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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

윤준병, 법안처리 최다의원의 양면성

by 레몬컴퍼니 2024. 4. 24.

윤준병 의원 프로필: 출처_대한민국국회 홈페이지

윤준병 의원은 서울시 부시장을 역임한 초선의원이다. 21대 국회에서 대표발의 법안을 가장 많이 통과시킨 의원이다. 표면적으로 보면 21대 국회에서 입법 의정활동을 가장 열심히 한 의원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발의건수'는 물론이거니와 '처리건수'와 같은 숫자로 입법활동을 평가하는 것은 늘 크고 작은 함정이 있다. 21대국회 법안처리 건수 1등 의원의 입법활동을 살펴본다.

▶윤준병 의원 21대국회 법안처리 현황

윤준병 의원 21대국회 법안처리 현황: 출처_잠자는 국회

윤준병 의원의 21대 국회 법안발의 건수는 무려 281건이다. 민형배 의원(325건) 다음으로 두번째 최다 발의 의원이다. 하지만 처리법안은 민형배 의원(57건)보다 월등히 많다. 96건으로 21대 국회의원 중 가장 많은 법안을 처리했다. 처리율은 34.2%로 민형배 의원(17.5%)의 약 2배다. 발의도 많이 했지만, 처리도 많이 했기때문에 이 정도면 훌륭하지 않은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과연 그럴까?

▶윤준병 의원 21대국회 처리법안 분석

윤준병 의원 21대국회 처리법안 현황: 출처_대한민국국회 홈페이지

국회 홈페이지 의안정보시스템에서 윤준병 의원 처리법안을 검색해보면 위 결과처럼 총 96건이 검색된다. 윤준병 의원의 처리법안 목록 전체는 입법 데이터 대시보드 「잠자는 국회」에서 편리하게 확인할 수 있다.

▷윤준병 의원 21대국회 처리법안 목록◁

▷철회한 법안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서 혼동하지 말아야 하는 것 중 하나가, 철회한 법안도 처리한 법안으로 분류된다는 것이다. 윤준병 의원이 철회한 법안은 총 13건으로 아래와 같다. 철회 자체가이렇게 많은 것도 문제가 있다. 아무튼 철회 법안을 빼면 실제 처리법안은 96건에서 83건으로 줄어든다.

연번 법안명 제안일
1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2023-06-23
2 국민영양관리법 개정안 2023-06-23
3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 2023-06-23
4 평생교육법 개정안 2023-06-23
5 공중위생관리법 개정안 2023-06-23
6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 개정안 2022-10-12
7 환경영향평가법 개정안 2021-09-01
8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촉진 및 주변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2021-04-28
9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촉진 및 주변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2021-04-20
10 수산업협동조합법 개정안 2021-01-26
11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 2021-01-26
12 산림조합법 개정안 2021-01-26
13 인삼산업법 개정안 2021-01-06

▷일몰기한 연장 조특법, 지특법

단순히 일몰기한을 연장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법안발의 및 처리실적에서 빼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왜 그런지는 정진석 의원 분석 사례를 참고하면 좋겠다. ☞자세히보기☜ 윤준병 의원은 '일몰기한 연장'에 굉장히 관심이 많은 의원으로 보인다. 처리법안 중 단순히 일몰기한 연장을 위한 조특법만 10건, 지특법도 6건이다. 처리법안의 거의 20%가 일몰연장법이다. 일몰연장법 16건을 빼면 실제 유의미한 처리법안은 67건으로 줄어든다.

 

※일몰기한연장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10건 제안일

2023년 3.10일 2023년 3.9일 2023년 3.8일 2023년 3.7일 2023년 3.6일 2022년 9.2일 2022년 9.1일 2022년 8.31일 2022년 8.30일 2022년 8.29일 

 

※일몰기한연장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 6건 제안일

2023년 3.8일 2023년 3.7일 2023년 3.6일 2022년 8.31일 2022년 8.30일 2022년 8.29일

(일몰연장법 발의 일자를 보면 굉장히 재미있는 패턴이 있는데, 이건 나중에 다루겠다)

▷「국회법」 제58조제4항에 따른 소위원회 직접 회부

우선 '소위원회 직접 회부'에 대해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국회에서는 의원이 법안을 제출하면 소관 위원회에 회부 및 상정이 된다. 위원회는 전체회의에서 법안의 취지 설명을 듣고, 전문위원의 검토보고를 받은 후에 대체토론(안건 전체에 대한 문제점과 당부 등 일반적 토론)을 거친 후 법안소위원회에 보내 이를 심사·보고하도록 되어있다. 이게 일반적인 순서다. 그런데 국회법 제58조제4항에서는 이 절차와 관련된 예외규정을 두고 있다.

「국회법」 제58조제4항: 제1항 및 제3항에도 불구하고 소위원회에 회부되어 심사 중인 안건과 직접 관련된 안건이 위원회에 새로 회부된 경우 위원장이 간사와 협의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그 안건을 바로 해당 소위원회에 회부하여 함께 심사하게 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이미 소위에서 논의 중인 안건과 유사한 안건이 추가로 접수되면 앞의 절차를 생략하고 그냥 소위로 보내서 같이 심사하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소위 직접회부 법안의 공통점은 위원회 검토보고서가 붙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미 선행 법안에 대한 검토보고가 되었으니 따로 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윤준병 의원 처리법안 중 소위 직접회부된 법안은 아래 13건이다.

연번 법안명 제 안 일 소위회부일 소위의결일
1 공공단체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개정안 2023-03-15 2023-03-16 2023-11-23
2 전북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 2023-09-27 2023-10-04 2023-11-23
3 양봉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 2022-09-23 2022-09-26 2023-05-11
4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 2023-03-10 2023-03-13 2023-04-24
5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에 관한 법률안 2022-10-31 2022-11-01 2022-12-28
6 농어촌정비법 개정안 2022-09-23 2022-09-26 2022-11-21
7 귀농어·귀촌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 2022-09-23 2022-09-26 2022-11-21
8 한국마사회법 개정안 2022-09-28 2022-09-29 2022-11-21
9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 2022-09-15 2022-09-16 2022-11-10
10 청년고용촉진 특별법 개정안 2021-11-12 2021-11-15 2021-12-02
11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2020-10-27 2020-10-28 2020-12-08
12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 2020-10-19 2020-10-20 2020-12-08
13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2020-10-07 2020-10-08 2020-12-09

 

소위 직접회부 법안을 일반화해서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대체로 '숟가락 얹기' 유형의 법안이 많은 편이다. 이미 발의된 법안 중 처리 가능성이 높은 법안을 약간 수정 또는 보완하여 새로이 발의하는 행태다. 일예로 위 법안 중 10번 「청년고용촉진 특별법 개정안」은 법안을 제출한지 20일만에 소위에서 의결되었다. 일반적인 법개정 절차에서 이런 놀라운 스피드는 불가능하다.

 

지자체가 주민을 위한 주차장 조성 등을 위해 국유재산 시설을 복합화 할 수 있게 한 「국유재산법」 개정안(2019.2월 발의)이나, 자기가 사는 동네의 문화재 입장료를 감면해 주는 「문화재보호법」 개정안(2012.12월 발의)은 본회의 통과까지 꼬박 1년이 더 걸렸다. '좋은 법'은 절대 '단기속성'으로 만들어지기 어렵다. 참고로 두 법안은 정세균 전 의원이 발의했다.

 

윤준병 의원의 다른 법안도 대체로 2달 이내에 통과되었다. 이 정도도 매우 빨리 처리된 것이다. 물론 정확한 판단은 법안 내용을 하나하나 다 따져봐야 가능하다. 그냥 대체로 부실하다는 말이다. 윤준병 의원의 소위 직접회부 법안 13건을 빼면 정상절차(전체위원회 상정 및 검토보고)를 거쳐 처리된 법안은 54건이다.

▶윤준병 의원 사례분석 시사점

다른 의원의 사례분석과는 달리 윤준병 의원의 경우 처리 법안의 내용을 분석하지는 않았다. 왜냐면 처리법안이 너무 많고, 나도 바쁘다. 대신, 처리법안을 분석하는 몇 가지 관점을 제시한 것이다. 의원들의 입법활동을 '법안발의 건수'로 평가하면 안된다는 말은 이미 너무 많이 했다. 윤준병 의원의 사례는 '법안처리 건수'로 의정활동을 평가하는 것도 상당히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는데, 국회의원의 입법활동에 대한 평가는 '숫자'가 아니라 '내용'으로 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