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요금 감면 등을 목적으로 저공해자동차 표지(스티커)를 위조해서 붙이면 500만원 이하 벌금 처벌을 받는다. 이 벌금형이 너무 과하니 과태료로 완화하자는 법안이 발의됐다. 이유는 "민간 경제활동의 어려움 경감"을 위해서다. 이게 경제에 그렇게 중요한 사안인지 잘 모르겠지만,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 사회에서 경제보다 더 중요한게 '양심'과 '상식'이라고 생각한다. 양심과 상식을 저버린 행위에 대해 처벌을 경감하는 것은 자칫 '해도 된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 상식에 맞지 않는 형벌 완화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박성훈)
2025년 3월 5일 발의한 박성훈(안)은 저공해자동차 위조 표지 부착 행위에 대해 현행 500만원 이하 벌금에서 500만원 이하 과태료로 처벌을 완화하는 내용이다.
구분 | 대기환경보전법 조문 |
현행법 | 제58조(저공해자동차의 운행 등) ⑪저공해자동차 등의 소유자는 (기초 및 관역단체장)에게 저공해자동차 등에 해당함을 인증하는 표지의 발급을 신청할 수 있다. ⑫ (기초 및 광역잔체장)은 제11항에 따른 인증 신청이 있는 경우 (중략) 표지를 발급할 수 있고, 소유자는 발급받은 표지를 저공해자동차 등에 붙일 수 있다. |
제91조의2(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58조제12항에 따른 표지를 거짓으로 제작하거나 붙인 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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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훈(안) | 제94조(과태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에게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제58조제12항에 따른 표지를 거짓으로 제작하거나 붙인 자 |
▶저공해 자동차란?
저공해자동차는 대기오염 물질을 배출하지 않거나 적게 배출하는 차량을 말한다. 1종부터 3종까지 있다.
- 1종: 무공해 차량이다. 전기차, 수소차, 태양광 자동차가 여기에 해당된다.
- 2종: 일정 기준 이하 오염물질 배출차량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다.
- 3종: 2종 저공해차 기준은 초과하나 일반 차량보다는 오염물질을 적게 배출하는 차량이다. 일부 가솔린차량, LPG차, CNG차가 해당된다.
▶저공해 자동차의 혜택은?
1·2종 저공해 차량은 혼잡통행료를 50% 할인받는다. 공영주차장 주차요금도 할인받는다.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발령시에도 공공기관 출입이 가능하고, 공공기관 전용주차면 혜택도 받을 수 있다. 환경오염 예방을 완화하기 위해 저공해차량의 확산을 장려하기 위한 조치다. 이러한 혜택을 받기 위해 저공해차량 스티커를 차량에 부착하도록 하고 있다.
▶같은 500만원인데, 왜 완화인가?
벌금 500만원과 과태료 500만원은 같은 금액이지만 차이가 매우 크다. 단적으로 말해서 벌금은 전과로 기록되지만, 과태료는 전과로 남지 않는다. 벌금은 형법에서 정한 형벌(사형, 징역, 금고, 자격상실, 자격정지, 벌금, 구류, 과료, 몰수) 중 하나고, 과태료는 형사적 처벌이 아니라 행정상의 가벼운 처분이다. 불법주차 등에 과태료가 적용된다. 같은 금액이라도 과태료보다 벌금이 훨씬 큰 처벌이다.
▣ 형벌규정 완화 배경
법적 형벌은 무조건 강하다고 효과가 큰 것은 아니다. 바람직하지도 않다. 우리 사회의 상식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적정한 처벌이 최선이다. 그런데 실제로 너무 과한 형벌도 많다. 그래서 정부는 2022년 7월에 「경제 형벌규정 개선 TF」를 출범하여 경미한 위반행위는 범죄가 아닌 질서위반 행위로 보아 형사처벌 대신 과태료로 전환하는 방안을 마련해왔다. 이와 관련하여 정부가 다양한 형벌규정 완화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 박성훈 의원 법안 발의 이유
국회의원이 법안을 발의할 때에는 <제안이유>를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박성훈 의원이 저공해자동차 위조 표지 처벌 완화 법안을 내면서 기재한 <제안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과도한 형벌규정에 따른 민간 경제활동의 어려움을 경감"이다. 둘째 "장애인사용자 표지부착 위반에 대한 벌칙이 3백만원 이하 과태료인 점과 비교해도 형량이 과도하다"는 것이다.
▶민간 경제활동의 어려움 경감?
저공해자동차 표지 위조가 서민의 경제활동에 그렇게 중요한 문제일까? 주차료 감면 등의 혜택은 금액적으로 '경제활동'이라고 보기가 좀 어렵다. 더구나 이런 표지 위조는 실수 또는 일회성 법규위반이 아니라 의도적, 반복적 행위라고 보는게 맞을 것이다. 경제문제보다는 양심과 상식의 문제로 보인다.
▶장애인사용자 표지 위반 처벌과의 형평성?
우선 박성훈 의원이 말하는 '장애인 표지부착 위반 과태료 300만원'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저공해 자동차 스티커는 제작과 사용 모두 500만원 이하 벌금이다. 그런데 장애인차 스티커는 부당사용의 경우 300만원 이하 과태료지만, 위·변조 행위는 무거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장애인 복지법」 제39조 ③항은 "장애인 사용 자동차 등 표지를 대여하거나 양도하는 등 부당한 방법으로 사용하여서는 아니 되며, 이와 비슷한 표지·명칭 등을 사용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하고 있다. 이를 위반한 자에게는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그러나 장애인자동차 표지는 행정상의 공문서이기 때문에 이를 위·변조해 사용하다가는 공문서 위조 및 위조공문서 행사죄로 10년 이하의 징역에 해당하는 형사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상식적으로 위조된 저공해자동차 표지 사용보다 장애인차량의 경우가 죄질이 훨씬 나쁘다. 장애인 차량에 대한 혜택이 훨씬 크기도 하지만, 이는 장애인의 권리를 빼앗아가는 반사회적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건 어떤 이유든간에 절대로 해서는 안될 행위다. 형평성을 맞추자면 오히려 장애인차 위조 표지 사용에 대한 처벌을 더 강화하는게 맞지 않을까?
불법주차·위조 표지에 갈 곳 잃은 장애인…"탑승자 기준으로 발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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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은 기자, 정유진 인턴기자 = "차가 정면이 아니라 뒤를 보고 있길래 이상해서 보니 옛날에 쓰던 네모난 표지였어요. 그런 것들이 확인도 안 되고 장애인 표시가 있다는 이유로 거기에 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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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양심과 몰상식을 부추기는 법안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가장 큰 힘은 양심과 상식이다. 민간의 경제활동을 위한답시고 비양심과 몰상식을 부추기거나 묵인해서는 안된다. 특히 법이 그래서는 안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성훈 의원의 법안은 자칫 저공해자동차 표지 위조 행위에 대해 '불가피하면 해도 된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 매우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사안이다. 참고로 이 법안은 박성훈 의원 외에 김성원, 이헌승, 이인선, 고동진, 최은석, 조배숙, 한지아, 조은희, 박충권 의원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유용한 사이트: 무공해차 통합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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