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감사, 표적감사, 정치감사. 이는 감사원의 감사권 남용과 부적법한 감사를 지적하는 말들이다. 정치적 중립성과 기관운영 독립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감사원이 언제부터인가 최고권력자의 하수인처럼 행동해 온 결과다. 이에 감사원의 권한남용 방지를 주된 목적으로 감사원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됐다. 2024년 6월 21일 발의된 박범계 의원 법안이 최초인데, 발의 후 1년이 지났지만 별 진전없이 방치돼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사 법안이 계속 발의되어 쌓여만 가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감사원을 향해 "정책감사 자제하라"라는 주문을 했다. 그냥 말로만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감사원의 정책·정치감사를 근절할 수 있는 감사원법 개정에 박차를 가할 필요가 있다.
▣ 감사원법 개정안 주요 내용
현재까지 발의된 감사원법 개정안을 보면, 감사원의 권한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감사의 기본원칙'을 법률에 규정하자는게 대표적이다. 그 밖에도 정부의 중요 정책결정에 대한 감찰을 제한하자 등의 내용으로 여러 건의 감사원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감사의 기본원칙을 법률에 규정하자
감사원은 자체적으로 감사의 기본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사실 감사원이 이 기본원칙을 잘 지키기만 했다면 지금과 같은 비난은 받지 않았을 것이다. 감사원이 스스로 정하고 있는 '감사의 기본원칙'은 아래와 같다.
(감사의 기본원칙) 감사원은 감사를 수행할 때에는 다음 각 호의 기본원칙을 준수하여야 한다.
1. 관계자 등의 인권을 존중하고 적법절차를 준수한다.
2. 감사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범위 안에서 감사를 실시한다.
3. 법령과 조리에 따라 성실하게 감사를 수행하고, 그 권한을 남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4. 증거를 통한 사실에 근거하고, 감사절차와 기준 등을 모든 감사대상 기관과 관계자 등에게 공정하게 적용한다.
5. 감사실시 및 자료제출 요구 등으로 인한 감사대상 기관과 관계자 등의 부담이 최소화되도록 한다.
이 감사의 기본원칙은 '감사원 감사사무 처리규칙' 제6조에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감사원법이 아니라 감사원 규칙에서 정하고 있는 것인데, 규칙이라는 것은 일종의 내부 가이드라인이다. 이를 위반한다고 해서 무슨 처벌 규정이 있는 것도 아니다. 사실상 있으나마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범계 의원의 '감사원법 개정안'은 위 규칙을 감사원법에 직접 명시하면서, 기존 원칙에 더해 정치적 중립성 유지, 독립성 준수, 감사내용공표 및 비밀누설 금지를 추가하는 내용이다. 박범계 법안에 담겨있는 감사 기본원칙(안)은 아래와 같다.
감사원법 제20조의2(감사의 기본원칙) 감사원이 감사를 수행할 때에는 다음 각 호의 기본원칙을 준수하여야 한다.
1. 직무 수행에 있어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헌법과 법률에 따라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고, 독립성을 지켜야 한다.
2. 감사대상 기관과 그 관계자 등의 인권을 존중하고 적법절차를 준수한다.
3. 감사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범위 안에서 감사를 실시한다.
4. 법령과 조리에 따라 성실하게 감사를 수행하고, 그 권한을 남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5. 증거를 통한 사실에 근거하고, 감사절차와 기준 등을 모든 감사대상 기관과 그 관계자 등에게 공정하게 적용한다.
6. 감사실시 및 자료제출 요구 등으로 인한 감사대상 기관과 그 관계자 등의 부담이 최소화되도록 한다.
7. 다른 법률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감사의 대상자 또는 감사의 내용을 공표하거나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
빨간색 표시 부분이 기존 기본원칙 외에 추가된 부분이다. 이처럼 규칙이 아니라 법률에 규정될 경우 당연히 위반시 처벌이 따른다. 물론 감사원은 이 법안에 반대한다. 감사절차 등을 법률에 규정하면 감사원의 독립성 및 재량권이 보장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감사원법에 '감사의 기본원칙'을 규정하자는 취지로 박주민 의원(2024-8-23), 전현희 의원(2025-7-10)도 감사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부의 중요 정책결정에 대한 감찰을 제한하자
정부의 중요 정책결정 사항은 고도의 정치적 결단에 따른 행위다. 정책이란,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하여 대비하는 행위고 가치관이 개입되는 영역이다. 그런데 전 정권의 정책적 결정사항에 대해 감사원 감사를 통해 시비를 따지고 정책의 적정성을 문제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럴 경우 가장 큰 문제는 공무원들이 아무도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전 정권에 대한 공격성 감사는 매우 부적절하다. 감사원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감사원 규칙에 정책감사를 하지 못하도록 이미 규정하고 있다.
감사원 감사사무 처리규칙(요약)
제5조(직무감찰) ② 다음 각 호의 경우는 직무감찰의 대상에서 제외한다.
1. 국무총리가 국가기밀에 속한다고 소명한 사항과 국방부장관이 군기밀 또는 작전상 지장이 있다고 소명한 사항
2. 국가정보원장이 국가의 안전보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기밀 사항이라고 소명한 사항
3. 정부의 중요 정책결정 및 정책목적의 당부(當否)
4. 준사법적 행위
위 감사원 규칙에서 보는 것처럼 감사원은 이미 정부의 중요 정책결정에 대해서는 감찰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감사원 자체 규칙일 뿐이다. 지켜야할 의무도, 지키지 않았을 때의 처벌도 없다. 실제로 이런 내부규칙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권의 감사원은 온갖 정책감사를 정말 버라이어티하게 했다.
윤준병 의원의 '감사원법 개정안'에는 이러한 정책감사 금지를 법률에 명시하고 있다. 감사원 규칙에 있는 규정을 상위 법률인 감사원법으로 옮기는 방식이다.
감사원법 제24조(감찰 사항) ④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항은 감찰할 수 없다.
<신설>정부의 중요 정책결정 및 정책 목적의 당부. 다만, 정책결정의 기초가 된 사실판단, 자료ㆍ정보 등의 오류, 정책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의 적정 여부, 정책결정 과정에서의 적법성ㆍ절차준수 여부 등은 감찰대상으로 본다.
윤준병 의원(안)과 같은 내용을 이건태 의원(2024-7-31), 신정훈 의원(2025-4-3)도 발의했다. 물론 감사원은 이 법안에 대해서도 반대한다. 자기들이 알아서 '통치행위'는 감찰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 기타 감사원 권한남용 예방 조치
이 외에도 감사원의 권한남용을 방지하고자 하는 취지로 다양한 제안이 감사원법 개정안에 담겨 발의됐다. 대체로 아래와 같은 것들이다.
- 감사위원회의 의결사항 확대
- 감사위원회의 의결 공개 및 회의록의 작성
- 디지털 자료 취득 방법·절차 규정 및 당사자의 참여권 보장
- 출석·답변 요구를 받은 자의 열람·복사권 보장
- 변호사의 참여권 등 보장
- 감사대상자에 대한 사전통지 의무화
- 징계·문책 요구 관련 적극행정 면책 검토
- 감사권한 남용 금지 규정
- 민감정보 수집, 중복감사의 제한
- 감사위원 후보추천위원회 설치
- 감사에 필요한 조치시 서면통지 의무화
- 감사 종료후 제출받은 자료 등 폐기
- 감사원의 직무감찰 범위에서 선거관리위원회 제외
- 감사원 소속 공무원의 경우 퇴직 후 3년간 감사위원 임명 제한
- 감사원 특별감찰 시 국회 소관 상임위에 감찰계획서 제출·승인 의무화
참고로 가장 최근 발의된 전현희 의원 법안(2025-7-10)에는 감사의 기본원칙 법률 규정, 감사위원회 의결사항 확대 및 공개, 출석·답변 요구를 받은 자의 열람·복사권 보장, 무분별한 포렌식 조사 제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데, 대부분 앞서 발의된 법안과 중복된 내용이다.
▣ 정세균 전 국무총리의 제안
국회의장과 국무총리를 역임한 정세균 전 의원도 감사원의 정치감사 금지에 대해서는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감사원에 대해 수사기관에 준하는 권한과 책임, 절차와 의무를 투명하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아 참. 그러면 정책감사는 아예 안하는 것이냐고? 아니다. 정책감사는 국회가 하는 것이다.
정상에서 만납시다_⑤감사원의 정책감사를 금지해.. : 네이버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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