소 흉기소지에 대한 처벌규정을 명시적으로 규정하는 법안이 발의되었다. 송석준, 박대출, 박준태 의원이 발의했으며 주요 내용은 아래 <표>와 같다.
제안일 | 대표발의 | '형법' 개정안 신설 조문 | |
공중협박 | 공공장소 흉기소지 | ||
2024년 10.2일 |
송석준 | 제116조의2(공중협박) ① 불특정 또는 다수의 사람의 생명, 신체에 위해를 가할 것을 내용으로 공중을 협박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제1항의 미수범은 처벌한다. |
제116조의3(공공장소흉기소지) 정당한 이유 없이 도로ㆍ공원 등 불특정 또는 다수의 사람이 이용하거나 통행할 수 있는 공공장소에서 사람의 생명, 신체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흉기를 소지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2024년 10.31일 |
박대출 | 제118조의2(공중협박) ① 사람의 생명, 신체에 위해를 가할 것을 공연히 적시하여 공중을 협박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상습으로 제1항의 죄를 범한 때에는 그 죄에 정한 형의 2분의1까지 가중한다. ③ 제1항 및 제2항의 미수범은 처벌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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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11일 |
박준태 | 제118조의2(공중협박) ① 불특정 또는 다수의 생명, 신체에 위해를 가할 것을 내용으로 공중을 협박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제1항의 미수범은 처벌한다. |
제118조의3(공공장소흉기소지) 정당한 이유 없이 도로ㆍ공원 등 불특정 또는 다수의 사람이 이용하거나 통행할 수 있는 공공장소에서 사람의 생명, 신체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흉기를 소지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외국의 사례
- 미국의 뉴욕주 등은 「형법」에 일반 공중을 대상으로 하는 협박을 처벌하는 규정이 별도로 있다.
- 독일 형법은 ‘공공질서에 대한 죄’ 항목(제7장)에 ‘범죄위협에 의한 공공평온 교란죄’(3년 이하 자유형 또는 벌금형)를 규정하고 있다.
- 오스트리아 형법은 ‘공공의 평온에 관한 죄’ 항목(제20장)에 ‘대중협박죄’(3년 이하 자유형)를 규정하여 생명, 신체, 재산 등의 침해에 대한 협박으로 국민 또는 다수의 사람을 공포와 불안에 빠뜨리는 행위를 처벌하고 있다.
- 스위스 형법은 ‘공공의 질서에 대한 죄’ 항목(제12편)에 ‘일반 대중에 대한 공포심 또는 불안감 조성’(3년 이하의 자유형 또는 벌금형)을 규정하고 있다.
▶박준태 의원 법안의 특징
법안의 내용과는 별도로 박준태 의원의 사례는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박준태(안)은 앞서 발의한 송석준(안)과 사실상 같다. 다른 점이라면 송석준(안)이 벌금을 2천만원으로 했는데, 박준태(안)에서는 5천만원으로 했다. 이 부분 말고는 조문 자체가 동일하다. 사실 이런 차이는 소관 위원회에서 심의할 때 다룰 문제이지 별도로 법안을 다시 발의할 사안이 아니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것은 박준태 의원이 이미 송석준(안) 공동발의에 참여했다는 것이다.
이미 본인이 공동발의한 법안이 있는데, 한 달 쯤 지나서 벌금만 5천만원으로 바꾸어 본인 대표발의로 법안을 발의한 것이다. 비양심적이다. 이런 행위들이 국회에 무의미한 법안이 잔뜩 쌓여가는 원인이 된다. 왜 이렇게까지 할까?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법안 발의 건수, 처리 건수 그런 숫자로 평가하는 나쁜 관행 때문이다.
▣ 과거엔 필요 없었던 '법'
살인예고 등은 사실 예전에는 없거나 극히 이례적인 일이어서 이런 행위를 별도로 처벌하는 법이 필요 없었다. 그런데 따로 법을 만들어야 할 정도로 이런 공중협박, 공공장소 흉기소지 행위가 늘어나는 현실이 참 안타깝다. 법은 만들더라도 이 법을 적용해 처벌해야 할 일 자체가 좀 없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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