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접 겪어보니 문제가 보이더라"
황당한 비상계엄 사태를 직접 겪어본 국회의원들이 현행 「계엄법」의 문제점과 한계를 인식하고, 이를 개선·보완 하고자 계엄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있다. 12월 3일 이후 발의된 계엄법 개정안은 현재까지 무려 25건이다. 그런데, '계엄법'만 문제가 아니다. 12·3 계엄의 교훈을 근거로 여러가지 법률 개정안이 발의되고 있는데, 「국회법」 개정안이 가장 많다.
▣ 「국회법」 개정안
국회 경찰이 국회의원의 국회 출입을 막는다고?
현재 국회의 경호는 국회의장의 지휘를 받는 경위(국회사무처 소속 직원)와 국회경비대(국회에 파견된 경찰)가 맡고 있다. 경위는 건물 안, 국회경비대는 건물 밖을 담당한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지난 12월 3일, 계엄 선포 후 국회경비대가 국회의원의 국회 출입을 차단하는 등 국회 보안의 구조적 문제를 노출시켰다. 국회경비대가 서울경찰청 소속으로 국회의장이 아닌 경찰청장의 지휘를 받기때문에 생기는 문제다. 이런 모순을 보완하고자 국회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되었다.
국회의 경호체계와 관련하여 발의된 국회법 개정안은 대개 국회에 별도로 국회경비대를 설치하고, 경찰이 아닌 국회의장의 지휘·감독을 받게 하자는 내용이다.
▶2024년 12월 5일 발의
- 김병기(안) : 국회에 적정한 무장을 한 국회경비대를 설치하도록 함
- 김태선(안) : 계엄 선포 시 경찰(국회경비대)이 국회의장의 지휘를 우선적으로 따르도록 함
- 한정애(안) : 경찰의 국회 경호 조항을 삭제, 국회 경위가 회의장 안과 밖의 경호를 담당하도록 함
- 김영배(안) : 국회의장이 국회경비대를 설치할 수 있고, 국회경비대는 의장의 지휘와 감독을 받게 함
- 진선미(안) : 회의장 건물 밖과 국회 인근에서의 안전과 질서유지를 위하여 국회에 국회경찰을 둠
▶2024년 12월 6일 발의
- 박용갑(안) : 국회 경호를 전담할 국회경비대 설치, 본회의 등 의원의 국회출입을 방해하면 처벌함
- 이수진(안) : 국회경비대 설치, 국회 파견 경찰공무원이 계엄 등의 경우 국회의장의 지휘·감독을 받게함
▶2024년 12월 9일 발의
- 염태영(안) : 국회의장 경호권을 평소에도 행사할 수 있게하고 국회경비대가 국회의장의 지휘를 받도록 함
▶2024년 12월 10일 발의
- 조인철(안) : 국회에 입법부 소속의 국회경찰을 신설
- 이광희(안) : 국회의장의 지휘·감독을 받는 국회사무처 소속 국회경비대를 설치
- 박정(안) : 국회 소속으로 경위대를 신설
- 이용우(안) : 국회의장이 지휘하는 국회경비대를 신설
※국회 경호에 관한 법률안
2024년 12월 5일, 이학영 의원이 발의했다. 문제인식은 위와 유사하나, 국회법을 개정하는 차원이 아니라 아예 별도의 독립적 법률을 제정하자는 것이다. 국회의 경비 및 경호 체계의 독립적인 운영을 위한 국회경호처를 신설하자는 내용이다.
※국회사무처법 개정안
2024년 12월 11일, 정춘생 의원이 발의했다. 역시 취지는 유사한데, 국회법이 아니라 국회사무처법을 개정해서 국회사무처에 파견된 사람(경찰 포함)에 대한 지휘·감독권이 국회사무총장에게 있음을 명시하는 내용이다.
국회 본회의를 원격 영상으로 열자!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후 군경이 국회 봉쇄를 시도했다.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의결을 위해 국회의원들이 속속 국회로 모였으나 경내로 진입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국회의장을 포함해 다수 의원들이 국회의 담을 넘어야 했다. 이 때 많은 사람들이 '본회의를 다른 장소에서 하면 안될까?'라고 생각했다. 현행법 상 안된다. 이를 개선하는 국회법 개정안도 발의되었다.
국회 본회의를 영상·원격회의 방식으로 개의할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은 지난 코로나 팬데믹 당시에도 제기된 적이 있다. 여러 논의가 있었지만, 국회의원들의 무기명투표권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이유로 법제화에는 실패했다. 12·3 계엄의 교훈에 따라 이를 다시 추진하려는 것이다.
- 소병훈(안) : 내란, 계엄 선포와 같은 비상시국에 원격영상회의를 통해 본회의를 개의할 수 있음
- 김태년(안) : 국회 폐쇄, 본회의장 출입 제한 등에 따라 정상적 회의가 어려울 경우 원격영상회의를 실시함
- 이수진(안) : 천재지변, 계엄 선포 등으로 정상적 본회의 개의가 어려울 경우 원격영상회의 방식으로 개의함
- 진선미(안) : 대통령의 계엄 선포 시 계엄 해제 관련 안건에 한해 국회 본회의를 원격영상회의 방식으로 함
▣ 「선거관리위원회법」 개정안
12월 3일 계엄 선포 후 계엄군이 선관위 장악을 시도하고자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많은 궁금증을 자아냈다. 현재로서는 '부정선거 음모론'을 맹신하는 대통령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확보하려고 한 것이라는 주장이 많다.헌법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는 민주주의의 핵심요소다. 이런 사태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의 법안이 발의되었다.
- 한병도(안) :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각급 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관리위원회 경비대 설치
▣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
하루에도 몇 차례씩 재난안전문자가 들어올 때가 많다.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로 인해 국민이 큰 혼란에 빠졌는데도 행안부는 문자를 통해 계엄 선포에 관한 내용을 알리지 않았다. 현행 재난안전문자 발송 기준에 국가비상사태 및 계엄 선포(해제)는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은 이를 개선하려는 목적이다.
- 윤준병(안) : 현행 재난 예보·경보 체계에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및 계엄 선포와 그 해제를 포함
▣ 국회경비대가 계엄군을 막을 수 있을까?
국회의장이 지휘·감독하는 별도의 국회경비대를 신설하자는 「국회법」 개정안이 무슨 유행처럼 비슷비슷한 내용으로 10건 이상 발의되었다. 과연 헬기를 타고 진입하는 특수부대 계엄군을 국회경비대가 막을 수 있을까? 법을 바꾸는 것은 즉흥적인 이벤트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국회경비대 국회법 개정안'은 국회의원이 법안을 발의하기 전에 얼마나 충분한 검토와 준비를 하고 발의하는지를 의심케 하는 사례다. 유사법안 중복발의는 국회의원의 입법 실적 홍보용으로는 좋을지 모르겠으나, 국회의 생산성과 효율성 차원에서는 지양해야 할 나쁜 관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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