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사법원 유치를 두고 부산과 인천이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지역구 국회의원이 자신의 지역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국회의원은 국가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이 해사법원 쟁탈전에 국민의 편의성이나 국가적 차원의 효율성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는지 다소 의문이다.
▣ 해사법원이란?
현행 「법원조직법」에 따른 전문법원에는 특허법원, 가정법원, 행정법원, 회생법원이 있다. 여기에 해사사건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전문법원을 신설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해사법원이란 바다에서 발생하는 각종 분쟁과 사건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법원이라고 보면 된다.
해사법원이 별도로 없는 우리나라는 현재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산지방법원 본원 및 동부지원, 서울고등법원, 부산고등법원 등 5개 법원에 해사사건을 담당하는 해사 전담 재판부를 두고 있다. 그런데 영국이나 중국처럼 해사 전문법원을 별도로 두자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여기에 대해서는 필요하다는 입장과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 모두 있다.
▶"필요하다"
해사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해사 사건을 전문적으로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서 전문법원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조선업체들의 선박건조계약 관련 법적 분쟁은 영국이나 싱가포르, 중국 등에서 해결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유출되는 소송비용도 막대하다. 해사 전문법원을 통해 전문적 역량을 쌓고 소송비용의 해외 유출도 방지해야 한다.
▶"신중해야 한다"
전문법원 설치는 일정 규모 이상의 재판수요가 꾸준히 있어야 하고, 독립법원 구축에 따른 효용성이 확실할 때 검토할 수 있다. 현재 해사 사건 수가 별도 법원을 설치할 정도로 많지 않다. 해사법원 설치로 해사사건의 관할이 집중되면 사건 관계인들의 법원 접근성이 오히려 저해될 수 있다.
▣ 해사법원, 어디에 설치할까?
해사법원을 설치한다면 어디에 두는 것이 좋을까? 이 문제를 두고 부산지역 국회의원과 인천지역 국회의원이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법원의 소재지와 관할구역은 '각급 법원의 설치와 관할구역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고 있다. 현재까지 발의된 개정안 현황은 아래와 같다.
발의일자 | 발의의원 | 소속정당 | 지역구 | 전문법원 명칭 | 소재지 | 관할구역 |
2024-6-13 | 곽규택 | 국민의힘 | 부산 서구동구 | 해사법원 | 부산광역시 | 전국 |
2024-6-27 | 전재수 | 민주당 | 부산 북구갑 | 해사전문법원 | 부산광역시 | 전국 |
2025-3-21 | 윤상현 | 국민의힘 | 인천 동구미추홀구을 | 해사법원 | 인천광역시 | 전국 |
2025-4-25 | 정일영 | 민주당 | 인천 연수구을 | 해사전문법원 | 인천광역시 | 전국 |
2025-4-28 | 박찬대 | 민주당 | 인천 연수구갑 | 인천해사국제상사법원 | 인천광역시 | 서울~충청 |
부산해사국제상사법원 | 부산광역시 | 전북~제주 |
설명을 안해도 알겠지만, 부산 의원은 부산에, 인천 의원은 인천에 해사법원 설치를 주장하고 있다. 가장 마지막에 발의한 박찬대(인천 연수구갑) 의원은 인천과 부산에 각각 해사법원을 두고 관할구역을 나누는 방식으로 법안을 냈다. 이게 합리적인 타협안인지, 그냥 선거철에 해당 지역의 반발을 덮고 가려는 취지인지는 잘 모르겠다.
※ 이재명 후보 대선공약
현재 차기 대통령이 유력한 이재명 후보는 부산과 인천에 해사 전문법원을 설립하겠다는 공약을 냈다. 박찬대 의원의 법안이 이재명 후보의 공약을 담은 법안이라고 보면 맞을 것 같다.
▣ 해사법원 유치 쟁탈전을 벌이는 이유
아무래도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해상운송, 선박매매, 선박금융 등 해운·조선업과 관련된 법률 서비스 부문과 금융거래 서비스 부문 등에서 상당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때문에 해당 지역 변호사회 중심으로 해사법원 유치에 상당히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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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사법원 부산 유치'를 약속했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인천에 국제 사건에 특화된 해사법원을 세우겠다는 공약을 새롭게 발표해 지역 법조계에서 반발하고 나섰다. 부산지방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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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 국회의원이 자기 지역을 위해 일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수요자 측면에서의 편의성이나 국가적 차원에서의 효율성과 무관하게 무조건 자신의 지역에 설치해야 한다며 다투는 모습이 썩 보기 좋지는 않다. 그건 그렇고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해사법원 신설을 위해 많은 법안이 발의됐지만 결국 모두 폐기됐다. 21대 국회 법안 발의 현황은 아래 <표>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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