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법」 개정안(박희승, 박홍근, 김태년)
현행 「민법」 상 동물은 '물건'이다. 그러나 생명을 가진 동물에 대하여 물건과 다른 법적 지위를 부여해서 동물에 대한 책임과 보호의식을 강화하려는 취지로 민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는 규정을 신설하는 것이다. 말로 선언하는 것은 쉬운데, 이를 법으로 만드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동물보호법」과 「민법」에서의 동물
동물은 일반 물건과는 달리 생명이 있기때문에 특별히 보호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꾸준히 확산되어 왔다. 1991년에 제정된 「동물보호법」은 그러한 인식을 담아 동물을 '복지의 대상'으로 규정한 것이다. 「동물보호법」제1조(목적)에서는 이 법의 목적이 동물의 생명보호, 안전 보장 및 복지 증진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2020. 2. 11. 개정 「동물보호법」에서는 “반려동물”에 대한 정의를 신설하고 반려동물의 안전과 복지를 증진시키기 위하여 반려동물에 대한 학대금지(제8조), 반려동물과 관련된 영업의 등록제 등을 규정했다.
[단독] ‘동물은 물건 아니다’ 민법 개정안... 법무부 ‘적극추진’ vs 법원행정처 ‘신중검토’ 사실상 반대
그러나 「동물보호법」과는 별도로 「민법」제98조는 동물을 유체물로서 물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1970년대 이후 본격화된 현대적 동물권 운동의 영향으로 동물을 권리의 객체에서 제외시키고자 하는 노력이 전개되었고, 그 결과 오스트리아, 독일, 스위스 등의 국가에서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는 규정을 두기 시작했다. 이에 우리나라에서도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고 규정하는 민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21대국회 「민법」 개정안 발의현황
대표발의 | 제안일 | 공통사항 | 추가내용 | 처리결과 |
정청래 | 2021-3-24 | ⊙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이탄희 안 " 동물은 물건이 아닌 감각이 있는 생명체이다." ⊙ 동물에 관하여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물건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 |
없음 | 임기만료폐기 |
정부 | 2021-10-1 | 제252조(소유자 없는 물건 등의 귀속) ③ 야생하는 동물은 소유자 없는 동물로 함 | 임기만료폐기 | |
박성준 | 2021-11-29 | 제764조의2(동물에 대한 특칙) *타인의 반려동물을 상해한 경우 배상에 대한 책임 | 임기만료폐기 | |
이성만 | 2021-12-23 | 제839조의4(이혼과 동물의 보호책임 등) *이혼 시 공동으로 기르던 반려동물 처리 문제 | 임기만료폐기 | |
이탄희 | 2023-7-7 | 없음 | 임기만료폐기 |
▶21대 국회에서 폐기된 이유
동물은 반려동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야생짐승도 동물이고, 영업 목적으로 사육하고 있는 동물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형태의 동물이 존재하는데, 동물의 '권리 객체성' 및 '물건성'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에 대해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다. 타 법률과의 관계도 문제다. 민법상 동물을 물건이 아니라고 규정해도 그러면 동물을 물건과 달리 어떻게 취급할 것인지? 동물 소유주의 권리나 의무가 어떻게 제한되는지? 동물과 관련된 분쟁이 발생하면 어떤 법률을 적용할지? 등 기존 법체계와의 조화 문제가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사안이다. 이런 이유로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고 규정한 민법 개정안은 별 진전 없이 폐기되었다.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22대국회 「민법」 개정안 발의현황
대표발의 | 제안일 | 제98조의2 ①항 | 제98조의2 ②항 | 추가조항 |
박희승 | 2024-6-11 |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 (공통)동물에 관하여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물건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 | 제764조의2(동물에 대한 특칙) *타인의 반려동물을 상해한 경우 치료비용, 정신적 손해 등에 대한 배상 책임 |
박홍근 | 2024-9-4 | 동물은 물건이 아닌 감각이 있는 생명체이다. | 없음 | |
김태년 | 2024-11-28 |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 없음 |
일단, 박희승(안)은 21대국회 박성준(안)과 거의 동일하고, 박홍근(안)은 동물을 "감각이 있는 생명체"로 규정한 21대 이탄희(안)과 동일하며, 김태년(안)은 21대의 정청래(안) 및 정부(안)과 동일하다. 22대에서 발의된 법안 모두 21대 법안을 그냥 다시 발의한 것 뿐인데, 21대 국회의 민법 개정을 둘러싼 다양한 쟁점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고 대안을 마련한 후 발의한 것인지 의문이다.
▶김태년 의원 개정안의 경우,
김태년 의원의 민법 개정안은 앞서 박희승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 중 "제764조의2(동물에 대한 특칙)"을 삭제하고 나머지는 똑같은 내용으로 발의한 것이다.
박희승 「민법」 개정안 제764조의2(동물에 대한 특칙)
① 타인이 반려의 목적으로 기르는 동물을 상해한 자는 치료비용이 동물의 가치를 초과할 때에도 치료행위의 필요성 등을 고려하여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이를 배상하여야 한다.
② 타인이 반려의 목적으로 기르는 동물의 생명을 해하여 정신상 고통을 가한 자는 그 사람이 입은 정신적 손해에 대하여도 배상할 책임이 있다.
이를 엄밀하게 따지면, 김태년 의원은 박희승 개정안 "제764조의2(동물에 대한 특칙)" 조항 신설에 반대한다는 뜻이다. 왜 반대할까? 이런 경우 반대해서 삭제한 것이 아니라고 본다. 국회에 법안을 접수하려면 앞서 발의된 법안과 똑같으면 안된다. 그럴 때 가장 쉬운 방법이 선행 법안의 일부만 떼어서 다시 발의하는 것이다. 사실 이런 꼼수법안은 국회 의안과에서 접수를 거부해야 한다.
▣ '동물'보다 '법안'이 우선이다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를 명시한 22대 국회 「민법」 개정안은 동물을 위한 것일까? 국회의원의 법안 발의 실적을 늘리기 위한 것일까? 아마도 후자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게 아니라고 하고 싶다면, 이 법안에 대한 21대 국회의 여러 쟁점들에 대한 입장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제시해야 한다. 아울러 김태년 의원은 박희승(안) "제764조의2" 를 왜 삭제하고 발의했는지에 대한 이유도 밝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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