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이나 태풍 등으로 재난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해당지역에 있는 주민은 어떻게 해야할까? 일단 대피해야 한다. 이런 경우를 위해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서는 시장·군수·구청장이 주민에게 대피를 명령할 수 있고, 주민은 명령에 따라 즉시 대피하도록 하고 있다. 명령을 거부하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재난 시 주민대피와 관련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을 보면 이 문제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접근법이 각각 다른걸 볼 수 있는데, 제법 흥미롭다.

▣ 재난 시 주민대피의 중요성
2025년 3월, 경북 안동·청송·영양·영덕 등에서 발생한 대형산불로 18명의 사망자와 실종자가 발생했다. 그런데 이중 14명이 모두 60대 이상 고령층이었다. 이는 산불로 위험에 처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대피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추정할 수 있다.
▣ 주민대피 관련 현행법 규정
현행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르면, 재난사태가 선포된 지역에 대해 행안부장관과 지자체장은 "재난경보의 발령, 재난관리 자원의 동원, 위험구역 설정, 대피명령, 응급지원 등의 응급조치'를 할 수 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40조(대피명령)
① 시장·군수·구청장과 지역통제단장은 재난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나 재산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하면 해당 지역 주민이나 그 지역 안에 있는 사람에게 대피하도록 명하거나 선박·자동차 등을 그 소유자·관리자 또는 점유자에게 대피시킬 것을 명할 수 있다. 이 경우 미리 대피장소를 지정할 수 있다.
② 제1항에 따른 대피명령을 받은 경우에는 즉시 명령에 따라야 한다.
같은 법 제40조(대피명령)에서는 시장·군수·구청장과 지역통제단장은 재난 발생(또는 우려)시 해당 지역 사람에게 대피를 명할 수 있고, 명령을 받은 경우 즉시 이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만약 대피명령에 따르지 않을 경우 강제로 대피시킬 수도 있다. 대피명령을 위반한 사람에게는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42조(강제대피조치)
① 시장·군수·구청장과 지역통제단장은 제40조제1항에 따른 대피명령을 받은 사람 또는 위험구역에서의 퇴거나 대피명령을 받은 사람이 그 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하여 위급하다고 판단되면 그 지역 또는 위험구역 안의 주민이나 그 안에 있는 사람을 강제로 대피 또는 퇴거시키거나 선박·자동차 등을 견인시킬 수 있다.
▣ 재난문자 등을 통한 재난경보
재난이 발생(또는 우려)하면 행안부장관이나 단체장은 통신 및 방송 사업자에게 문자·음성송신방송 등의 조치를 요청하여 그 재난에 관한 예보·경보·통지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재난문자 등에는 재난의 유형, 규모, 발생 지역 및 시기 등의 정보가 제공된다. 그러나 현재 재난문자에는 구체적인 대피장소에 관한 안내는 제공되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재난문자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어서 개개인의 위치에 맞는 지역별 대피장소를 구체적으로 제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행안부는 2025년 8월 ‘재난정보 전달체계 개선 대책’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에서 안전안내·긴급·위급문자를 위험도에 맞게 구분 발송하고, 문안도 ‘언제·어디로·어떻게’ 대피해야 하는지 명확히 안내하도록 하는 등 재난정보 제공 체계를 개선 중이라는 입장이다.
▣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
이상과 같이 주민대피와 재난문자 등과 관련하여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이 여러건 발의돼 있다. 국회의원들은 재난 시 주민대피의 문제점을 어떻게 파악인식하고 있을까? 접근법이 각각 다른데, 의원들의 가치관과 태도 등을 엿볼 수 있다.
▶대피명령 불이행자 처벌 강화
관련해서 가장 최근에 발의된 법안은 안철수 의원의 개정안(2025-11-24)이다. 이 법안은 대피명령 불이행자에 대한 처벌을 현행 200만원 과태료에서 300만원으로 올리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런 의문이 든다. 이 법안을 발의하기 전에 사람들이 대피명령에 따르지 못하는 이유를 충분히 생각해 봤을까? 처벌이 약하기 때문에 대피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과태료를 늘리면 대피를 못하는 사람들이 줄어들까? 이런 접근법은 상당히 권위적인 발상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래저래 마음이 답답해지는 법안이다.
▶대피방법까지 안내해라
주민대피 문자를 받아본 사람들은 대부분 느껴봤을텐데, 그래서 "어디로 어떻게 대피해야 하지?" 바로 이 문제다. 김승원 의원이 발의(2025-9-15)한 개정안은 현행법 제40조(대피명령)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법에 따라 대피방법을 안내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맞는 말이긴 한데, 앞서 설명한 것처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재난문제에서 어떻게 개개인에게 맞는 대피장소를 제공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법안을 준비하면서 그런 대안에 대해 여러가지로 검토했을 것이라 믿는다.
▶안전취약계층 대피계획을 수립하라
고령자나 장애인, 어린이 등은 일반인보다 재난 시 대피에 어려움이 클 것이다.

위성곤 의원이 발의(2025-8-22)한 개정안은 안전취약계층 대피계획 수립·추진 의무를 신설하고, 대피명령을 발령한 경우 대피장소에 인력을 배치해 안전취약계층의 대피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아울러 재난정보 제공 시 대피장소 등 대피명령에 관한 정보가 들어가도록 하고 있다.
▶대피장소 숙지 안내, 대피 도우미 등 운영
김윤 의원도 재난 시 안전취약계층의 안전 확보 수단을 강화하는 개정안을 발의(2025-4-7)했다. 단체장 등으로 하여금 사전에 대피장소를 지정한 경우 주민들이 해당 장소를 숙지할 수 있도록 안내할 의무를 신설했다.

또한 재난 발생 시 안전취약계층의 신속한 대피를 위하여 대피도우미 등 지원 인력 지정·운영 및 대피시스템 마련을 의무화 하도록 했다. 주민들이 사전에 대피장소를 숙지하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
▶반려동물 동반 대피장소도 안내하라
한정애 의원이 발의한 법안(2024-6-24)은 대피명령 시 대피장소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한 점은 위에서 설명한 내용과 같다.

다만, 특이한 점은 "반려동물을 동반할 수 있는 대피장소를 포함"해서 안내하도록 한 것이다. 아마도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반려동물 동반 가능 대피소를 찾을 수 없어 대피를 포기하는 문제를 개선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 실질적 문제 해결 노력까지...
참고로 현행 재난문자의 글자 수는 최대 90자로 제공되고 있다. 주민대피 관련 문제점을 법 개정을 통해 개선하고자 하는 취지는 좋다. 그러나 여러가지 조건을 생각하면 제도적 미비점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적 한계가 예상된다. 단순히 선언적 내용으로 법안을 발의하는 것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진정성 있는 노력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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