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행정법에는 위반 시 제재규정 즉 벌칙조항이 있다. 벌칙규정이 없는 법은 사실상 권고사항일 뿐이다. 법적 효력 측면에서 큰 의미가 없다. 고용정책기본법 상 '고용형태 현황 공시제도'라는게 있는데, 이 제도에는 위반 시 제재규정이 없다. 공시를 하지 않아도, 또는 허위로 공시해도 마땅히 처벌할 방법이 없다. 그런데, 이 제도의 공시 대상을 더 확대·강화하는 법안이 계속 발의되고 있다. 제도를 강화하면서 왜 위반시 처벌 조항은 만들지 않는 것일까?
▣ 고용형태 현황 공시제도
고용형태 현황 공시제도는 고용정책기본법 제15조의6(고용형태 현황 공시)에 따라 사업주가 매년 근로자의 고용형태를 공시하도록 하는 제도다.
고용정책 기본법 제15조의6(고용형태 현황 공시)
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수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주는 매년 근로자의 고용형태 현황을 공시하여야 한다.
② 제1항에 따른 고용형태, 공시절차 및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한다.
상시 300명 이상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주는 매년 3월 31일 기준 근로자의 고용형태 현황을 4월 30일까지 고용정보시스템(고용형태공시시스템)에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공시해야 하는 고용형태는 기업규모에 따라 조금 다르다.
아무튼 이 제도의 주된 취지는 사실상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현황을 파악하는데 있다. 비정규직 근로자를 과도하게 고용하는 사업주가 자율적으로 고용구조를 개선하도록 유도한다는 취지다. 다만, 고용형태 현황을 공시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공시하더라도 제재규정은 없다. 추정컨데, 필요는 하나 이를 강제할 경우 규제가 될 수 있어 별도의 벌칙조항을 두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 고용형태 현황 공시제도 강화 법안
현행 고용현황 공시제도가 강제(벌치)규정 없이 운영되는 상황에서 공시해야 할 고용형태 항목을 더 강화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신장식 의원
2025년 3월 21일, 신장식 의원이 고용정책 기본법 개정안,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 지방공기업법 개정안 이상 5건의 법안을 일괄 발의했다.
고용정책기본법 상 고용현황 공시 사항을 강화하고, 개정 고용정책기본법에 의거하여 관련 법률의 기재 및 보고사항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강화하는 공시 항목은 아래와 같다.
- 직종ㆍ직급ㆍ직무ㆍ근속연수ㆍ고용형태별 근로자 성비
- 직종ㆍ직급ㆍ직무ㆍ근속연수ㆍ고용형태별 성별 임금 현황
▶이수진 의원
2025년 7월 11일, 이수진 의원이 고용정책 기본법 개정안 등 신장식 의원이 발의한 법안과 동일한 5건의 법안을 일괄 발의했다. 이수진 의원은 이 법안에 대해 스스로 "성평등임금공시제 5법"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수진(안)은 신장식(안)과 같은 취지이나, 공시해야 할 고용형태 항목이 더 많고 세부적이다. 주요내용은 아래와 같다.
- 직종ㆍ직무ㆍ직급ㆍ근속연수 등에 따른 고용형태별 임직원 인원 및 성비 현황
- 직종ㆍ직무ㆍ직급ㆍ근속연수 등에 따른 고용형태별 남녀 임직원 보수 현황
- 성별 승진 관련 현황(성별 평균 승진소요연수를 포함한다)
- 육아휴직 사용 근로자의 성비 및 성별 근속 현황
▣ 성별 고용현황 공시 강화에 대한 찬반
신장식 의원과 이수진 의원이 발의한 위 법안의 공통점은 성별 고용형태를 구체적으로 공시하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남녀 성별에 따른 임금 불평등이 심각한 상황인데, 현행 고용현황 공시제도로는 개별기업의 성별 처우수준을 파악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어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취지로 이해된다.
'남녀 임금격차' 공시 요구에 상장사 난색
정치권에서 사업보고서에 남녀 성별 임금 격차를 공시하라는 법안을 발의하자 자본시장업계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성별 임금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는 취지엔 공감하지만 자본시장법상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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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한국경영자총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등 경영계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성비와 평균임금은 개별기업의 인사정보라는 이유에서다. 성비나 평균임금은 고용형태가 아니라 경영방침이라는 논리다. 고용노동부도 기업 정서 등을 고려하여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에둘러 반대한다는 뜻이다.
▣ 제재규정이 없는 공시, 신뢰할 수 있을까?
이 법안과 유사한 취지의 법안들이 21대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임기만료로 모두 폐기되었다. 고용형태 현황 공시요건을 강화하더라도 강제사항이 아닌 공시사항을 과연 신뢰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그렇다고 위반 시 벌칙규정을 둔다면 '규제법안'으로 논란이 될게 뻔하다. 아무튼 제도를 강화하려면 어떤 방식으로든 강제성을 두어야 하는 것 아닐까? 아니라면 하질 말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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