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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

잔여시간 표시 신호등, 운전자에게도 적용?

by 레몬컴퍼니 2024. 12. 9.

▣ 「도로교통법」 개정안(이언주)

횡단보도 신호등은 계속 진화해 왔다. 언제부터인가 잔여시간을 표시하는 횡단보도 신호등이 등장하더니 지금은 상당히 보편화되었다. 주로 도로폭이 넓은 교차로에 설치되어있다. 보행자는 이제 도로를 건너야 할지, 말지 그리고 빨리 건너야 할지, 천천히 건너도 될지를 판단할 수 있다. 누구 아이디어인지 몰라도 참 편리하고 안전한 장치다. 현재 잔여시간 표시 교통신호기는 보행자용으로만 설치되어 있는데, 이를 운전자에게도 적용하여 설치하자는 법안이 발의되었다.

잔여시간 표시 교통신호기_운전자에게도 적용할까?

▶잔여시간 표시 교통신호기 설치 근거

법은 우리 일상의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도 규정한다. 교통 신호등 설치 역시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다. 우선 「도로교통법」 제3조(신호기 등의 설치 및 관리)는 "지자체장은 도로에서의 위험을 방지하고 교통의 안전과 원활한 소통을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신호기 및 안전표지를 설치·관리하여야 한다."고 하고 있고, 보행 신호등을 설치하는 경우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아래와 같은 보조장치를 설치할 수 있도록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서 정하고 있다.

  1. 보행자에게 남은시간을 알려주는 보조장치
  2. 보행자에게 보행신호 등을 음성으로 알려주는 보조장치
  3. 시각장애인을 위해 음성으로 보행신호를 안내하는 보조장치
  4. 보행자 버튼이 작동된 경우에만 신호를 부여하는 보조장치
  5. 횡단보도 대기자를 자동으로 인식하여 보행신호를 부여하는 보조장치
  6. 보행신호 대기공간의 바닥에 보행신호를 표출하는 보조장치

잔여시간 표시 교통신호기는 이처럼 도로교통법과 그 시행규칙에 따라 설치·운영되는 것이다.

'운전자용' 잔여시간 표시 교통신호등 설치 법안

위에서 본 것처럼 현행 법령상 잔여시간 표시 신호등을 설치할 수 있는 대상은 '보행자용 신호등'이다. 그런데, 이를 보행자 뿐만 아니라 '운전자용 신호등'에도 설치하자는 법안이 발의되었다.

이언주 의원

교차로 신호등에 잔여시간을 표시해서 차량 운전자가 신호변경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2024년 12월 4일, 이언주 의원이 발의했다.

현행 도로교통법 이언주 개정안(2024-12-4)
제3조(신호기 등의 설치 및 관리)
②시장등 및 도로관리자는 제1항에 따라 교통안전시설을 설치ㆍ관리할 때에는 제4조에 따른 교통안전시설의 설치·관리기준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
제3조(신호기 등의 설치 및 관리)
②시장등 및 도로관리자는 제1항에 따라 교통안전시설을 설치ㆍ관리할 때에는 제4조에 따른 교통안전시설의 설치·관리기준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 이 경우 교차로에 신호기를 설치하는 때에는 녹색신호의 잔여시간을 알려주는 보조장치를 함께 설치하여야 한다.

이언주 의원은 도로교통법 제3조 ②항에 잔여시간 표시 신호기를 설치하도록 하는 <단서>를 신설하는 방식으로 개정안을 발의했다. 좀 놀라운 것은 이 교통신호기 설치를 '의무화', 즉 강제적으로 설치하도록 한 것이다.

▶"할 수 있다"와 "하여야 한다"의 차이

법률에서 이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할 수 있다"는 해도되고 안해도 된다는 뜻이고, "하여야 한다"는 무조건 해야한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안하면 처벌받는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운전자용 잔여시간 표시 신호등 설치는 21대국회에서 김예지 의원이 발의했었는데, 김예지(안)과 이언주(안)을 비교해보자.

구분 김예지(안) 이언주(안)
제안일 21대국회(2020-6-16) 22대국회(2024-12-4)
개정조항 도로교통법 제3조(신호기 등의 설치 및 관리) ②항 좌동
주요내용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교차로에 신호기를 설치하는 경우 각 신호에 대한 잔여시간을 표시하는 보조장치를 함께 설치할 수 있다. 교차로에 신호기를 설치하는 때에는 녹색신호의 잔여시간을 알려주는 보조장치를 함께 설치하여야 한다.
처리상태 임기만료 폐기 행정안전위원회 회부

21대국회의 김예지(안)은 "필요한 교차로에 설치를 해도 좋다. 의무는 아니다."라는 것이고, 22대국회의 이언주(안)은 "모든 교차로에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뜻이다.

▶21대국회 김예지(안)은 왜 폐기되었나?

21대국회에서 '운전자용' 잔여시간 표시 신호등 설치를 허용하는 김예지 의원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폐기되었다. 일견 필요해 보이기도 한데 왜 폐기되었을까?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현행 법체계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다. 보행자용 신호등도 법률이 아닌 '시행규칙'에서 정하고 있기때문에, 운전자용 신호등도 하려면 시행규칙을 통해 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보행자용 신호등과는 달리 운자자용 신호등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었다.

운전자용 잔여시간 표시 교통신호기 설치의 부작용

만약 잔여시간이 표시될 경우 운전자가 잔여시간에 여유가 있다고 임의로 판단하여 교차로에 무리하게 진입하거나, 또는 잔여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운전자가 속도를 줄이지 않고 오히려 급가속으로 교차로 통과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고 보았다. 잔여시간 표시 신호등이 오히려 사고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할 수 있다"는 김예지(안)이 폐기되었는데, "의무적으로 해야한다"는 이언주(안)이 과연 통과될 수 있을까?

▶잔여시간 표시 신호등의 가격은?

문득 일반 신호등과 잔여시간 표시 신호등의 가격 차이가 얼마나 날지 궁금해졌다. 조달청의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서 신호등 가격을 확인해 봤는데, 잔여시간 표시 신호등이 일반 신호등에 비해 약 4.6배 비싸다.

교통신호등 가격 비교_조달청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 "하여야 한다" 법안에 신중해야 할 필요성

국회의원은 모든 법안을 발의할 때 충분히 검토하고 신중하게 발의해야 한다. 법이 우리 일상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나 크고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위 사례에서 본 것처럼 "하여야 한다"는 의무를 신설하는 법안의 경우 더더욱 신중하게 발의 "하여야 한다." 자신이 발의하는 법안의 중요성과 심각성에 대해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국회의원이 의외로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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