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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발의

제왕적 국회를 꿈꾸는 법안?

by 레몬컴퍼니 2025. 3. 26.

홍영식 한국경제 논설위원이 '개헌, 제왕적 국회엔 왜 입닫나'라는 칼럼을 썼다. 제왕적 대통령도 문제지만, 제왕적 국회도 문제가 있다는 견해다.

[홍영식 칼럼] 개헌, '제왕적 국회'엔 왜 입닫나

 

[홍영식 칼럼] 개헌, '제왕적 국회'엔 왜 입닫나

강력한 대통령 시절엔 ‘거수기’ 비아냥을 들은 국회가 행정부 견제라는 본연의 기능을 제도적으로 보장받기 시작한 것은 ‘87 개헌’을 통해 국정감사 등이 도입되면서다. 국회의 힘이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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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 보면, 국회가 행정부 견제 수준을 넘어 지배적인 힘을 가지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며 국회의원이 발의한 여러가지 법안을 그 근거로 대고 있다. 칼럼에서 예로 든 법안 몇 가지만 보면 아래와 같다.

  • 외교 조약 문안의 국회 보고를 의무화하는 법안
  • 특별사면 전 국회가 심사에 관여할 수 있는 법안
  • 중장기 전력 수급 계획의 국회 동의 의무화 법안
  • 입법부가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제한하는 법안
  • 국회 상임위가 감사원 특별감찰 계획서를 승인하는 법안
  • 대법원장 임명권 제한 법안
  • 표적수사 의심 시 재판부 영장 기각을 의무화하는 법안

칼럼만 보면 정말로 국회가 대통령 고유권한까지 빼앗아 무소불위의 권력집단이 될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런 판단은 실제 법안의 내용을 보고 해야한다. 이게 제왕적 국회를 꿈꾸는 법안인지, 법·제도적 결함을 개선하려는 법안인지는 시민이 판단할 문제다. 그런 차원에서 칼럼에서 거론된 몇 가지 법안의 취지와 주요 내용을 살펴본다.

제왕적 국회인가? 제왕적 언론인가?

▣ '제왕적 국회'를 꿈꾸는 법안

▶외교 조약 문안의 국회 보고를 의무화하는 법안

박주민 의원이 발의한 「조약의 체결·비준에 관한 민주적 통제를 위한 법률안」과 여러명의 의원이 발의한 「통상조약의 체결절차 및 이행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말한다. 박주민의 법안 중심으로 살펴본다.

박주민 의원

조약은 국제법에 의거한 국제적 합의다. 크게 양자조약과 다자조약으로 구분된다. 조약의 체결은 ①문안교섭, ②조약안 채택, ③정부 내부절차(최종, 대통령 재가), ④서명, ⑤국회동의(헌법에 열거된 조약), ⑥비준서, ⑦발효 및 공포 절차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이러한 조약 체결 절차의 법적 근거는 헌법 등 여기저기에 산재되어 있다. 통일적인 조약체결 절차에 대해서는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태다. 이 법안은 조약체결에 대해 법률을 통해서 표준적인 업무절차를 마련하자는 취지로 볼 수 있다.

조약 체결 비준 절차 및 적용법_출처:국회 외통위 검토보고서

2024년 8월 현재, 우리나라가 체결·비준한 전체 조약은 3,549건으로 이 중 739건(양자조약 504건, 다자조약 235건)이 국회 동의로, 79%에 해당하는 2,810건(양자조약 2,298건, 다자조약 512건)은 국회 동의 없이 체결·비준되었다. 조약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이 있고, 국민의 권리·의무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의 조약 체결 과정 전반에 국회의 참여를 확대하고, 절차적 투명성을 높여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런 배경에서 조약 체결 절차를 법률로 규정하는 입법시도는 20년 전부터 이루어졌다.(박주민 의원의 이 법안도 20대, 21대에 이어 22대 국회에서 3번째 발의한 것이다)

박주민_조약의 체결 비준에 관한 법률안_발의현황

다만, 국회의 관여를 어느 정도까지 인정하는 것이 합리적일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국회의 관여를 조약 문안이 확정된 후 국제법적 효력이 발생하기 전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고, 조약을 ‘법률’과 같은 입법행위로 보아 조약체결 전반에 대해 국회의 관여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조약체결 과정에 대한 국회의 적정한 관여 범위를 정하는 것은 국회에서 합의해서 정할 일이다. 이를 대통령의 고유권한 침해라고 보아 무조건 배척할 일은 아닌듯하다.

▶특별사면 전 국회가 심사에 관여할 수 있는 법안

박주민 의원이 발의한 「사면법 개정안」이다. 사면이란 형 선고의 효력 상실 또는 형 집행 면제 등을 뜻한다. 사면은 사법부의 판단을 변경하는 것으로 권력분립 원칙의 예외에 해당된다. 감형은 형을 선고받은 사람의 형을 경감하는 것이고, 복권은 형 선고에 따라 상실 또는 정지된 자격을 회복시켜 주는 것이다. 사면, 감형 및 복권은 일반사면과 특별사면으로 나뉜다.

일반사면_특별사면 비교

이 법안의 주요내용은 ①특별사면 및 감형의 대상에서 대통령과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이나 대통령이 임명·지명한 정무직 공무원 제외, ②특별사면 시행 14일 전 대상자 명단 국회 보고, ③사면심사위원회를 대통령 소속으로 격상, 사면심사위원회 위원 9명 중 3명은 국회 3명은 대법원장이 지명, ④사면심사위원회 회의록 공개다.

최근 사면 관련 토예_( )는 국방부 소관

대통령의 특별사면권 행사가 고도의 정치적·정책적 판단에 따라 이루어지는 조치이나 특별사면의 기준이나 형평성 등이 사회적 논란의 대상이 되는 실정임을 감안할 때, 개정안은 특별사면의 대상을 제한하고 관련 절차를 강화함으로써 특별사면의 공정성과 형평성을 제고하려는 취지로 보인다. (참고로 16대국회에서 대통령 특별사면 시 국회의 의견을 듣도록 하는 '사면법 개정안'을 가결했으나, 대통령 특별사면권에 대한 헌법상 근거 없는 제한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노무현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하여 폐기되었다)

▶중장기 전력 수급 계획의 국회 동의 의무화 법안

김성환 의원이 발의한 「전기사업법 개정안」이다. 이 법안은 산자부장관이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변경할 때 최종 확정 전에 소관 상임위원회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내용이다.

김성환 의원

개정안은 전력수급의 기본방향 및 장기전망, 발전설비 및 주요 송·변전설비 계획에 관한 사항이 국민생활 및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국회 동의 후 확정되는 것이 타당하다는 취지다. 현행 절차와 개정안에 따른 절차를 비교해보면 아래 <그림>과 같다.

현행법_개정안 절차 비교

이에 대해 산자부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은 행정계획으로써 다수의 전문가와 이해관계자의 충분한 논의와 합의를 기반으로 수립되고 있고,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자료제출 및 수시보고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굳이 법률에 국회 동의 규정을 명시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입법부가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제한하는 법안

김용민·황운하 의원이 발의한 「대통령의 재의요구 권한 행사에 관한 특별법안」이다. 헌법 제53조는 국회 의결 법률안에 대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를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헌법은 재의요구 요건에 대해 ‘이의가 있을 때’라고만 하고 있을 뿐 ‘이의’의 사유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지 않다.

김용민_황운하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이례적인 경우면 별 문제가 없었을텐데, 이게 너무 많다보니 뭔가 제도적 정비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이 법안은 대통령 거부권 행사 기준과 재의요구 회피 의무 등을 법률에 규정하여 헌법상 해석 논란과 이해충돌 소지를 정리하고자 하는 취지로 볼 수 있다.

*이 통계는 2024년 9월 기준이다. 윤석열은 계엄 선포 전까지 25건의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후 권한대행 체제에서도 13건의 거부권이 행사됐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학계에서도 논란이 있는데, 거부권을 대통령의 자유재량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 있는 반면, 적절한 제한을 두어 거부권 행사가 남용되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견해도 있다. 이런 논란에 대해 국회에서 충분히 따져볼 필요는 있어보인다.

▶국회 상임위가 감사원 특별감찰 계획서를 승인하는 법안

이 주장은 어떤 법안을 두고 하는 말인지 명확치는 않은데, 박주민 의원과 박범계 의원이 발의한 「감사원법 개정안」으로 추정된다. 이 법안은 감사원의 감사권 남용을 방지하기 구체적인 기준을 법률에 규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의한 것이다.

박범계 의원

감사원이 전 정부 사업에 대한 무분별한 감사와 표적감사로 정치적 중립성이 의심받고 있다. 이런 법안의 발의는 감사원이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있다. 다만, 법안의 내용 중 칼럼에서 말하는 '특별감찰 상임위 승인' 부분은 찾지 못하겠다.

▣ 제왕적 국회? 제왕적 언론?

나머지도 더 따져보고 싶지만 생략한다. 우리 사회의 비정상적이고 불합리한 현상을 완화 또는 해소하는 방법 중 하나가 법을 고치는 것이다. 국회에서 발의되는 법안은 대개 그런 배경이 있다. 타당한 이유와 개선책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부분을 따져 국회에서 의결 여부를 결정한다. 그런데 이런 법안에 대해 '국회의 제왕적 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법안'이라고 일방적으로 단정하는 것은 언론의 횡포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제왕적 언론'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