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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발의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_이하와 미만의 차이

by 레몬컴퍼니 2025. 3. 27.

현행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서는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 제도'의 대상을 30인 이하 사업장으로 제한하고 있다. 임이자 의원이 <30인 이하>를 <50인 미만>으로 확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그런데 앞서 김주영 의원이 <50인 이하>로 확대하는 법안을 먼저 낸 상태다. 임이자(안)은 '이하'를 '미만'으로 바꾸는 법안에 불과하다. 이런걸 꼭 법안으로 발의해야 하나? 아니다. 이 법안은 환노위 소관인데, 임이자 의원은 환노위 소속 위원이다. 상임위 회의를 열 때, 합당한 이유를 대면서 "이하는 미만으로 표기합시다"라고 한마디만 하면 될 일이다. 왜 굳이 이런 법안을 내는걸까? 법안 발의 실적을 늘리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_이하와 미만의 차이

▣ 퇴직급여제도 알아보기

본론에 앞서 퇴직급여 제도에 대해 간략히 공부하고 가자.

▶퇴직금과 퇴직연금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라 사용자가 퇴직 근로자에게 퇴직급여를 지급하는 제도는 퇴직금과 퇴직연금이 있다. 퇴직금 제도는 근로자의 퇴직 이후 안정된 생활을 위해 퇴직 후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법정 제도다. 2010년 12월부터 전 사업장에 적용되고 있다.

퇴직금과 퇴작연금제도의 유형_출처: 국회 환노위 검토보고서

퇴직연금 제도는 근로자 재직 기간 중 사용자가 사외(社外)에 근로자의 퇴직급여를 금융기관에 적립하고, 이 적립금을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운용하다가 55세 이후에 연금 또는 일시금으로 수령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위 <표>에서 보는 것처럼 여러 유형이 있다.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 제도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 제도(중퇴기금제도)는 사업주와 근로자가 납입한 부담금으로 공동의 기금을 조성·운영하여 근로자에게 퇴직급여를 지급하는 제도다. 다른 제도와 달리 일정부분 재정이 지원된다. 따라서 대상도 상시근로자 30인 이하 중소기업으로 제한하고 있다.

계약형 제도와 기금형 제도의 차이_출처: 국회 환노위 검토보고서

아무래도 중소·영세기업은 퇴직연금제도 도입이 어렵다보니 소속 근로자들의 노후생활 보장이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2022년 9월부터 중퇴기금제도를 도입했다. 퇴직연금제도가 계약형 제도라면 중퇴기금제도는 말 그대로 기금형으로 운용된다. 사업자와 근로자가 납입한 부담금을 근로복지공단이 전문적‧집합적‧장기적으로 운용한다.

중소기업 퇴직연금그금제도 가입현황_출처: 국회 환노위 검토보고서

가입 실적은 그리 많지 않다. 2024년 기준 가입 사업장은 17,380개소, 적용근로자 수는 8만여명, 적립액은 5,926억원이다. 2022년 기준 가입 대상 사업장 수가 1,504,190개소 임을 고려하면 매우 저조한 편이다. 제도가 도입된지 얼마 되지 않은 이유도 있을 것이다.

▣ 중퇴기금제도 적용 대상 사업장 확대 법안

이러한 상황에서 중퇴기금제도 적용 대상 사업장을 현행 <30인 이하> 사업장에서 100인 미만(박정), 50인 이하(김주영), 50인 미만(임이자)으로 확대하자는 법안이 발의됐다. 21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퇴직급여제도 개선 방안 중 퇴직금(퇴직연금) 중 일부를 별도 기금으로 적립‧운용하여 연금으로 받는 준공적연금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응답이 46.4%나 되었다. 그런 면에서 퇴직금(연금)의 공적연금화를 확대하자는 주장은 타당해 보인다.

중퇴기금제도 적용대상 확대_박정_김주영_임이자

그런데, 기금운용 손실이 발생하면 근로자 노후소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약점이 있다. 중퇴기금제도의 운영주체인 근로복지공단의 자산운용에 따라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 근로자의 퇴직연금 수급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노동부는 이 제도의 성과 분석 등을 토대로 대상 확대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재부는 지금은 대상 확대보다는 현행 30인 이하 사업장의 가입 확산에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이하'와 '미만'의 차이를 이용한 입법기술

'이하'와 '미만'의 차이를 활용한 입법기술적 측면에서 살펴보자. 앞서 설명한 것처럼 김주영 의원은 <50인 이하>로 확대하는 법안을, 임이자 의원은 <50인 미만>으로 확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안이고, 구체적인 조문은 아래와 같다.

현행법 김주영(안) 임이자(안)
2022-7-22 시행 2024-10-28 발의 2025-3-25 발의
제2조(정의)  14.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제도”란 중소기업(상시 30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에 한정한다. 이하 같다) 근로자의 안정적인 노후생활 보장을 지원하기 위하여(이하 생략) 제2조(정의)  14.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제도”란 중소기업(상시 50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에 한정한다. 이하 같다) 근로자의 안정적인 노후생활 보장을 지원하기 위하여(이하 생략) 제2조(정의)  14.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제도”란 중소기업(상시 50명 미만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에 한정한다. 이하 같다) 근로자의 안정적인 노후생활 보장을 지원하기 위하여(이하 생략)

김주영(안)과 임이자(안)의 차이는 이하와 미만의 차이, 이게 전부다. 다른 차이는 없다. 임이자 의원은 이 법안의 제안이유에서 "국가통계에서 퇴직연금관련 기업규모 기준을 ‘00명 미만’으로 작성하고 있으므로 통계관리의 일관성을 위해 ‘이하’를 ‘미만’으로 표기할 필요가 있음"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 치더라도 이런걸 꼭 법안으로 발의해야 하나?

"그럴 필요 없다!"

이 법안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관이다. 임이자 의원은 환노위 소속 의원이다. 이하를 미만으로 표기해야 할 이유가 있다면 이 법안이 상임위에 상정되어 심의될 때 그런 이유를 설명하고 주장하면 된다. 이걸 굳이 새로운 법안으로 만들어서 발의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그런데 왜 굳이 발의할까? 법안 발의 실적을 쉽게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 임이자 의원만의 문제일까?

재미있지만 안타까운 것은 이런 식으로 이하, 이상, 미만, 초과의 차이로 발의되는 법안이 더 있다. 아래 글은 한민수 의원이 발의한 「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 사례다. 이 외에도 찾아보면 더 있을 것이다.

'초과, 미만, 이하' 차이로 법안 만들기

 

'초과, 미만, 이하' 차이로 법안 만들기

▣ 「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한민수)이 법안은 서민금융진흥원과 관련된 법률이다. 서민금융진흥원은 동 법률에 따라 설립된 공공기관으로 정부 출연금, 금융기관 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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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이 발의하는 법안에는 해당 국회의원의 철학, 가치관, 역량, 양심, 의정활동 방향, 진정성 등이 모두 담겨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아무거나 막 던지는 식의 법안 발의 문화는 지양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