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안(김태년, 권성동, 윤한홍)
현행 한국산업은행법에 따른 산업은행의 법정 자본금은 30조원이다. 산업은행은 30조원 이내에서 산업의 개발·육성 및 성장 촉진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고 관리한다. 그런데 현행 자본금 한도로는 정책자금 공급이 어려워 자본금을 늘리자는 법안이 발의되었다. 40조로 늘리자는 법안과 50조, 60조로 늘리자는 법안이 각각 발의됐다.
데자뷰란, 처음 보는 대상이나 처음 겪는 일인데,
마치 이전에 보거나 경험한 것 같은 느낌을 말한다.
기시감이라고도 부른다.
▣ 21대국회, 한국수출입은행 자본금 사례
21대 국회인 2024년 3월 19일, 「한국수출입은행법」 개정 법률이 공포되어 수출입은행의 법정 자본금이 15조원에서 25조원으로 10조원 증액되었다.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건설사업, 중동 에너지 개발사업 등 해외 각지의 대형 인프라 사업이 예정된 상황에서 적기에 충분한 금융 지원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당시 수출입은행 법정 자본금 증액을 위한 법안은 4건이 발의되었다. 각 법안의 증액 규모와 법안처리 결과는 아래와 같다.
구분 | 현행 | 정성호(안) | 윤영석(안) | 양기대(안) | 박진(안) | 기재위원장 (대안) |
수출입은행 자본금 | 15조원 | 25조(+10조) | 30조(+15조) | 35조(+20조) | 50조(+35조) | 25조(+10조) |
발의일자 | - | 2020-8-25 | 2023-7-14 | 2023-10-16 | 2024-2-5 | 2024-2-29 |
처리결과 | - | 대안반영폐기 | 대안반영폐기 | 대안반영폐기 | 대안반영폐기 | 원안가결 |
▶기재위원장 대안은 어떤 의미?
수출입은행 자본금을 현재보다 10조, 15조, 20조, 35조원 더 늘리자는 법안이 4건 발의되었는데, 소관 상임위인 기획재정위원회에서는 이 4건의 법안을 함께 심의하여 10조원 증액한 25조원으로 의결하였다. 이를 '기재위원장 대안'이라고 한다. 이 대안이 본회의에 상정·의결되어 공포되었다.
▶법안심사는 4지선다형 객관식이 아니다
4건의 법안이 발의되었으면, 상임위에서는 4건 중 하나를 선택해서 의결하는 것일까? 아니다. 수출입은행 자본금 증액 여부와 그 규모는 상임위인 기재위에서 필요성과 정부의 입장 등을 충분히 논의하여 정하는 것이다. 4지선다형이 아니다.
▶대안반영폐기된 법안은 처리 실적으로 간주한다
4건의 법안 중 정성호 의원이 제안한 25조원 증액(안)이 기재위 의결(안)과 동일하다. 그러면 30조/35조/50조를 제안한 나머지 법안은 어떻게 될까? <대안반영폐기>라고 하여 처리된 법안으로 간주한다. 따라서 윤영석, 양기대, 박진 의원의 법안처리 실적은 1건씩 추가되었다. 숫자를 달리하여 의원들이 법안을 자꾸 발의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22대국회, 한국산업은행 자본금 사례
수출입은행과 유사한 맥락에서, 22대 국회에서는 산업은행의 자본금을 증액하자는 법안이 발의되었다. 2024년 7월말 현재, 한국산업은행의 납입자본금은 약 26조 3천억원이다. 현행 법정자본금 30조원 대비 87.6% 수준이다. 자본금 한도까지 약 3조 7천억원 정도의 여유 밖에 없다. 이 정도는 향후 2~3년 내에 소진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산업은행이 정책금융 수요에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자본금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얼마나 늘려야 할까? 현재까지 3건의 법안이 발의됐다.
구분 | 현행 | 김태년(안) | 권성동(안) | 윤한홍(안) |
산업은행 자본금 | 30조원 | 40조원(+10조) | 50조원(+20조) | 60조원(+30조) |
발의일자 | - | 2024-7-3 | 2024-11-4 | 2024-11-11 |
소속(소관)위원회 | (정무위) | 기재위 | 정무위 | 정무위(위원장) |
적정 증액 규모는 얼마일까? 그건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원회에서 논의하여 결정할 일이다. 재미있는 것은 권성동 의원과 윤한홍 의원은 정무위원회 소속 위원이다. 윤한홍 의원은 정무위원회 위원장이다. 어차피 이 법안은 정무위에서 논의되기 때문에 굳이 법안을 발의하지 않아도 정무위 심의 과정에서 증액규모에 대한 본인의 의견을 밝히고 관철시키면 된다.
▶70조원 증액 법안도 나올까?
손쉽게 법안 발의 및 처리실적을 늘리고자 하는 국회의원이 있다면, 70조원 증액 법안을 발의할 가능성도 있다. 중간 금액인 45조원, 55조원 법안도 나올 수 있다. 최종적으로 얼마로 의결될지는 크게 상관없다. 그냥 <대안반영폐기>만 되어도 입법실적이 올라간다.
'60조 vs 40조', 늘어날 산은 법정자본금 한도는
'60조 vs 40조', 늘어날 산은 법정자본금 한도는
KDB산업은행의 법정자본금 확충 규모가 다음 달 초까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의중이 포함된 60조원 한도 증액 법안이 발의된 가운데 실제 늘어날 법정자본금 규모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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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금 증액에 대한 우려도 있다
참고로, 산업은행의 자본금 증액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아 보이지만 우려 의견도 있다. 국회 정무위 검토보고서에서는 아래와 같은 우려를 제시하고 있다.
- 정책자금 공급이 과도하게 확대될 경우 부동산 경기 과열 등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음
- 특정 산업에 대한 불균형적인 보호는 장기적으로 시장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음
- 국회는 총한도만 결정하고, 한국산업은행 출자의 상당 부분(59%)을 차지하는 현물 출자는 국회의 사전 동의 없이 정부의 자체적인 결정으로 이루어지는 바 자본금 총한도 규모에 대해 신중한 논의가 필요함
▣ 수출입은행 데자뷰의 교훈
국회의원들이 법안 발의 및 처리 건수에 연연하는 이유는, 그 건수로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을 평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별 것 아닌거 같아도 이 '건수'가 다음 선거에서 공천을 좌지우지 하는 숫자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번 사례에서도 본 건처럼 '건수'라는게 참 의미없는 숫자다. 늘릴려고 마음먹으면 얼마든지 늘릴수 있는게 입법활동 '건수'다. 건수보다 법안의 내용으로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평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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